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민예총은 그동안 지역의 문화예술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지역문화의 발전을 모색해 왔다. 전북민예총은 창립선언문에서 “개인과 단체를 한데 묶어 그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합체의 건설이 지체됨으로써, 잠재적인 내부 동력을 사회발전의 추진력으로 진화시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우리의 잠재적 역량을 한 곳에 결집시킬 수 있는 연합 문예 운동 단체를 건설”할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10년 후, 전북민예총은 독립법인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민예총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수요포럼에서 전북민예총의 오늘을 진단하고 지역의 문화운동을 이끌 전북민예총의 내일을 위해 전북민예총의 위상,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전북민예총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문윤걸 | 오늘 자리가 의미있고 좋은 생산물을 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발제를 김승환 교수님께서 해주시겠습니다.
김승환 | 민예총은 한국 진보 문화운동의 기수이며 큰 기둥으로 한국 문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민예총의 새 물꼬를 트자’ 라는 제목은 전북 민예총이 난관에 봉착했다는 의미도 내포된 것 같은데 반성, 성찰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민예총뿐만 아니라 문화운동이나 예술생태계의 전반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북 민예총에 관한 이야기만 하는 것보다 이 문제가 과연어디에서 오는가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하고 전체적인 내용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발제의 내용은 진보예술의 연대조직으로 국가문화 민족문화를 함께 끌어가는 충북 민예총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충북 민예총은 왜 방향 전환을 했는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국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내리고 있는 문화예술 운동의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총체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70~80년대 ‘사노라면 언젠가는~’ 그리고 ‘농민가’를 부르며 민주화 운동을 했고 80년대 문예운동을 거치며 언젠가 진보, 민주화에도 해가 비칠 것이라고 생각습니다. 한국의 민예총은 1988년에 결성되어 2012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민극협으로부터 민미협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와 지역이 단체로 새롭게 구성돼서 연대의 조직, 리좀적인 유연한, 새로운 21세기적 조직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2012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은 수평적 수직적 연대의 원칙을 토대로 경직된 피라미드형 구조를 뛰어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충북 민예총도 독립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고 독립적인 재정과 문화행정체제를 갖추고 방향을 전환한 거죠. 그렇다면, 진정했고 문화사적인 의미가 있던 진보민족예술운동이 왜 위기에 처한 것인가,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가 우리에게 큰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크게 보면 위기는 1990년을 전후해 민예총의 합법화, 제도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생각합니다. 이때부터 합법화와 제도화가 가진 경직된 구조, 시장예술로의 종속, 조직의 이기적 자기 장르중심주의가 심화되다보니 그렇게 되었었던 것입니다. 또 다른, 더 직접적인 원인은 87체제 이후 진보적 사회운동은 어느 정도 대중민주주의를 이루었지만 진보문화예술운동은 사회가 이룬 것만큼 진보적이 되지 못하고 거꾸로 전문화라는 미명하에 신자유주의 시장예술 쪽으로 영합하거나 종속되면서 진보적 예술의 진정성 상실했다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상대적 진보를 진보의 완성으로 오인했던 진보진영의 자기반성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대선만 보더라도 진보진영의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2%가 모자랐던 셈입니다.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 그러니 더 이상 예술의 민주화, 문화의 민주화라는 의제보다는 문화예술의 세계화, 전문화, 개인화에 관심을 가져야 되겠는 오인, 부르디외적 개념으로 이야기하자면 문화예술생태 환경에 대한 오인이 이러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범하게 되는 원인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은 90년대 이후 예술의 중심은 포스트모더니즘의 관점에 놓여있었습니다. 연구, 조직, 철학 미학 60%이상이 포스트모더니즘계열이었고 문화이론연구이었습니다. 탈식민주의 내지 식민성에 대한 반성, 식민 잔재의 청산, 민족문제 통일문제, 더 진보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정치적인 상황의 오인, 문화예술계 자체의 자기반성의 부족이 총체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진보예술운동의 위기를 가져왔습니다. 한국민예총 예술행정문화조직 안에 문제가 생겨 재정구조의 큰 문제, 전국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 민예총에서도 있었던 셈입니다. 예총을 비판하는 것 못지않게 민예총도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조직관리 부재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상승하다 보니 2008년에 폭발, 민예총이 해산할 지경에 이르렀던 겁니다. 본래 민예총은 꿋꿋하고 억세고, 소박하며 억센 기상이 있었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것보다 높은 기상과 비타협적인 의지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것이 사라지고 신자유주의 시장예술, 예술문화행정과 결합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원래 민예총, 진보예술가들이 가졌던 청신, 순수, 소박함을 우선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의 사상을 회복하며 관변단체적인 성격으로부터도 벗어나고, 자본주의 상업적인 역할도 탈피해야 합니다. 