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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 |
하늘은 밤이로되 바다는 낮이로다 -천야해일
관리자(2007-01-12 16:07:21)
군산 해망동은 일제 식민지 시기의 기억과 해방 후 근대화의 기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동네이자 각국 공원으로 시작된 월명공원과 일본인들이 김제평야에서 수탈한 쌀을 실어 나르기 위해 뚫은 해망굴, 해망동 일대에 남겨져 있는 일본식 가옥, 장미동이라는 지명에 남아있는 쌀 창고의 흔적, 폐허로 방치되어 있는 구조선은행과 기타 근대식 건축물들, 둘러보면 지난 한 세기동안 이곳 군산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이 흑백영화처럼 스쳐 지나가는 곳이다. 해방 후 피난민들이 하나 둘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산비탈에 마을이 생기기 시작했다. 60, 70년대 수산업과 항구산업이 발전하면서 해망동 경제는 전라북도 일대에서 가장 호황을 누렸다. 주민들의 말대로 ‘하늘을 바라보면 밤인데, 바다는 벌건 대낮이었다’고 할 정도였던 그곳, 해망동. 지금의 해망동은 이제 그 시절은 마도로스의 추억을 되새기는 늙은 뱃사람처럼 경제적 자구력을 상실해 가는 동네로 젊은이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령의 노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곳이다. 이미 고지대의 집들은 대개 주인들이 떠나가 빈집이고 이 때문에 동네는 점점더 황폐화 되고 있다. 이런 해망동이 역사와 문화를 통한 예술문화 공간으로 재조명이 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로젝트명 ‘천야해일-하늘은 밤이로되, 바다는 낮이로다.’ 공공미술추진위원화와 문화관광부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사업 도시속의 예술 2006’에 선정이 된 것이다. 해망동은 이번 선정에서 군산을 대표하는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전국 10여개 장소 중 한곳으로 선정이 되었다. 다시 시작되는 희망여행이란 테마로 진행이 되면서 지난 9월 27일 공식적으로 문을 열면서 빈집 네 곳에 미술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동네 미술관’,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와 보물, 생활 자료들이 전시되는 ‘동네 역사관’, 그리고 골목길 곳곳에는 해망동의 정취를 한껏 풍기는 벽화와 벽시, 설치작품이 10월 한 달 동안 해망동을 지키고 있다. 이를 위해 해망동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 ‘공화국 리라’측은 여름동안 주민들과 만남을 통해 작품들을 기획하고 동네곳곳에 설치하는 아트캠프를 진행했고, 또 주민과 작가가 공동으로 선정한 해망동의 12경과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작가가 디자인한 평상과 그늘막도 세웠다. 또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한 ‘역사기행’을 마련해 해망동 일대 근대유산을 답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번 해망동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문화의 퇴적층과 같은 해망동을 예술적으로 재충전해서 대안적인 관광지로 만드는 공공미술이 되고자 하고 해망동을 예술과 접목해 새로운 예술관광지구로 조성하고자 하는 뜻 깊은 작업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다부진 계획으로 준비가 되었다. 이곳을 찾은 지역주민과 관람객에는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익숙한 주변과 환경에 대해 지역주민이 새롭게 느끼는 여행, 그리고 볼거리나 맛 집을 찾아 떠나는 일반적인 여행이 아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골목과 계단, 어둡고 스산하기까지 했던 빈집과 빈집,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주민들과의 접촉 또한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새로운 경험이었을 터다. 다만 군산지역을 대표하는 해망동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는 프로젝트임에도 군산출신 예술가들의 참여가 저조해 아쉬움을 주었다. 그리고 프로젝트 기간이 지나면 이제 설치되었던 공간들의 작품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해설이 필요한 예술작품들을 동네 어르신들이 찾아오는 이들에게 설명을 할 것인가, 아님 그대로 방치가 되어 다시 빈집으로 남을 것인가. 소외된 지역이 공공미술로 변화한 모습은 획기적이었지만 그 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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