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나 영화계에서 입이 쩍쩍 벌어지는 배우의 고액 출연료가 작품제작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쳐 일어난 제작현장의 서글픈 사건을 우리는 종종 듣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은 사실 공연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신이 내린 목소리’, ‘천상의 선율’, ‘라이브의 황제’ 등 공연의 성공을 보장하는 많은 스타와 아티스트들, 무대 위의 대부와 황제를 섭외하기란 공연기획자들에게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획자가 ‘섭외’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결과를 놓고 생각할 때 섭외가 어려울수록 공연의 성공은 확실하다. 그만큼 섭외는 공연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이다. ‘스타’ 아티스트 한 명이 무수한 아이디어를 누르고 성공적인 공연을 만들어내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획자는 돈이든 뭐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섭외에 나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연의 흥행을 최우선에 둔다 해도 꼭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합리적인 출연료 협상의 문제. 특히 섭외에 애를 먹는 지역의 공연기획자들이 섭외과정에서 가장 크게 겪는 고통이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깐깐하게’ 계산기를 두드려 보아야 한다.
아티스트의 출연료는 섭외에서 절대적인 조건이 되지만, 반대로 원하는 섭외를 하기 위해 무조건 그들이 원하는 금액을 지불해서는 안 된다. 간혹 아티스트의 명성이나 흥행성만 보고, 상황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책정된 출연료를 기획자는 경계해야 한다. 출연료는 전체 공연 제작비용과 공연장 규모를 감안해 책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아티스트, 같은 프로그램의 공연이라 할지라도 서울과 지역의 인구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작은 규모의 소극장 공연과 몇 만 명 규모의 야외 공연 제작비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기획자는 치밀한 수학적 논리로 출연료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공연의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제작비용과 공연규모가 고려되지 않고 지불된 출연료는 고스란히 높은 ‘티켓’ 가격을 형성해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합리적이고 기본적인 원칙들은 사실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외국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 아티스트들의 출연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높게 책정되는데, 국내 에이전시들의 과도한 경쟁이 그 이유다. 에이전시를 통해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국내 공연장과 기획자들은 공연 전체 규모에 따른 상대적인 출연료 책정이 아닌 에이전시나 기획사에서 원하는 절대적인 출연료를 지불해야 공연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 더욱 서글픈 사실은 이를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부담 지음으로써 수익구조를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공연이 대부분이다. 높은 출연료를 메우기 위해 제작에 투여되는 비용은 줄어들고, 티켓 가격은 해마다 오른다. 오로지 유명 아티스트 섭외에만 목을 매는 경쟁적 출혈은 결국 공연 전체의 질적 하락을 양산해낼 수도 있는 문제로까지 이어져 공연산업 전반을 저해하는 요소로까지 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공연계의 현실이다.
물론 위대한 아티스트 한 사람으로 탄생하는 공연의 성공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아티스트를 빛나게 하는 제작에 대한 다양한 기획과 공연을 완성시키는 또 다른 주인공인 관객을 생각할 때 나를 비롯한 많은 공연기획자들이 ‘섭외의 원칙’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진수성찬을 차려낼 밥상의 상다리가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