세계체제와 분단체제에 대한 깊은 인식을 통해 민예총의 자기 갱신이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그 방법으로 한국 민예총과 지역 민예총의유기적 연대인 신경망적인 기능 즉, 경직된 피라미드적 구조가 아닌 리좀의 유연한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 20~30대는 민예총을 진보적으로 보지 않고 관변조직, 기득권 단체, 보수화된 세력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예술 조직과의 교류를 통해 완벽하게 열린 진보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리라고 봅니다. 한국의 진보예술 조직을 망라한 민예총이 이대로 침몰 할 수는 없습니다. 해가 다시 떠오르도록 우리 자신이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조직개편을 하는 중입니다. 세계화 제국의 지배전략, 자본의 전략과 신자유주의적 음모를 파악하고 전위적으로 사고하되 대중성을 잃지 않는 접점을 잘 찾아야합니다. 민예총의 초심으로 돌아가 청신준일한 기상과 표일웅혼한 기백과 반전평화 해원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끝으로 전북민예총도 같은 고민과 길을 걸어왔을 것이기에 2011년 충북민예총이 방향 전환을 하면서 발표한 선언문의 내용을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각 지역 민예총이 어떠한 방향을 가지고 전망을 세워나갈 것인가를 요약한 것인데 주목할것은 과거처럼 진보예술운동을 한다고 해서 민족 민주 민중을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내세우면 20~30대 예술가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세계적인 진보의 흐름을 열린 자세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게 저는 초민족주의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테바가 이야기하는 초민족주의는 민족주의를 유지하되 열린민족주의, 민족주의가 없는 민족주의인 것입니다. 그러한 탈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초민족주의와 초지역주의와 같은 개념으로 선회하면 민예총 창립 초기의 정신을 지키며 미래를 전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윤걸 | 민예총의 첫 출발부터 미래까지를 담론적으로 발표해 주셨습니다. 예술적 가치를 고양할 수 있도록 민족-민중-민주주의의 역사적 전망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전망을 세우고 미래적 태도, 세계적 진보경향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초민족주의 초지역주의 탈이념주의라는 자세로 토대와 환경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배인석 부산민예총 미디어기획위원장께서 발제를 해주시겠습니다.
배인석 | 김승환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하고, 현실적인 문제, 충북민예총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를 축소해서 말씀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실무자 역할들을 하기 때문에 구체적 방법론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토론이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아픈 곳을 찔러야 하고 부산 민예총에서도 내부비판자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민예총 회원이 많이 안 들어오니 민족예술인이 아니라 민족예술로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공금횡령사건이 들어나는 초기에 있었던 일이었던 탓에 돈을 안 갚기 위한 술책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지만 그것이 아닙니다. 분권화 문제는 노무현정부 때 이미 해야 했던 일을 이제야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부산 민예총은 2009년부터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2010년도 총회에서 부산 민예총 생긴 이래 10년 동안 첫 비밀투표를 했습니다. 93%의 찬성으로 본부탈퇴 확정했지만 본부에서는 안건을 받아 논의에 부쳐서 독립법인화 부분들을 전국화 시켜내면 좋겠다며 1년을 유예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처음에는 회원을 유입시키려고 젊은 사람에 대한 정의, 회원문제, 민족문제를 주 내용으로 다뤘지만 사건이 터지고 지역분권화문제로 결론지어집니다. 하지만 방법론적인 문제가 더 중요합니다. 젊은 사람들에 대한 문제는 투자해야 합니다.부족하고 투자를 받아야 될 사람들이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드는데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막연히 젊은 사람이 와야 된다는 이야기로는 안되기 때문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된다는 겁니다. 일례로, 미디어기획하면서 잡지를 만드는데 중간급 평론가들보다 대학생들의 원고료를 더 줍니다. 평론가들에게 줄 돈을 대학생들에게 주는 거죠. 이 조직은 이런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니 이 조직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젊은이들이 들어옵니다. 분권화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주화 문제와 관련 있습니다. 민주화는 결과적으로 보면 지역자치입니다. 근본적인 삶의 형태가 개인에서 시작하여 개인으로 끝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하지만 지금 조직은 그러한 철학을 담을 만한 조직이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저희의 결론이었습니다. 사단법인의 허가를 받으려는 법은 나름 민주적인 것을담고 있지만 민예총 예술정신으로 봤을 때 이 법으로적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것들이 많습니다. 더욱이 이미 있는 정관조차 실현하고 적용해보지 못했는데 이보다 더 복잡하거나 관리하기 힘든 시스템을 가져올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부산의 예를 들면 회장을 선출에 공고도 하지 않고 투표도 없이 암묵적으로 뽑는다던지 정관에 피선거권을 제약할 만한 내용을 집어넣는 사례가 있었다는 거죠. 관에서 제시한 정관 또한 소화하지 못하는 조직이 반민주적인 세력에게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현 상황은 예고되었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본부에서 탈퇴를 해서 지역자치를 실현하는 분권화를 이뤄야 하는데 그렇다면 본부가 불필요다는 것인가?그래서 생각을 한 것이 수평적 네트워크입니다. 수평적이란 좋으면 같이 하고 안좋으면 언제든지 네트워크를 끊어버릴 수 있는 권한들을 가지는 것이죠. 