사라진 신사동 맛집 ‘전라도밥상’
내가 일하는 사무실이 있는 곳은 강남 신사동이다. 강남에서도 유명한 신사동 먹자골목과 가로수길이 바로 코앞이다. 며칠 전, 직원들과 오랜만에 이곳의 맛집으로 유명한 ‘전라도밥상’ 이라는 곳에 갔다. 그 집은 70세 정도 되는 전라도 광주 출신 주인 아주머니가 일하는 아주머니들 두세명과 함께 수십년간 신사동 한 골목을 지키며 강남에서 흔히 맛볼 수 없는 전라도식 한식을 선보여 온 집이다. 단돈 7,000원에 계란찜과 된장찌개는 물론 싱싱한 게장에 꼬막 등 계절의 진미까지 15가지 이상의 반찬을 선보이며 가격 이상의 호사를 누리게 해준, 그야말로 강남에서는 흔치 않은 식당이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수십년간 신사동 맛집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그 식당이 문을 닫고 ‘임대 중’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지 않은가. 아주머니도 더 이상 우리 주변에 불어닥친 외식업 과열의 물결과 프랜차이즈화의 물결을 버텨내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이었다. 한달에 두세번, 획일화된 맛에서 벗어나 전라도 아주머니 특유의 음식 맛과 여러가지 반찬을 즐겼던 필자는 몇번이나 불 꺼진 식당 안을 확인하고서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유통에서 배제된 서민들… 외식업으로, 외식업으로
상권으로 따지면 국내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이곳에서도 이렇듯 자고 나면 없어지고 새롭게 생기는 가게들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그만큼 외식업의 경쟁이 치열해진 탓일 것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한국은 인구 1천명당 음식점 수가 미국의 6배, 일본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가장 만만한 게 치킨집. 실제 국내에선 매년 7천400개의 치킨집이 생겨나고 그 중 5천개가 문을 닫으며 절반 정도가 개업 3년 안에 실패하고 80%는 10년 안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과연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을까. 그 답은 베이비 부머 세대의 등장이나 외식인구의 증가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닐까 한다.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에 의해 소비자들이 최저가 상품을 실시간으로 검색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가격(Price)이 마케팅 4P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 버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이쇼핑만 하고 모델번호만 적어서 집에가서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의해 최저가로 쇼핑을 하거나 대형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 제품이나 묶음 판매 등으로 가장 경제적인 쇼핑을 하다보니 서민들이 상품의 유통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가고 있다.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E마트는 신세계, 롯데마트는 롯데그룹, 홈플러스는 영국 테스코그룹 아닌가. 유통혁명을 주도하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쇼핑도 주로 외국계나 재벌들이 모두 소유하고 있다. 대량구매에 의한 Buying Power에 따른 가격경쟁으로 상품의 유통과정에서 설 자리가 없게 된 서민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이란 오직 외식업밖에 없다. 최소한 먹을거리는 온라인이나 모바일쇼핑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말이다. 이러한 외식업에 있어서도 개인이 홀로 설 자리는 없다. 프랜차이즈의 물결이 어마어마하게 거세니 말이다. 2014년 1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모두 3736개. 여기에서도 치열한 외식업의 경쟁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2014 매경 100대 프랜차이즈’ 100대 브랜드 중에서도 업종별로 식품ㆍ외식·주점 등 음식 관련 프랜차이즈가 65개로 가장 많았고 작년과 비교해 20여개의 브랜드가 새롭게 자리바꿈을 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전북형 프랜차이즈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라북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얼마 전 제주도에서 시행한 2014년 제주형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전국 공모가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제주형 프랜차이즈란 청정 제주의 농축수산물 및 가공품 등 제주특산물의 대도시 판로를 확장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주지역에서 출하한 품목을 대상으로 제조·가공하고, 도·소매업, 요식업 등에 적용할 수 있는 품목을 대상으로 프랜차이즈를 희망하는 사업체를 공모한 것이다. 서류심사와 현장실사를 통과한 업체를 대상으로 PT평가 등을 통해 최종 선정하게 되며, 선정된 업체에는 3300만원 범위 내에서 시설, 컨설팅, 디자인 개발비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전라북도도 전북형 프랜차이즈사업을 전국적으로 시도해보면 어떨까. 이미 임실 치즈를 사용한 임실N피자와 남원의 참예우사업단의 프랜차이즈 사업의 경험이 있지 않은가. 먹을거리에서 전국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전북이 제대로만 한다면 전북형 프랜차이즈는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무궁무진한 시장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전주비빔밥 프랜차이즈, 전주식 한정식 프랜차이즈, 복분자 주점, 발효식품 전문 프랜차이즈 등 가공식품을 위주로 한 프랜차이즈는 물론 풍천장어, 남원 추어탕과 같이 청정 전북의 식자재를 이용한 다양한 프랜차이즈 사업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전주식당이 아니라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 맥도널드나 KFC 등과 같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는 장기적인 계획 아래 브랜드에서부터 메뉴구성, 인테리어, 스토리텔링 등 치밀한 마케팅 계획을 세워서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전북은 프랜차이즈 본부로서의 수익은 물론, 온갖 친환경 식자재의 공급원으로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