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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 연재 [사회적기업탐방]
늦어지더라도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⑧ - 유리병 재사용·재활용 기업 (주)효우
황재근 기자(2013-06-05 10:16:05)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한 시련이 닥친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그 고비를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떻게 이겨내느냐의 문제다. 유리병 재사용·재활용 사회적기업 (주)효우는 지난 3월 13일 그 시련을 맞았다.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작업장 2동이 불길에 휩싸였다. 퇴근시간 후라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처음 소방서에서 연락이 와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청천벽력 같았죠. 3년간 기반을 다지고 올해 진행해야할 계획들이 많았는데, 맥이 탁 풀렸습니다.” 김양배 (주)효우 대표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추산 피해액은 1억4천여만원. 임대한 작업장이다보니 건물을 원상복구해야할 의무도 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안에 있던 설비는 수리 후 사용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주)효우는 익산자활센터의 재활용사업단으로 첫발을 내딛었고 2010년 독립법인으로 등록한 후, 같은 해 10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2012년 6월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주)효우가 하는 일은 유리병의 수거해서 선별한 후 재사용할 수 있는 병은 살균·세척해 음료 및 약품업체에 납품하고 재활용해야하는 병은 파쇄 재활용업체로 납품하는 일이다. 김양배 대표는 “재사용과 재활용의 개념을 분리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재사용은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유리병을 살균세척해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고 재활용은 파손된 유리병을 파쇄해 다시 유리원료로 만든 뒤 녹여서 다시 유리병을 만드는 겁니다.” 유리병을 재사용할 경우 재활용에 비해 이산화탄소배출양이 1/10까지 줄어든다. 재사용 유리병을 사용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병값을 1/2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재사용 유리병을 선호한다. 김양배 대표는 “유리병 재사용은 환경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비용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일자리창출에도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한다.

불의의 사고를 겪었지만 (주)효우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다. 유리병 재사용이라는 업종의 특성 덕분이다. 유리병 재사용을 위해 살균·세척까지 할 수 있는 업체는 전국적으로도 7개 가량. 대전 이남에는 관련업체가 없을 정도로 경쟁자가 적다. 세척·살균이 완료된 재사용 유리병은 100% 납품할 수 있으니 판매처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원재료가 되는 폐유리병의 수급이다. “저희가 지난해 수거한 병이 1500톤인데 그 중 600톤 가량만 세척병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세척기 가동율이 30%정도인데 이걸 100%까지 높일 수 있다면 수익은 그만큼 늘어날 수 있는 거죠.” 세척해서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육안으로 확인되는 파손은 물론 병 입구부분의 작은 흠집도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유리병을 버리는 과정이나 수거 운반하는 작업에서 파손이 일어나기 때문에 세척병의 비율이 높지 않은 것이다. 병뚜껑을 살짝 닫은 채로 버리기만 해도 병입구 파손을 막을 수 있다고.김대표는 향후 유리병 세척업체가 없는 인근 광역권에 수거 및 선별 센터를 설립해 유리병 수거량을 늘릴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익이 안정되면 지금까지 부족했던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재투자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인해 그의 계획은 연기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효우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후 전북사회적기업협의회를 비롯해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까지 나서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김대표는 “액수를 떠나서 저희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주시는 것 자체가 힘이 된다”고 감사를 전했다. “어차피 벌어진 일인데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저희 계획이 조금 늦어지겠지만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 직원들과 힘을 합쳐 이겨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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