본부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들이 이런 방안입니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어떻게 가질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죠. 근본적으로 예술가 조직에서 사단법인 체제가 맞지 않는 것이 의결체계와 집행체계를 나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예술에서는 이렇게 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체계를 봤을 때,고민스러운 것은 의결과 집행을 합치시킬 수 있는 토대, 결정을 허락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구조, 하고 싶으면 바로 삼삼오오 일을 시작하고 나중에 정리해내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사단법인 체제를유지하며 이를 보장해내는 체계를 만드는 것까지는논의되었습니다. 하나 더 진일보 한 것은 대의제가아니고 직접민주제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입니다.완전 직접민주제는 실현이 안 되지만 대의제 반 직접민주주의 반의 구조인 셈입니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직접민주주의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또 지금의 상황은 장르단위로 진행되는데 한계가 많습니다. 이전에는 장르가 하는 것들을 모으면 일이 되었기 때문에그것만 하더라도 진보적이었고,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반향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장르들이 올라온 일들로 봐서는 중요한 일들을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밖에서 좋은 일들, 이슈가 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0년 전의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는 거죠. 그러면 단체의 이용 가치가 없어지고 기획력도 대중력도 없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의결체계가 안 되는 것들은 분리시켜야 합니다.기획 단위에서 결정 난 것들을 사무처에서 단순 사무만 할 수 있도록 사무처를 조직의 가장 밑으로 내려보내는 겁니다. 민예총 소식지를 민예총 이야기를 싣지 않고 부산 시민을 위한 문화잡지로 만들었습니다. 왜 민예총 이야기가 나오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의미있는 일을 하지 않으니 안실리는 것이랍니다. 재미있는 것은 좋은 취재거리를 찾아가 봤더니 민예총 사람인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지금 민예총이 하는 일들이 가능성 있게 보인다면 실리게 될 거라는 겁니다. 솔직하게 이렇게 가야하지 않느냐 민예총이. 억지스럽게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책을 만들어서 뿌리면 아무도 안보죠. 권력이니까 시에서 돈을 받아서 10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만들고 있는 이런 상황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살펴보면 문제의식이 잠정적으로 있어요. 하지만 내부비판, 방법론을 못찾았는데 그건 앞으로 해야 할 일이죠. 분권화가 되었을 때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너무 걱정 안해도 됩니다. 민예총이 재도약을 할 수 있을 만한 충분한 방법적인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분권을 스스로 하면서 연결이 되는 기술은현재 가능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권리라든지 자유로운 구조를 지회조직 안에 심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모델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윤걸 | 김승환 교수님이 전반적 환경변화에 대해 이야기해줬다면 배인석 위원장님은 부산민예총 변화사례를 중심으로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부산민예총의 결론은 기존의 조직으로는 변화된 비전을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전면적 개편 필요하다, 그 방향은 지역분권화와 지역자치를 달성하는 것이고 수평적 네트워크라는 방법론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역의 결정사항에 대한 방향설정, 공론화, 여론수렴 과정 등이 남아있을 듯 한데 구체적인 부산민예총의 역할찾기 역시 진행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분의 발제가 저희가 논의하는 문제에 대해 거시적 담론과 구체적 사례로 적절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는지 최동현 교수님부터 말씀해주시죠.
최동현 | 전북민예총을 건설하는 데 일조한 사람으로서 두 분의 발표를 들어보니 그 동안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합니다. 사실상 조직이나 운영에 직접적 참여를 해야 할 일이 없을 시에는 간섭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관망하는 것으로 지내왔지만 최근에 와서 조직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활동도 활발히 하는 것 같지 않고, 회의나 행사에 참여하는 회원 수도 적고, 그래서 변화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 개인과 단체가 연대를 하면 성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전북민예총을 창립했던 것이고 일부 성과가 있긴 했지만 그것이 지속적이지 못했고,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만 하다 보니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은 현실의 문제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민예총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더군다나 민예총 창립에 일조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전북민예총은 시대가 변화하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으나 아직 조직을 이끌어가거나 조직에 속해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아서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발표하신 두 분의 발표내용을 깊이 참고해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윤걸 | 최동현 교수님께서 초기의 능동적이고 적극적 활동력을 상실했다고 지적 해주셨습니다. 전북민예총과 관련해서는 현실진단이 부족했고 따라서 대응, 변화, 개선노력도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문병학 사무처장님 말씀해주시죠.
