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 |
홍어탕, 그 쏘는 맛과 얼큰한 맛
관리자(2007-01-12 15:19:50)
“날씨도 차가우니 홍어탕이나 할까.”
박남재 화백의 제의였다. 전북대 임재규 교수와 함께 마음이 모아졌다. 박 화백의 차로 찾아간 곳은 「속초 홍어횟집」(전주시 덕진구 인후2동 1532-27, 전화 (063) 242-3361)이었다. 박 화백은 몇 차례 들른 바 있다고 한다.
“왜 하필 속초 홍어횟집인가. 홍어하면 흑산도 홍어 아닌가.”
사실, 홍어회는 전라도 향토음식으로 꼽아 왔다. 여러 가지 부재료를 넣어 초고추장에 무쳐내는 홍어회 아닌 ‘삼합’(三合)이라는 것도 있다. 묵은 김치·삶은 돼지고기·엷게 회뜬 홍어를 아울러 먹을 수 있게 내놓는 게 삼합니다. 이것도 ‘홍탁’과 더불어 목포에서 처음 술안주 삼아 시작한 것이 아닌가 싶다.
식당에 들어 좌정하고야 ‘속초’를 앞세운 옥호의 내력을 알 수 있었다. 15년 전 이곳 식당을 차린 김금녀(64세) 씨의 고향이 속초였기 때문이란다. 지금은 그 자제가 사장(최호영)으로 부인과 함께 어머니의 솜씨를 잇고 있다.
차림표에서 홍어탕의 값을 보니 ‘대(大) 25.000원, 소(小) 20.000원’이다. ‘소’를 주문하자,
“삭힌 것으로 할까요. 싱싱한 것으로 할까요.”
를 묻는다. 삭힌 것을 취하기로 했다. 흔히 술꾼들은 ‘홍어는 삭아야 맛’이라고 한다. 그러나 술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는 박 화백도 술꾼이 아닌 임 교수도 삭힌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처음 삭힌 홍어 맛을 본 것은 지난 세기 50년대의 후반, 서울 계동 ‘매화옥’(梅花屋)에서였다. 매화옥은 음식점의 이름이 아닌, 가람 이병기(李秉岐)선생이 우거하던 당호(堂號)였다. 아침상에 한 토막의 ‘홍어찜’이 올랐다. 처음엔 젓가락 대기가 어려웠다. 특이한 냄새 때문이었다. 이를 눈치 챈 선생께서,
‘홍어는 삭혀야 맛이네. 들어보게’
의 말씀이었다. 며칠이 안 되어 나는 저 암모니아 냄새와도 같은 홍어의 톡 쏘는 맛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기까지 하였다.
각설하고, 주문한 홍어탕이 나왔다.
상차림은 조촐했다. 김치와 초간장 그리고 무말랭이·콩나물·시금치·고사리·파래무침의 접시들이 올라왔다. 홍어탕은 목목의 앞에 놓인 대접에 각자가 떠내어 먹게 된다. 물론 밥그릇은 따로 있다.
홍어탕의 국물 맛을 본다. 첫 숟가락을 입에 당기자 국물부터가 톡 쏘는 맛이다.
‘허따, 이건 너무 쏜다.’
임 교수의 말이다.
‘오늘은 너무 삭힌 것을 사용한 것 같다.’
박 화백의 말이다. 나는 코 안이 간질간질 재채기가 나오려 한다. 이내 이울어진다. 입안이 알큰하다. 홍어의 살을 몇 가닥 초장에 찍어 먹자 역시 알큰하면서 새큼하다. 씹히는 살맛도 역삭삭하다.
“어 시원하다. 속이 풀린다.”
밥에 탕에, 탕에 밥에 연신 숟갈질을 하다가 임 교수를 바라보자, 이미에 솟은 땀을 냅킨으로 도닥거리고 있다.
홍어의 뼈는 연골이어서 치아가 좋은 사람은 와삭와삭 다 저작(咀嚼)해 먹을 수 있다. 임 교수나 박 화백은 갈비도 잘 뜯는 치아를 가지고 있다. 특히 홍어의 연골은 관절염에 약효가 있다고도 하지 않는가.
나는 부실한 치아로 하여 물렁뼈의 사각거린 맛을 즐길 수 없다. 그 대신 박 화백과 임 교수가 권하는 속과 이리의 맛을 마냥 즐길 수 있었다. 밥 한 그릇 값은 1천원이다. 23.000원으로 셋이서 포식한 점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