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저 합격했어요 선생님!”
“선생님…. 저 불…합…격요.”
올해도 어김 없이 대입 수시 합격자 발표 시기가 왔다. 여기저기 대학에서 합격자 발표를 할 때마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모습, 합격에 기뻐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소식에 울상을 짓거나, 심지어 기쁨에 젖어, 때로는 슬픔에 젖어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는 모습들. 그야말로 희비(喜悲)가 교차하는 순간들이다.
인생의 담임선생님일지도 모르는 고3 담임선생님으로서…. 습관처럼, 그러나 마음 깊은 진심으로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나의 제자 ○○야, 대학교에 들어가는 게 끝은 아니란다.”
대학교 입학은 끝이 아니다
3월 초.
학교를 옮긴 뒤 곧바로 고3 담임을 맡고, 은근히 긴장되는 학부모 총회 날이 다가왔다. 담임으로서 1년 동안의 학급 경영 계획을 먼저 설명 드린 뒤에, 한 분 한 분과 학부모 상담을 할 요량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학부모님들 열다섯 분 정도가 앉아 계셨고, 어머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버님도 두 분 계셨다. 고3 학생을 둔 학부모님들로서 그 어느 때보다도 학교와 아이에게 관심이 많은 시기이리라.
“저는 올해 이 학교에 새로 부임했습니다….”
짧게 자기소개를 한 뒤에, 이것저것 궁금하실 사항들에 대해 설명 드렸고, 학부모님들은 내 이야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하신 듯 했다. 자기소개에 이어 바로 이런 말씀을 드렸다.
“제가 고3 담임을 여러 차례 하다 보니, 물론 어느 대학을 가느냐 하는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할 준비를 얼마나 했느냐 하는 것이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고3 담임으로서 학부모 총회에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것은 나와 같은 길을 걷고 함께 고민하고 있는 같은 교사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입을 앞둔 제자들에게도 꼭 해주어야 할 이야기란 생각을 많이 한다. 결과론이냐 과정론이냐 하는 거창한 이야기이라기보다는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끝이 아니라는것을 생각하면서부터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 못지않게,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꼭 일러주고 싶은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연속해서 고3 담임을 하면서 보람 있는 일도 많고, 그에 못지않게 안타까운 일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제자를 보면 마음껏 축하를 해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 한 경우 나도 모르게 담임으로서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들었던것이 사실이다. 특히 고3 담임 초보시절에는 좋은 대학에 보내고 못 보내고 하는 것에 내능력에 달린 것이라는 착각까지 하며 누구보다 긴장도 많이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초보 딱지를 조금은 뗐는지, 이제는 그 아이들이 대학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하는 부분에 더 관심을 가져보게 된다.
열심히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대학 입학, 특히 수시에서는 솔직히 경쟁률이나 특별전형과 같이 실력 이외의 운과 같은 요소들이 많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 좋게’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아니 자신이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도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자신의 실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대학이나 학과에 가게 된다면, 낭만을 꿈꿨던 대학생활이 아니라 지옥 같은 대학 생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담임선생님으로서 이런 아이들은 좋은 대학, 원하는 대학에 가든지 그렇지 않든지 별로 걱정이 안 된다. 대학에 가서 열심히 공부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도 열심히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은 어느 대학에 가든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반대의 학생의 경우 설사 원하는 좋은 대학에진학한다 하더라도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과목을 모두 배우는 고등학교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전공만을 탐독하는 대학 공부에 임하게 된다면, 그 이전에 비록 전 과목을 두루 공부해야 할때는 우수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만을 공부하다보면 얼마든지 자신의 숨겨진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가능성은 묻혀버리게 될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제자들은 가끔 전화를 걸어 취직 걱정을 제일 많이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대학입학이 끝은 아닌 것이다.
“나의 제자 ○○야,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축하받을 일이야. 하지만 열심히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어느 대학교에 가느냐 하는 것은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 않을수도 있어. 왜냐하면 대학교에 들어가는 게 인생의 끝은 아니니까. 지금은 조금 아쉬울지 모르겠지만, 어디에 가든지 너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낙심하고,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