문병학 | 김승환 교수님께서 발제문을 통해 전북민예총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민예총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하셨는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나아가 한국의 진보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05년 초여름 스스로의 시창작 전망에 대해 큰 위기감이 느꼈습니다. 그 느낀 위기감은 비단 제 개인적인 것이 한국진보예술계 전체의 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현상적인 민주주의 실현에 도취되어 그것을 진짜 민주주의 실현으로 오인한 채 무장해제를 당하고 있다, 이점이 진실로 진보의 위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정체성의 혼란 이것은 곧 민족예술인들에게 있어서 저승사자이지요. 전북민예총창립 주비위원회 제1차 모임이 열린 날이 9년전 바로 오늘, 그러니까 2004년 2월 20일입니다. 그날 한옥마을의 술집 ‘딱 좋아’에서 문화예술계 7~8명이 모였지요. 그 무렵 전북지역에서 민예총 창립에 대한 논의가 회자되었는데, 민예총의 이념적 지향이 지나치게 무거워 시대에 맞지 않아 창립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 않다, 전북민예총 창립이 타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늦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성미 급한 제가 창립 필요성을 부정하는 의견에 반박하면서 전북민예총을 창립하겠다고 나서서 창립 주비위원회를 꾸렸고, 총 5차례 회의를 열었습니다. 그회의에서 모아진 의견에 따라 창립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비로서 2004년 가을 전북도립국악원에서 전북민예총이 창립되었습니다.
문윤걸 | 가장 민족운동계가 활동하기 좋았던 노무현 체제가 가장 위기였다는 것이 상징적입니다. 극복을 위한 시대적 전반의 흐름에 대한 공부가 동시에 진행되었어야 하는데 그 시절 이후로 담론은 없어지고 행동, 실행만 남았던 것 같습니다. 시대 전반에 대한 흐름을 민예총이, 민족예술계가 관통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 시대적 흐름을 놓치면서 한국 진보 전체의 문제와 동일한 문제가 되어버렸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위기진단과 관련하여 큰 틀에서는 대동소이 한 것 같습니다. 전북민예총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해보면 지역마다 특별한 환경이 있지 않겠습니까? 충북은 어떤지, 지역이 가진 문제점은 없습니까?
김승환 | 있지요, 꼭 1년 전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한국 문화예술사에 있어서 특별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국 예총 회장단과 회원 500명 청주에 와서 시위를 했는데 표면적인 충북문화재단을 타도하자였으나, 실제창끝은 민예총을 향한 거죠. 한국예총은 기득권 특권을 누리는 권력자라고 아는데 이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운동가를 부르고 충청북도 문화재단이 있는 충북도청에서 시위를 했습니다. 전북의 경우 우리가 관심있게 보는 것이 지역문화진흥법인데, 현재 국회에 올라와 있습니다. 이런 것을 통해 새로운 의제를 국회차원과 체계적인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이런 생각입니다.
문윤걸 | 앞에서 논의했던 사회적 정치적 환경 속에서 민예총을 보면 민예총이 가진 고유한 문제들이 묻혀버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반성을 하려면 지역 민예총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문제들도 검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점에서 최동현 교수님께서 지역의 현황을 잘 보시니까 한 말씀 해주시죠.
최동현 | 민예총이 힘을 가지려면 전북작가회의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연계가 잘 안되고 있어요. 회장들이 주로 민미협에서 되다보니 작가회의가 소극적이 되었어요. 회원수도 많고 사회적 영향력도 큰 작가회의에서 적극적 협조가 필요한데 그런 게 잘 안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북민예총처럼 문화재단을 장악하는 것은 재원 확보의 문제와 관련이 되는 것인데 오히려 어쩌면 없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돈 받으면 타락하게 되어 있어요. 조직이 계속 유지되고 활력을 가지려면 젊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것이 잘 되지 않는 게 문제지요. 문병학 사무처장께서는 진보의 위기라 말씀 하셨는데, 누구든지 위기는 맞게 되어 있습니다. 조직이 오래되면 회원이 늙고, 회원이 늙으면 조직 역시 늙습니다. 늙은 사람한테 자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라고 하면 곤란하고 또 잘 되지도 않습니다. 근본적 변화는 젊은이들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젊은이들을 흡수하여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해야 하는데 이것을 못한 게 잘못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민예총뿐만 아니라 모든 단체가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왜 안 들어오는가? 이들을 유인할 만한 요소가 없는 거죠.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배인석 위원장님이 아까 여러 조사를 하셨다고 했는데 그런것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이 안 들어온다고 탓하지 말고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반성을 해야죠.
