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 |
생각의 발견
관리자(2012-12-06 16:47:09)
당신은 누구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윤목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모든 것을 다 보여주어야 한다. 거의 발가벗은 것처럼, 아니 그 발가벗은 몸에 온갖 덧칠을 해서 말이다. 여기에서 그 후보들의 P.I라는 것이 등장한다. 기업의 C.I가 그 기업의 모든 것을 말해주고 그 기업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것처럼 후보들의 P.I는 후보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전략이 되는 것이다. 이번 18대 대통령선가를 앞두고 세 후보의 P.I전략을 포함한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살펴보기로 한다.
후보들의 출마선언 장소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출마선언 장소에서부터 많은 신경을 썼다. 후보들의 출마선언 장소가 바로 후보들의 출마의 변을 가장 극명하게 말해주는 당위성의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출마선언 장소로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을 택했다. 각계 각층 국민들이 오고 가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이 그 선택의 이유였다고 한다. 박근혜 후보가 갖고 있는 불통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한 장소로 타임스퀘어라는 열린 공간을 ‘소통’의 코드로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후보는 서대문 독립공원을 선택했다.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공지영작가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부엉이바위를 추천했다고 하나 부엉이바위는 ‘복수’적인 의미가 다분하여 제외되었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장소는 충정로 구세군아트홀에 위치한 상설공연장이었다. 다른 후보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안 후보가 문화와 공연을 사랑하는 ‘문화대통령’이란 긍정적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 혜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고 보여지나 안철수 후보의 실내공간은 과연 그 의미가 잘 전달되었는지는 의문이다.
후보들의 캠프명
후보들은 캠프명도 각각 신경써서 명명했다. 우선 박근혜 후보는 공모를 통해 ‘국민행복캠프’라고 이름 지었다. 경기침체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캠프라는 뜻일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담쟁이캠프’라고 이름을 지었다. 담쟁이잎 하나가 수백, 수천의 담쟁이 잎과 손잡고 결국 벽을 넘는 것처럼 국민과 함께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의 벽을 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담쟁이는 ‘담쟁이 포럼’의 공동제안자이자 캠프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도종환의원의 시제목이기도 하다. 안철수 후보의 캠프명은 국민공모를 통하여 ‘진심캠프’라고 이름지었다. 진심으로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안철수 후보의 출마선언의 의지를 담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안철수 현상’을 일으킨 저변의 키워드인 ‘상식’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지 않은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심’이란 어느 정치인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후보들의 슬로건
정치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슬로건일 것이다. 세 후보의 슬로건은 박근혜 후보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문재인후 보의 ‘사람이 먼저다’, 안철수 후보의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이다. 세 후보의 슬로건 중에서 국민들의 가슴속을 파고 들만한 히트작은 없는 것 같지만, 그중에서 고른다면 박근혜 후보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무난하지 않나싶다. 왜냐하면 ‘사람이 먼저다’는 지난 17대 대선 때 문국현 후보의 ‘사람이 희망이다’와 너무 유사하고 하물며 어느 보험회사의 슬로건인 ‘차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와도 너무 유사하다. 또한 사람이 먼저라는 말은 다분히 인권지향적 슬로건일텐데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이 사람이 먼저인지, 먹고 사는 것이 먼저인지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고 너무 추상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선언에서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라는 슬로건을 발표했다. 아마 기존 정치권의 선동적인 슬로건과는 차별화하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나치게 평범한 표현으로 안철수 후보의 강점인 참신성이나 변화에 대한 기대감 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박근혜 후보 측은 인물슬로건으로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라는 것을 내놓았는데 김대중대통령이 사용했던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에 ‘여성’ 하나만을 추가하여 사용한 의도적 표절이지만 다른 두 후보에 비해 풍부한 국정능력을 강조한다거나, 예년의 대선과는 달리 20% 득표를 목표로 하는 호남표를 의식한 의도적인 표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한 안철수 후보 측도 그 후 ‘진심의 정치’, ‘미래는 이미 우리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등의 슬로건을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그다지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슬로건은 아닌 것 같다.
후보들의 P. I
후보들의 P.I전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후보는 박근혜 후보다. 기존의 정장바지차림에서 청바지나 빨간색 구두로 대표되는 파격적인 변신은 취약층인 젊은층에게 다가가려는 몸부림으로 보여지고 그 효과를 떠나서 화제가 되었다. 문재인 후보는 P.I전략을 변신이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는 소탈한 이미지의 연장으로 택한 것 같다. 오히려 선거철이 되면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새로운 이미지로 덧칠하는 것조차 국민들의 눈에는 가식처럼 보인다는 측면에서 없는 듯 안 한 것 같은 문재인후보의 P.I 전략이 오히려 눈에 띈다. 안철수 후보를 상징하는 것은 푸른색 셔츠에 노타이 차림일 것이다. 그러나 민생현장을 방문하면서 안철수 후보는 갑자기 작업복스타일로 변신하면서 국민들의 머리 속에는 ‘전혀 다른 정치인’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정치인’으로 비쳐지는 듯한 이미지로 비쳐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문재인 후보처럼 기존의 자연스런 이미지의 연장선에서 접근했다면 더 안철수 후보 답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까지 보여진 이번 대선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점수를 매겨본다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이건 분명히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전제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