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3.12 | 연재 [이십대의 편지]
<앗!> 잡지가 나오기 까지
신재연 독립잡지 <앗!> 편집장(2013-12-09 17:07:04)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지역에서 문화기획 일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몇 해전 여행으로 갔던 전주가 떠올랐다.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여러 문화 활동을 하고 있던 ‘사회적기업 이음’을 그때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일을 해보고 싶다고 먼저연락을 드렸다. 그렇게 아무 연고도 없는 전주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청년몰에서 일하게 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삶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알음알음 알게 된 친구들도 생겨나면서, 이번에는 그 친구들과 일을 해보고 싶다 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그 시작이 잡지를 만드는 것이 되었다.
학창시절부터 잡지를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얇지만 전문적인 내용을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그렇게 잡지를 좋아하다보니 소규모 출판물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개인이 직접 제작한 출판물들은 개인의 감정들과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기존의 책과는 다른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인정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그런 개인출판물을 소개하는 책방을 운영한다면 책 속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활용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책방 우주계란을 구상하면서, 올해 1월부터 친구들에게 함께 잡지를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전주에 아무 연고도 없던 내게 친구가 되어준 사람들과 그리고 그 지인들까지 열명 정도가 모였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사람들은 어떤 잡지를 만들고 싶냐고 물었다. 그 때의 나는 우리가 재미있게 만들 수 있고, 생각한 것들을 실천해볼 수 있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후, 일주일에 한번 함께 회의를 진행했지만, 목적이 뚜렷하지 않았던 배는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틀을 함께 정하고, 만들어 나가자, 라고 생각했던 나의 바람과 달리 사람들은 편집장의 역할과 각자의 분담을 좀 더 확실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 사적인 모임으로 시작된 관계가 일적으로 변하고, 지시를 내리는 관계가 되니, 편집장이라는 책임감이 어느새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결국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우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도 어쩔 수 없는, 잦은 의견충돌은 계속 되었다. 어느새 나는 그러한 충돌을 피하려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이상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글을 쓰고 편집하며 스스로의 무능력을 비판하게 되었다. 결국 그렇게 지쳐만 가는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욕심은 끝이 없고, 완벽한 창간호를 내는 것은 힘들었다. 내야할 때 내야하는 것이다. 힘들어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기에 힘들다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때, 그 때에도 질책과 함께 응원하고 있던 사람들은 결국 편집진들이였다. 모인지 6개월이 지나서야 우여곡절 끝에 나오게 된 <앗!>, 한순간에 힘을 모아 낼 때 지르는 외마디 <앗!>의 뜻처럼 그렇게 우리들이 외치고 싶은 앗! 1호가 드디어 9월, 세상 밖으로 나왔다. 1호는 부끄럽지만 우리를 쏙 빼닮아 엉성하고 솔직하다. 한 페이지 가득찬 글과 엉성한 사진과 그림도, 그것이 지금 우리의 모습이었다. 1호가 나오자 편집진의 태도도 변하기 시작했다. 부족했던 점,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각자의 코너를 만들어 보고 싶다 라는 의견까지, 그렇게 5호가 나올 때까지 우리는 계속 변화하고 매번 주제와 형식도 달라지는 잡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함께 하는 사람들 속에서, 내 자신의 못난 모습들을 발견하며, 욕심과 의욕만으로 가득한 마음들을 조금씩 비워내면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채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기 시작했다.
우주계란에서 <앗!>을 펼치는 손님에게 “그건 제가 친구들과 만들고 있는 잡지예요”하고 말을 건넨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생각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 아쉬워 만들기 시작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자신들이 지금 서 있는 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쌓여있는 시간들과 현재의 삶들을 들여다 보며, 지금 이곳에 함께 있다는 동질감을 느낀다.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로 시작된 <앗!>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아낼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그릇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앗!>을 내고 싶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