문병학 | 그 말씀에 동의를 하면서도 동시에 위험을 느껴요. 작가회의 경우 젊은 회원들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고맙고 반가운 마음과 위험성을 동시에 느낍니다. 작가회의 정체정이 희석되면서 지나치게 개량화된 길로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우 때문입니다. 9년전인 2005년에 저는 작심하고 민예총 본부 홈페이지에 글을 한 편 올렸습니다. ‘민예총의 정체성에 대하여’였는데, 그 글의 요지는 민예총의 정체성은 반골성과 재야성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출범 이후 반골성과 재야성을 급격하게 상실해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지않아 꼴사납게 될 것이다. 그러니 서둘러서 반골성, 재야성 회복에 나서야한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예술가들의 이상에 온전하게 부합하는 세상은 없지요, 궤변입니다만 저는 진정한 혁명적 예술가라면 세상이 바뀐 후 유배되거나 처형당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민주정권 참여정권이 들어서니 다 자리차지하고 들어가요. 이것이 망조였지요. 지난 70~90년대 운동권들에게는 해방전후 역사에 대한 인식이 자양분이었지요. 그것을 자양분으로 이른바 87년체제, 6월 민중항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룩해냈지요. 그래서 무장을 풀고 느슨하게 쉬고 있는데 6자회담, FTA라는 정체불명의 괴물을 앞세운 21세기가 들이닥쳤습니다. 진보세력들은 혼비백산 우왕좌왕했지요. 이게 지금 한국 진보계의 모습입니다.21세기 초입의 시대상황은 해방전후 역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1894년 갑오년을 전후한 역사인식으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년이 갑오년이지요.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894년 갑오년을 전후한 서세동점의 격랑과 2014년 갑오년을 전후한 FTA라는 격랑은 일란성 쌍둥이지요. 동학농민군이 19세기 서세동점의 격랑에 휩쓸려 죽지않으려고 죽창을 들었듯이, 21세기 초입의 FTA 격랑에 휩쓸려 죽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들도 뭔가 눈을 크게 뜨고 대처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문윤걸 | 질문하고 싶었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문병학 사무처장께서 답변을 주셨습니다. 21세기적 전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는데 새로운 운동 전망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구요. 그 전에 드리고 싶은 질문은 배인석 위원장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인데요. 지금 젊은예술인의 참여가 민예총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문제점은 논의가 되었는데 젊은 예술가들의 참여가조직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라든지 위기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거나 대응해야 할 터인데 부산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배인석 | 집을 지으려면 설계와 기획이 필요합니다. 기획의 문제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것인데요. 즉 젊은 친구들의 문제는 철학적 문제로 다가설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것은 저의 역량이기보다는 교수님이거나 선배들,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입니다. 중요한 것은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죠. 젊은이들의 관점에서는, 민예총의 위기라고 하지만 실제로 부산 문화 전체로 봤을 때 부산민예총이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는 것이죠.젊은이들은 민예총 놀려먹기를 해요. 이런 건 민예총이 못하지 하지하며 일을하는 것이 젊은이들에게는 더 재미있는 거죠. 지금 김지하 시인을 제명을 이야기하는데, 제가 아는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하면 제명하지 말자는 쪽에 손을 들어줄 겁니다. 정치적인 소신인데 그런 사람도 한 명 있을 수 있지 뭐 그게 그리 큰 문제야라는 거죠. 여기 오면 유니폼이 다 같아야 하는 거잖아요. 유니폼을 벗기려고 예술을 하는데 예술가 단체가 다 똑같은 옷을 입고 있으니 젊은 예술가들이 보면 웃기는 거죠. 젊은이들의 보수성을 이야기하셨는데, 일을 할 때 보면 젊은 친구들이 보수성이 있어요. 오히려 선배들보다도 보수적인 측면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세대마다 보수와 진보적인 세대가있는 것 같아요. 386세대는 진보적이고 그 이후 10년은 약간 보수성이 있습니다. 지금 대학을 들어가는 세대는 진보적이고 이 세대의 10년 전은 보수적이예요. 세대 간 보수차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좀 해명이 될 것 같습니다.
