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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 |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관리자(2012-12-06 16:46:51)
우리 아이들에게 ‘날마다 축제’를 만들어 주는 일 김주연 임실초등학교 교사 못하든 잘하든 무대 주인공은 나 손석희 교수가 미국 체류 중이던 시절 라디오 시사프로에서 전화를 걸어 미국 교육과 한국 교육을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차이가 나며 부럽냐는 질문에 매우 의외의 대답을 해주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평가회라는 것이다. “이 곳 아이들은 정규수업 이후에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등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배울 수 있고, 수 주일에 한 번씩 학부모를 초청하여 평가회를 갖습니다. 겨우 1~2주 연습한 실력이 늘어봐야 얼마나 늘었겠어요. 깽깽 소리만 나는데도 그렇게 자신있게 하는 점이 부럽습니다.”이외에도 몇 가지 예를 더 들며 한국과 미국 교육의차이점을 설명해주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것은 오롯이 위의 예 하나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또 외양이 어떤 수준이든 스스로가 열심히 노력했다면 그것만으로 무대 설 자격이 충분하며, 힘찬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낯설었다. 필자에겐 그런 추억이 없다, 전혀!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지만 필자가 초등학교에재학 중일 때에는 가을 운동회가 다가오면 교실보다 운동장에 나가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마스 게임 연습을 하느라 온 몸에 먼지를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운동장을 빙빙 돌곤 했다. 그 시절엔 그게 당연했다.그럼에도 우리는 늘 꾸중을 들었다. 지도교사는 우리들이 북한군인들이나 예술단처럼 정확하고 아름답게 대형을 만들어 물결치길 원했지만 그건 꽃봉오리 예술단원이 공연에서 실수하는 일만큼이나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다. 우리는 늘 최선을 다했지만 그리고 나름대로 매일매일 나아지고 있었지만(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한 달동안 매일 비슷한 시각에 서너 시간씩 연습하면 실력이나아질 수밖에 없다) 조회대에 서서 태양을 피하느라 긴팔 긴바지 썬캡으로 중무장한 선생님은 늘 불만이었다. “너네는 어떻게 이렇게 해도 해도 똑같니?”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아졌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아질 게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선생님들은 늘 우리들을 다그쳤던 것이다. 매우 단순한 동작을 요하는 운동회가 이 정도였으니 부채춤이나 꼭두각시, 기악합주등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학예회는 오죽했으랴. 교사는 좋은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눈이 어두워진다’는 말은 꼭 노안(老眼)만을 의미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심지어 자신이 보고 싶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도 보았다고 우기는 것이 진정 눈이 어두운 사람이다. 매사 느리고 어눌하고 답답한데다 반항기까지 다분한 아이들은 그 아이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도드라져 보인다. 활짝 웃을 때마다 보이는 앞니에 낀 고춧가루마냥 인상적이다. 반면 늘 모범적이고, 다소곳한데다 공부까지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그 아이가 가진 장점만 도드라져 보인다.필자는 전자와 후자 모두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장점을 칭찬해주는 일이 단점을 떠올려 화내는 것 보다야 낫지 않느냐 말할 수도 있으나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방향만 다를 뿐 뿌리는 같다. 오히려 단점은 지적받지 않고 장점이 과대평가되어 칭찬만 받아온 아이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극심한 자기혐오를 겪을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기대와 사랑을 잔뜩 받았는데 현실의 나는 그렇지 못하니까 자괴감만 깊어가는 것이다.교사는 좋은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고 그 데이터들을 정밀히 분석해 학생을 위해쓰일 수 있는 통찰의 시각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교사라고 해서 혹은 어른이라고 해서 저절로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객관적이 되려고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 하루하루좋아질 때마다 격려해주고 칭찬해주어야 한다. 손 교수가 겪은 미국 학교의 소박한 평가회처럼 부족한 연주일지라도 그 무대를 위해 노력한 아이들의 지난 시간들을인정해주어야 한다. 너의 노력으로 인해 이 자리에 있는수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었다고 정중한 감사인사를건네야 할 것이다. 여기에 바로 인간의 존엄과 교육의존재 이유가 있다. 사랑이 있는 한 날마다 축제 러닝 타임 154분의 화려한 공연이 성황리에 치러졌다. 막이 내린다. 제일 뒷줄에서도 최선을 다해 춤추고 노래한 아들딸이 대견하다는 표정을 하고 부모는 부모됨을 축하받고 있다. 이보다 더한 선물이 어디 있단 말인가. 교사들은 또 교사들대로 아이들에게 무한 감사하다. 떨렸을 텐데 옆에 있는 친구와 앞에 서 있는 자신들을 믿고 의지한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사랑은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는 그 순간 혹은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그 찰나를 가리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주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그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정확히 알아채고 칭찬할 수 있는 그런 예민한 촉을 가진 선생님, 사소한 단점이나 나쁜 습관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즉각 눈치 채고 그 노력에 대한 칭찬을 해주는정 많은 선생님.막이 내린 무대를 바라보며 마냥 행복해 하는 저 아이들을 바라보며 추억 하나 쌓아간다. 또 다시 한 번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생각이 계속되는 한 나와 우리 아이들은 날마다 축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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