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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7 | 연재 [이십대의 편지]
이십대, 청춘은 답이 없다
구미 남부시장 청년몰 매니저(2013-07-03 22:34:08)

스무 살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방의 쏟아지는 자유 속에서 세상을 즐겼고 부조리한 것들을 바꿔내고자 했지만 스물 둘, 스스로의 모자람에서 비롯되는 낮은 자존감에 허덕였다. 현실은 적당한 걱정과 적당히 평안한 뉴스를 원했다. 나 역시 연애하는 친구와 영화 보러 가고, 볕좋은 날 소풍가는게 즐거웠다. 나의 일상은 무거운 삶을 지고 있는 이웃들과 달랐다. 나약하고, 돈이 주는 편안함이 익숙한 ‘요즘 젊은이’인 나를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왜 치열하지 못할까…. 스물 넷, 여행을 떠났다.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녔고 그 얼굴의 평화와 여유로움을 보았다. 개인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그들에게 빠졌다.나약하고 가난하기에 함께 모여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그리고 스물 여섯, 졸업을 했지만 돈만 벌고 싶지는 않았다. 대학시절 함께 삶터를 꿈꿨던 친구들이 있었고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면서 막연하기만 한 함께여서 가능한 삶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때 전주 사회적기업 이음, 남부시장이 다가왔다. 늘 막연하기만 하던 머릿속의 삶의 그림들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청년몰은 내게 있어 일터이자, 친구들과 나눠왔던 꿈같은 이야기들을 실현할 수 있었던 현실속의 유토피아를 만드는 실험터였다. 전통시장이 가진 켜켜히 쌓인 세월을 담아 빠르고 부유한 세상에서 뒤쳐지는 장소가 아닌 ‘간지있는’, 삶을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기 위한 적당한 벌이와적게 벌기 때문에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그런 공간이되길 바랐다.사람들을 모았고 2011년 청년장사꾼 아카데미부터 시작한 6명의 사람이 2년 남짓 지난 지금 27명이다. 지난 2년의 시간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각자의 생각과세계를 가진 젊은이들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데 오죽할까.

청년몰의 사장님들은 손님이 오면 장사를 하고, 손님이 없으면 모여서 수다를 떤다. 여기는 낮술이 환영받는 공간이다. 또는 낮수다가 장려되는 곳이다. 물론 수다의 한 켠에는 장사가 안된다는 한숨도 섞여있고 개념 없었던 어떤 손님과 청소에 맨날 빠지는 얄미운 다른 장사꾼의 뒷담화도 빠질 수 없다. 그러다가도 그 어떤 방송인 못지않게 인터뷰를 근사하게 해내고 일층 시장에 내려가서 오늘 필요한 재료를 사면서 선배 상인분들과 수다도 떤다.지금 청년몰은 각자의 가게마다 그 스토리들을 가지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야기를 쌓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곳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동경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궁금해들 한다. 먹고 살만 하냐고. 청년몰의 어느 가게 사장님은 지금 버는 정도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하고 어디 사장님은 아직 멀었다고 한다. 각자의 적당히는 다르다.그러나 어떤 가게 사장님이고 이곳에서 앞으로의 삶을 계속 그려가고 있다.각자의 선택에 의해.스물여덟, 지나간 시간들을 바라보며 내게 더 이상 청년몰은 유토피아가아니다. 여전히 나는 명확하지 않고 여러 부침들 속에 살고 있다. 함께 사는것에 대한 큰 가치를 그리고자 했고 삐그덕거림을 느낄 때 크게 좌절했다.많은 기대를 했고 각자의 옳은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서로에게 지치기도 했다. 그리고 서로 위로도 받았다.스무 살 때부터 늘 흔들려왔다. 주변에서 제시하는 아름다운 가치가 나의 것인 듯 쉬이 흠뻑 빠져들다가도 또 그 속에서 나를 찾지 못하여 방황하기 일쑤였다. 세상의 이웃을 걱정하는 일도, 공동체를 꿈꾸며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도, 청년몰에서 보고자 했던 유토피아도 나는 그것이 내가 추구해야하는 답이길 바랬다. 열심히 온 힘을 다해 치열하게 사는 것에 대한 환상은‘무엇을 위해’가 빠진 채 나를 계속 얽매어 왔던 것이다. 그것의 방향이 토익이나 공무원 시험이 아니었을 뿐, 먼저 살아 온 경험들을 제시한 것을 쫓는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끊임없이 지속되는 질문 하나.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는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사는’ 청년몰에서 각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십대. 타이포그래퍼 김기조의 말처럼, 내일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기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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