문윤걸 | 두 분의 말씀을 들으며 의문이 생기는데요. 배인석 위원장님은 민예총 내에서도 관점이나 사고가 공존할 수 있다고 판단하시는 것 같고, 문병학 사무처장께서는 그게 불편하다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문병학 | 아닙니다. 단체나 개인에게 있어서 정체성은 곧 정신과 영혼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예술인들은 곧 죽더라도 “정신 없는, 넋 빠진, 영혼을 파는” 그런 존재로 전락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기 때문에 정체성 문제에 있어서는 물러설 수 있는, 양보할 수 있는 한계선은 또렷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합니다. 자기 정체성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해지면 머지않아 그것은 곧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의 심장을 향해 돌진해올 것입니다. 지금 한국 진보의 위기는지난 10년간 진보 스스로가 자기 정체성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던 것에 대한 대가를 치루는 것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리버럴… 도를 넘어간 개량화에 대한 스스로의 죄값을 치루고 있는 것이지요.
문윤걸 | 제가 느낄 때, 민예총이 설립되던 초반 무렵에 민예총의 지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것이 지금 시점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정리를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그게 김승환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초민주주의, 초지역주의, 탈민족주의로 이해해도 되나요?
김승환 | 그 고민을 저희도 많이 했습니다. 민족문제를 중심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굳건하게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문화생태계의 젊은 사람들의 문화적 감성을 어느 정도까지 포용할 것인가를 논의했습니다. 충북에서 젊은 사람들을 세우기 위한 많은 노력 중의 하나로 장르의 이기성, 조직의 배타성을 허무는 노력을 했습니다. 이렇게 젊은이들의 감수성을 수용하는 거죠. 부산민예총도 우리가 갈 방향을 미리, 선험적으로 보여주었다 생각합니다. 미디어장르 쪽을 새로 실험을 하고 계신데 상당히 성공적입니다. 미디어장르는 2~30대 밖에 없어요. 민예총이 장르적 고착성을 해체하고 새로운 장르 쪽으로 가면 젊은 세대를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문윤걸 | 저는 민예총을 예술인의 모임이기는 하지만 운동적 지향이 강한 단체로 보는데 그것이 장점이자 한계점인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세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현재 그것으로부터 상당히 유연해 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예총과 민예총의 시대적인 역할의 차이는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요?
최동현 | 그래도 달라요. 시대가 바뀌어 대선 국면에서 복지사회 건설하겠다고 주장을 하지만 새누리당의 복지와 야당의 복지가 같습니까, 결과가 다르잖아요. 이념적 지향이 강하지 않으면 똑같은 거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다르지 않을지라도 양심적, 도덕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잖아요. 민족, 이념에 관해 문병학 사무처장께서 강력하게 이야기했는데, 그것을 가지고 젊은 사람들을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개인의 신념으로 끝까지 가질 수는 있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신념이라 하는 것을 후세대들에게 강제로 투입시킬 수는 없잖아요. 변화되는 사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를 해야 하는데 민족민주 아니라도 끌어낼 요인은 있어요. 물적 기초가 다르기 때문에 결국 의식이 달라지는데 그 차이를 가지고 구별을 하고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을 하는 것이 필요해요. 나이든 사람들이 젊었을 때 민주화에 공헌을 하고 끝까지 투사로 남지 못한 데 대해서 비난할 필요는 없어요. 좀 섭섭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들도 나머지 삶이 있는 데 강요 할 수는 없는 거죠. 젊은 사람들을 양성하고 끌어들이고 그 사람들의 사고를 받아들여서 자꾸 우리 자신도 변해가야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문병학 | 민족문제, 분단체제극복의 문제, 극단적인 경제적 양극화문제 등등 사회적인 문제를 젊은 세대들에게 강압할 수는 없지요. 거꾸로 젊은 세대들의 사고의 패턴을 수용하면서 386 직전직후 세대들은 업이다 생각하고 민족적인 문제들을 내팽개치지 말고 힘겹더라도 지켜가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버티기를 해나가면서 보다 나은 세계로 나아갈수 있는 새로운 정권창출 등에 힘을 기울여야하겠지요. 딱 거기까지만 하고 현실정치로 뛰어드는 것을 될 수 있으면 피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최동현 | 그 전에 했던 사람들에게 그대로 맡겨 둘 수는 없지요. 젊은이들이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는데 가만히 보니 북한 핵문제가 각성을 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점점 심각한 국면으로 가는데 전쟁이냐 평화냐의 문제로 가면 사람들이 나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면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전쟁을 불사하는 사람들, 진보 대 보수가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분화된 사람들이 혹시 진보진영의새로운 동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기대를 해봅니다.
