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 |
[문화현장] 동문예술거리페스타
관리자(2012-12-06 16:47:54)
예술, 거리의 일상으로 만들기
임주아 기자
지난달 11월 10일부터 9일간 전주동문거리 일원에서 열린 ‘동문예술거리페스타’가 막을 내렸다. 축제는 공연, 전시, 체험, 포럼, 작업실탐방으로 크게 다섯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10일 오후 창작극회, 인형극단 까치동, T.O.D.랑 등 연극공연으로 문을 열고 18일 임성한, 유기준, 김대환 등 동문거리작가들의 작업실을 둘러보는 탐방프로그램으로 아흐레간 일정을 마쳤다.
올해 군산·전주·익산·남원시가 문화예술의거리조성사업에 선정되며 동문거리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전북도는 전주동문거리에 14억원을 투입해 빈 건물을 매입, 리모델링을 한 뒤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내주면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예술놀이터로 만든다고 했다. 기다리던 사람들의 반가움은 컸다. 하지만 사업방향은 예상과 달랐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자던 사업은 원래 있던 공간에 프로그램을 얹는 축제로 대신하며 전격 축소됐다. 그 사이 사업을 총괄했던 단장이 사임해 혼선을 빚었고 추진단은 부랴부랴 지난 9월 ‘동문예술거리협의회’를 꾸려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동문예술거리페스타를 열었다.
다시 열린 축제, 긍정적 반응
11월 10일, 그 뚜껑이 열렸다. 창작지원센터 1호점(풍전콩나물국밥 옆)앞에 간이무대가 마련되고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창작극회와 인형극단 ‘까치동’, 전통문화마을, 인형극단 별 ‘Puppets theater’, 한스타일 장돌뱅이의 공연이 시작됐다. 젊은 청년 신유철(전주시립극단 단원) 여현수(전주기접놀이 용깃수) 박재섭(문화영토 판의 무대·조명 감독)씨가 결성한 ‘한스타일 장돌뱅이’의 풍물·강령탈춤·차력·기접놀이 퍼포먼스가 흥을 돋우었다. 인형극단 까치동이 가요 립싱크를 하고, 동물들이 여는 작은 서커스 등을 엮은 ‘Puppet Theater’의 공연은 대사 없이도 관객들의 호기심 사기에 충분했다. 기존 동문거리축제에서 무대공연만 있었던 것과 달리 닫힌 무대에서의 공연을 축제의 공식프로그램에 포함했다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공연을 펼친 인디밴드 ‘이상한계절’의 김은총 씨는 “이번 동문거리페스타는 다시 첫 걸음을 뗀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공연이 객석을 꽉 메우진 못했지만 동문거리에 새로운 축제프로그램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동문거리에 있는 ‘창작지원센터’와 ‘두레공간 콩‘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왱이콩나물국밥집의 친정밥상부터 루이엘모자박물관의 전통모자까지 동문에 있는 상점 63곳에서 총 250개 물품이 전시됐다. 동문상가 주인들이 오랫동안 사용한 물건과 각자의 추억이 담긴 소품을 전시한 ‘동문사물집합전’. 동문거리 사람들만의 물건을 모아 하나하나 설명표를 붙였다. 또 다른 전시는 ‘동문상가풍경전’. 화가 유기준의 아트숍 ‘나비늘꽃’에서 열린 전시는 홍지서림, 소금인형, 콩나물국밥집 등 동문거리에 있는 상가를 그렸다. 전시장은 작업실 탐방 프로그램에도 활용됐다. 축제 막바지인 11월 17일과 18일, 동문거리 내 미술작가들의 작업실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 ‘열려진 작업실’에서 창작지원센터와 두레공간 콩을 포함한 16곳을 방문했다. 대학생과 교사, 초등, 고등생 총 20여 명이 작업실을 찾았다. 배은지(전통문화고·1) 씨는 “생각했던 곳과 달리 작업실이 복합문화공간이 된 곳이 많았다”며 “작가들의 새로운 작업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고 했고, 김인숙(덕암정보고 교사) 씨는 “신청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반 학생들과 함께 군산에서 왔다”며 “작가들의 개인적인 공간을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볼 수 있어 색다르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예술성이냐 향유기회 제공이냐
추진단이 지난 15일 마련한 제 3차 동문포럼에서는 화가 조해준, 두레공간 콩 대표 이영욱, 전북미술협회 정책실장 홍현철, 군산창작공간 여인숙대표 이상훈, (사)마당의 구혜경 팀장, 작가공동체 모리에서다 대표 최진성 씨가 참여해 ‘미술인이 말하는 동문예술거리는?’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전북도가 문화예술의거리조성사업에 관련, ‘제2의 홍대 거리 조성’을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으나 원도심 활성화 일환으로 사업을 추진해온 일부 지역은 고민에 빠졌다. 기준이 불분명한 ‘홍대 거리’를 젊은 예술인들이 다니는 거리로 규정지어야 하는가부터 이 거리를 인위적으로 만들 경우 도가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가까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자들 역시 동문거리사업을 본래 이곳이 갖는 미술인들의 인프라로 발전해야할 것인가, 다양한 장르로 도가 의도하는 장기적 시민예술촌 조성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지역 예술인인과 주민들 간의 스킨십으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소모임이 늘고, 지나친 상업화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했다. 이영욱 두레공간 콩 대표는 동문거리사업은 시민들을 위한 사업이 돼야 한다며 “시민들을 위한 사업이 곧 예술가를 위한 사업”이라며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술인들을 지원해줄 것과 개별 작업을 공동의 문화상품 개발로 연계할 것”을 제안했다. 마당의 구혜경 팀장은 “사업의 가시적인 과정이 후반에 와서야 드러나 많은 예술인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며 “예술성을 만들어 미술의 메카를 만들자는 것인지, 아니면 시민들에게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인지 명백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청한 김대환 작가는 “젊은 작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작업실”라며 “마음 놓고 예술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