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3.12 | 연재 [상식철학]
비상식 시대에 상식철학으로 살아가기
김의수 전북대 명예교수(2013-12-09 17:06:56)

지난 해 제자들이 정년을 기념한다며 식사자리를 마련했다. 그때 식당 홀에는 ‘상식철학자 김의수교수 정년기념 모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제자들이 한마디씩 회고담을 말하기 시작했는데, 첫 말문을 연 한 40대 제자가 ‘상식철학자’와 나는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나를 비상식적인 교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학교 다니면서 만난 나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교수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상식철학자가 아니라 비상식철학자라는 것이다. 모두들 박장대소했고, 그 다음부터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씩 하는 제자들이 거의 모두 비슷한 말을 했다. 토론식 강의하는 교수, 점심 때 학생들과 칼국수 먹는 교수, 집에서 설거지하는 교수, 자전거 타고 다니는 교수, 운동권 학생들과 접촉하는 교수, 순대국밥 집에서 소주마시며 회의하는 교수, 재야인사들과 함께 시위대 맨 앞 줄에 서 있는 교수 등 그들이 기억하는 이야기들이 다양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상식철학을 설명할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집으로 돌아와서 상식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내 책 서론을 파일로 보내주었다.
비정상적인 것의 정상화?
에른스트 블로흐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서로 다른 시대의 특성을 나타내는 현상들이 같은 시대에 혼재하고 있는 현상을 말한 개념이다. 우리 사회는 특히 그런 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조선시대 유교적 가부장주의, 파시즘 통치 시대 동원과 탄압 관행, 개발시대 황금만능주의(졸부의 양산과 부패의 만연), 기생문화-기생관광-접대문화-전사회 퇴폐문화, 경쟁과 도박에 내몰린 교육과 주식시장, 기복주의와 신비주의가 판치는 종교문화 등 전근대, 근대화 과정,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이 경제선진국, IT선진국, 문화선진국, 스포츠 선진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단히 혼란스럽게 혼재해 있다. 그런 와중에 부패와 범죄가 만연하고, 비정상적인 경제운영과 법집행이 춤을 춘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말하는 시대에 민주화 이전의 통제와 불통이 시민들의 목을 조인다.
이 많은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면 혁명정부가 필요하다. 혁명은 쉽지 않으므로 새로운 정권마다 이른바 ‘개혁 드라이브’를 건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할 사안들이 끝없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 포기 선언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일시적으로 달랬고, 박근혜 대통령은 전두환 추징금 환수로 건수를 올렸다. 그러나 그들이 시도한 개혁은 지극히 부분적이고 또 대단히 편파적인 것이어서 진정한 개혁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비상식적인 군사정권에서 민주정권으로 발전하기 위해 엄청난 희생과 시간이 필요했고, 100년 동안의 비정상적인 사회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는 10년 동안의 노력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이미지로, 박근혜는 체질로 독재자 박정희를 뒤따르고 있다. 이건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통해 서서히 발전하는 현대사회의 현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혁명과 반혁명이 반복되던 근대 변혁 과정의 현상에 닮아 있다.
전북도민의 과제는 무엇인가?
비상식적인 역사의 역류에 대해 용감하게 맞서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진성준, 신경민, 김성주 의원 등이 박근혜정부의 시대역행 정치에 적절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역부족이다. 더 큰 차원에서 더 강력한 힘으로 이 역주행을 가로 막아야 한다. 이석기 같은 낡은 운동권 이미지로는 역효과만 낼 뿐이다. 1년 전 새 정치를 말하던 정치인들이 그때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회복해야 한다.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으로 대표된 새 정치와 김상곤, 김승환이 앞장 선 진보교육이 다시 거센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전라북도는 우선 내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같은 정치인을 찾아내고, 김상곤 같은 진보교육감을 다시 당선시켜야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새 정치를 시작해야 하고, 교육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