배인석 | 민중문제는 자기현실을 기반으로 해야 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통일이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하기보다는 통일이 안 되면 북쪽에 가서 알바를 못하잖아 그러니까 반알바적이고 관광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통일이 안되면 반관광적이다는 식의 이야기를 해야 되는 거죠. 실제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거죠. 지금은 예술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언론이 맛이 가고 결국 예술 밖에 하소연 할 데가 없는 거죠. 하지만 예술 하시는 선배들이 현실을 외면하니 젊은 사람들은 예총과 민예총은 똑같다고 생각하는 거죠. 단지, 예총은 이익을 챙기는 데에 능하고 민예총은 이념을 챙기는 것을 잘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죠.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이익문제도 그렇게 살고 싶지않고, 이념문제도 그렇게 딱딱하게 살기 싫은 거죠.민예총이 이념으로 회원이니 아니니를 따지고 있으니 젊은층이 봤을 때는 한심한 거예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문제는 상당부분 치명적일 것이지만, 나이드신 분들이 같이 즐겨버리면 다른 굉장한 이야기들이 생길 것입니다. 리더십의 경우 나를 따르라고 하기보다는 방안은 없지만 다 내놔봐라, 이것을 다 취합하고 이런 게 있었네, 그럼 이거 해 하는 식으로 민예총의 리더십이 바뀌어야 합니다.
문윤걸 | 이제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21세기 민예총의 시대적 역할을 정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배인석 위원장님은 현실적인 조건에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것이 예술이라고 정리를 하신 것 같고, 문병학 사무처장님은 민예총의 기본적 정신은 시대를 꿰뚫어보고 진단하고 비판하는 야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거의 답은 나온 것 같은데 민예총이 다른 조직들과 달리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정리 해주셨으면 합니다. 김승환 교수님 먼저 말씀해주시죠.
김승환 | 민예총이 처한 각 지역과 전국 조직이 위기에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라도 건전하고 진지한 조직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하고 문제가 있더라도 새로운 조직이 민예총을 극복하지 않는 한 우리는 민예총을 지켜야 합니다. 충북민예총의 경우는 세계적인 예술 환경의 변화 속에서 세계적인 진보를 끌어나가는 담론을 한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다소 거시적인 방향을 잡았습니다.일국가적이고 일민족적인 담론만 가지고서 동북아시아나 세계적인 진보예술운동을 하기는 어려우니 적어도 우리 예술 문화의 공간 영역을 동북아시아로 놓고, 분단체계나 민족문제를 보고, 일본-중국-한국의 진보예술운동의 새로운 기운을 우리가 일으켜야 하며 국가 안에서의 운동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충북민예총은 베트남에서 일본 몽골에 이르는 진보네트워크를 우리가 구축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하는 세계적인 연대운동 시도해 봤습니다. 민족문제와 국가문제를 동북아시아의 진보운동으로 한 차례 상승시키고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우리의 민족, 민중, 민주 정신만은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 지역운동의 길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입니다. 전북민예총이나 충북민예총, 전국 민예총이 국가 민족 내에서는 안에서 연대하고 바깥으로도 연대하는이원적 연대의 틀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병학 | 나아가 동아시아 각국 예술인들의 연대문제도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작년 10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일본의 작가인 것이 부끄럽다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그 글 중에서 ‘민족주의는 싸구려 술과 같다’라고 말한 대목이 있는데, 쉽게 달아오르고 몸에도 해롭다는 상징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사용했겠지요. 맞습니다. 일본은 그 싸구려 술과 같은 민족주의를 하루라도 빨리 내버려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민족주의를 유리그릇 다루듯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 여깁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민예총은 목적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 조직입니다. 예술인모임이 펼치는 주요한 목적사업은 곧 예술작품 창작이겠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민예총은 기관지원금을 받아 사업하는 것에 온통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전북민예총 부지회장과 감사를 연달아 맡았었기 때문에 제가 잘 압니다. 결코 빈말이 아니라 기관지원금 받아 사업하는 것이 거의 전부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건 아니지요. 이렇게 한심스럽게 운영할 거라면 차라리 단체해산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새 물꼬를 트기 위한 포럼에서 할 말은 아닙니다마는, 큰 틀에서 단체를 해산하는 것도 새로운 물꼬를 터 나가는 것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윤걸 | 민족이라는 개념이 아직은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유효하다는 말씀이시고 그 유효한 개념이 민예총을 통해 연구되고 이것이 문화예술로 드러나서 민예총의 지향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셨던 것 같습니다. 배인석 위원장님 말씀 해주시죠.
