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 |
[연중기획] 공간 2 - 집 1
관리자(2012-12-06 16:44:49)
왜 굳이 소유하려 하는가
이세영 편집팀장
역사는 꾸준히 인간의 소유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발전해 자본주의의 형태로 집대성된다. 자본주의 시대의 소유 형태는 소비와 결합한다. 뜨거운 열기에 아이스크림처럼 금방 녹는 소비의 순간성은 허탈감을 일으키고 소유욕을 더욱 부채질 한다. 소유의 문제가 불거지는 주된 요인은‘재화의 한정성’에 있다. 땅을 예로 들면, 땅이 늘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소유한 땅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내 소유가 느는 것이다. 그 위에 지어진 집도 마찬가지 경우다. 내 것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커지면 다른 사람과의 욕구와 불일치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한정성을 극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소유를 글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가지고 있는 바’다. 소유은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아이들이 자기 것이 아니면서도 ‘내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나에 대한 개념이 생기면서 내 것, ‘소유’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헤겔에 있어서 소유는 인격과 물건의 관계를 나타낸다. “인격이 이념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의 자유를 가능케 하는 외면적 영역을 마련해야만 한다”는 헤겔의 생각은 소유가 현실화 과정에 있어서 자유가 최초로 획득한 실재성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물, 공기 등 ‘개별적으로 분점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그러나 배타적 소유의 인정은 필연적으로 많이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낳는다. 이러한 부의 편중은 사회나 국가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사상가들이 이미 부의 과도한 편차에 대해 고민했고 기독교의 금욕주의에 의해 소유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기도 했다. 자본주의의 병폐를 직접 본 칼 막스는 사유재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노동자들의 생활은 참혹해지는데 오히려 부르주아들의 삶은 더 사치스러워지는 것은 소유의 차이가 노동자와부르주아의 삶의 형태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비, 소유에 저당 잡힌 현대의 삶
자본주의의 역사는 기술의 혁신과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원에 대한 통제력의 범위를 늘려갈 수 있었던 탓이다. 죽음의 늪으로 불리던 석유를 놓고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것도 기술의 발전이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사유화 될 수 있는 자원의 범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헤겔이 이야기 한 물과 공기처럼 개별적으로 분점될 수 없는 사물들조차도 사유화 되고 상품화 되고 있는 세상인 것이다. 결국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물질의 소비, 소유에 저당잡혀 주체적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마이클 센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는 것들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도덕적 가치가 밀려난다고 이야기한다. 시장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모두에게 이롭지 않고 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될 때 그 가치가 훼손되거나 변질된다는 것이다. 센델의 이야기를 주택시장에 적용시킨다면 하우스푸어도 설명이 된다. ‘집’은 어쩌면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중국이 토지의 사유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집의 존재적 의미를 소유한다는 것
그렇다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적인 소유를 부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또 인간의 본성적 욕구인 소유 자체로 선악을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무엇을 소유할 것인가’와 ‘소유한 주체가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다. ‘내 집을 갖는다’는 것에서도 집이라는 재화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집의 존재적 의미-가족 기억 공간-를 소유하는 것이라면 집의 형태나, 크기는 상관할 바가 아니다. 또 소유의 주체가 배타적인 권리를 주장함과 동시에 공동소유의 형태-공원 놀이터 길-를 타인과 공유한다면 소유의 양의 많고 적음을 논할 것은 못될 것이다.에리히 프롬의 유명한 저서 『소유나 존재냐』는 소유에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에히리 프롬은 인간이 소유와존재의 상반된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소유하고자 하는 성향은 “궁극적으로 살아남고자하는 생물학적 소망에서 뻗어 나온 힘”이며 존재하고자 하는 성향은 “나누어 가지고 베풀고 희생하려는 성향으로서 인간실존의 특유의 조건에서, 특히 타자와 하나가 됨으로써 자신이 고립을 극복하려는 타고난 욕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인간에게 존재하는 전혀 상반된 성향 가운데 어느 것을 개발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며 “우리의 결정은 그 어느 한쪽 성향으로의 해결을 조장하는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구조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 결국 ‘재화의 한정성’으로 불거지는 소유의 문제 해결열쇠는 나누어 가지고 베풀고 희생하려는 성향을 키우는 우리사회의 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