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2.12 |
[연중기획] 공간 2 - 집 2
관리자(2012-12-06 16:45:09)
아파트, 욕망의 도구인가 추억의 공간인가 최병숙 전북대학교 교수 “집이란 무엇인가?”“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르는가?”주거학 전공강의의 첫 질문이다. 학생들은 대동소이한 대답만 한다. 집, 하면 누구나 가족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주거공간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일상으로서의 집 말이다. 식탁에 둘러앉아 밥 먹고, 이야기 나누고, TV 보는 모습. 학교 다녀오면 활짝 웃으며 반겨주는, 가을이면 김장을 담그고 겨울을 준비하는 엄마의 모습. 명절이면 시끌벅적하게 친척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같은 소소한 장면들. 개개인마다 집에 관한 추억이 다르듯, 집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누군가는 기와집, 초가집, 양옥집, 아파트, 빌라와 같은 공간의 형식을 집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마당을 집이라 말한다. 이처럼 집은 수많은 형태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대부분 사람들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부모님 집에서 산다. 당시엔 ‘내 집’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다가 성인이 되면 집에 관심이 많아진다. 특히 결혼을 하고, 한 가족을 이루게 되면 집을 갖고자 하는 욕망이 커지기 마련이다. 인류의 역사는 집의 역사와 함께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공간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기본 욕구는 실현하기가 녹록치 않다. 집은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나 삶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간이다. 세계의 모든 국가가, 어떻게 하면 모두 자기 집을 갖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한다. 집 없는 사람을 위해 ‘내 집 지원 정책’ 펴는 등의 정부의 노력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복지 강국이라 불리는 유럽 국가들도 주거지원정책을 펴고 있고,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본보기라고 하는 싱가포르나 일본도 이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 우리나라는 내 집을 가지려는 소유의식이 어느 나라보다 강해, 사회의 첫발을 내면 내 집 마련의 꿈부터 가진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 인구집중 현상과 함께 살 집이 부족해지면서, 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의 전환이 필요로 하게 됐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 1962년 마포아파트를 필두로 아파트 대량 공급이 시작됐다. 아파트는 새로운 주거형태로 등장했고 이후 주택시장의 새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공급방법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분양제도’였다. 건설된 집 없이 신청 추첨하여 집을 구입하는 방식은, 분양가와 시장가의 가격차이로 분양권을 갖는 것만으로도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택정책 방향은 아파트 공급으로 집중됐다. 2010년 현재 전국 주택재고의 59%가 아파트인 것을 보면, 아파트 건설이 시작된 지 반세기 만에 전국 주택의 과반수가 아파트에 살게 된 것이다. 결국 아파트 공급으로 삶의 터전인 집의 부족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이는 집과 더불어 삶의 추억을 담는 공간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우리네 욕망을 물질적 재산으로 변질시켰다. ‘기본적인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 그리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정비한다는 명목 하에 등장한 아파트는 그 터에 살 수 밖에 없는 계층들의 집을 낫게 하기보다는 그들의 주거권을 갑자기 박탈하는 문제로 대두되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소설이 등장하게 된 것이 바로 이런 사회 현실을 보여 준다. 집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접근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집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야기했고, 점점 더 집으로 인한 계층의 격차를 커지게 했다. 이런 도시의 집, 아파트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앞서 서두에서 말한 내 삶이 내재된 집이 떠올려지는가? 어린시절 친구들과 놀고 이웃과 왕래하며 교분을 쌓던 집이 그려지는가?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아파트는 분양받고 오랜 시간을 거주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담긴 삶의 추억을 간직하면서 일생을 사는 집으로 생각하기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쉽게 팔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서 사람들의 욕망은 재산적 가치가 높은 큰 평수의 아파트를 원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건설업체는 집이 없는 사람을 위하여 저가의 소형아파트의 공급 보다 고가의 대형아파트 공급에 치중한다. 결국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에게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게다가 은행 융자를 얻어 집을 소유한 경우는 융자금 상환으로 집이 큰 짐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그 부담은 아파트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는 구입 후 일정기간이 지나 집을 팔면 양도차액으로 융자금의 이자를 갚고 이익까지도 얻었다. 따라서 많은 서민들은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이 땅 집고 헤엄치기란 말처럼 아파트를 구입하면 이익이 된다는 것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하는 현실이 생겨났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경제 침체와 맞물려 부동산경기도 나빠지고 아파트 가격도 하락하고 설상가상으로 은행금리가 증가해, 융자를 포함하여 주택 혹은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는 이자 부담이 매우 커져 최근에는 하우스 푸어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소득의 60%이상을 주택구입의 융자금 상환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결국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돌아갈 집, 나와 가족의 삶의 추억을 만들어가고 소유하는 집의 진정한 의미를 잃고 재산적 가치로의 소유 의미만을 갖는 오늘날의 집, 특히 아파트의 소유 세태가 사회적으로 그늘진 한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최근 집으로 발생한 어두운 그림자를 줄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집, 필수적 공간이고 누구나 반드시 삶의 공간을 소유해야 하는 권리 ‘주거권’으로 규정하려는 시각이 주거복지기본법(안)의 추진에 담겨져 있다. 그리고 아파트 문화로 잃어버린 이웃의 소통, 공동체 의식 형성을 커뮤니티 활성화의 마을 만들기를 통해 접근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시작이긴 하지만 아파트의 공급과 더불어 가속화된 집의 사회적 문제가 이제 다소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집의 잃어버린 의미를 되찾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보면 우리들의 집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의 답도 회복되지 않나 싶다. 가족과 나의 정체성을 소유하는 공간의 집으로 말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