배인석 | 민족문제든 분단문제든 거기에 대한 과제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그 문제는 이미 내재한 문제이니 조금 더 낙관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분단된 나라에서 민족 구성원의 고통이 우리 세대에서는 할 말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젊은이들은 알바때문에 교양을 쌓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 민족 문제, 구성원 문제죠. 정치의 문제도 그렇지만 우선순위의 문제로 풀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민예총이 해야 할일은 젊은 사람들을 영입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안건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겁니다. 자기들의 문제들 우선순위에 두고 젊은 애들이 안 들어온다고 하면 안되는 거죠. 리더십이 분명히 바뀌어야 하는 거죠. 김승환 교수님이 말씀하신 국제적 연대도 현 세대보다 정보가 많고, 상식적이고, 감각이 국제적인 젊은이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민예총이라고 하는 상식있는 단체가 젊은 사람 육성을 10년을 포기한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더 암담할 것입니다. 민족 구성원, 민족 이야기하면서 차세대들에게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민예총은 뼈저린 반성을 해야합니다. 전북민예총이라면 전북의 하늘 아래 예술가는 다 민예총이라는 식의 회원의 확대적 개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비내고 가입원서 받은 사람만 회원이라고 생각하는 구닥다리 사고방식을 버려야 합니다. 대구민예총에서 만들어지는 예술 생산물을 세 번 정도만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명예회원으로 만들고, 그 명예 회원은 총회에 올 수도 있는데 심지어 회장 선임권까지 주라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활동하는 사람만이 아닌 회원이 아니라 소비하는 사람까지 개념을 넓혀야 합니다. 상식적인 일들은 정치가 하는 것이고 예술은 비상식적인 일을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비상식적인 일들을 해야 할 단체들이 스스로 그 룰만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예술가다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80% 정도의 낙관적으로 생각하는데 지금의 젊은 세대는 듣고 보니 맞을만한 이야기가 별로 없어 침묵하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 벌어질 때에는 그 친구들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에게 해야 할 일은 상식을 키우는 것이고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이것을 안하면 민족구성원을 망치는 겁니다. 민예총 10년 동안 가졌던것들을 다 주세요. 대구에서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민예총 이름으로 예산을 따와서 민예총 사람에게 주지 말고 젊은 친구들에게 시킵니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이 민예총 주변으로 와요. 단지 우리가 기득권을 포기하면 될 일입니다. 안 주고 잡고 있는 것이 문제죠. 그래도 이 동네에서 민예총만큼 믿을 만한 조직이 없고 바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조직이 민예총인데 이 사람들마저 거절한다면 이 도시는 망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방법에 대해서는 선배들이 이미 생각하고 있는 것들도 있을 테고,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방법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최동현 | 많은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습니다. 이 토론의 주제가 ‘전북민예총 새 물꼬를 트자’인데 민예총 자체 내에서 만들지 않고 마당에서 만들었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민예총 내부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논의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충북, 부산의 도움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떤 조직이든 운동이든 얼마만큼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몇만 있으면 조직이 잘 돌아가고 새로운 것도 찾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위치 안에서 헌신적인 태도를 가지고 임하면 좋을 것입니다. 헌신해서 젊은 사람이 들어오면 물려주고 나가는 것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좋은 의견이 민예총 발전의 자양분이 되길 바라고 여러분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진창윤 | 민예총 회장을 3년 했는데,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일을 많이 벌이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6개월만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민예총이라는 조직이 예술가조직이다, 작업을 하고 싶다, 자기를 불러내지 말라는 거예요. 만약 조직 운영만 누가 해 주면 잘 될거예요. 작업과 운영의 병행에 대한 근본적 문제가 있는 거죠. 그 다음의 문제는 독립법인을 추구하지만 조직을 아무리 바꿔도 조직보다 사람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 민예총 중에 잘되는 데가 있는데 이미 독립법인하기 전부터 잘하고 있었습니다. 독립법인이 되는 것은 체계를 만들어가고 사람을 끌어내는 과정의 문제일 뿐입니다. 결국 문제는 조직이라기보다 열심히 하고 잘 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나갈 때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결단을 내리고 끌고 간다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윤걸 | 전북민예총이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맞추어 전북민예총의 중요한 조언을 해 주신 점에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크게 전북뿐 아니라 전국민예총, 진보에대한 진단이 있었고, 그 안에서 전북민예총이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전북민예총이 노령화되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 지적이었습니다. 따라서 민예총이 젊어질 필요가 있고 기회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한 것 같습니다. 민예총이 지금까지는 단일한 관점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관점, 다양한 활동,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점에도 합의를 해주신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