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 |
[문화칼럼] 우리가 헌신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유
관리자(2012-12-06 16:44:27)
우리가 헌신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이유
박동천 전북대학교 교수
민주정치는 고위 권력자를 선거로 뽑는다. 권좌를 노리는 사람은 많고 그들의 동기도 여러가지지만, 표를 얻기 위해서는 모두들 공익과 대의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말한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출마했노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유권자로서는 올바른 선택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말하자면, 대통령에 적합한 사람은 두 가지 자질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권력을 사유화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자세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개발해서 실제로 시행할 수 있는 업무 능력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자질이 모두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선택이 어렵다. 생업에 바쁜 평범한 시민이 노회한 정치인들의 언행과 공약과 정책을 꼼꼼하게 점검한 다음에, 후보들 중에 헌신성과 업무능력이 나은 사람을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경우, 스스로 판단이 잘 안 선다면 주변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 상의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여기에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어떤 개인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조직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다. 개인의 의견을 참고하는 경우는 다시 개인적으로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의 의견을 참고할 수도 있고, 미디어에 비쳐지는 유명 인사나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할 수도 있다. 그리고 참고할 만한 조직으로는 시민단체나 교회 등도 있을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당이다.
당-인물-정책은 동일한 언어다
한국 사회에는 조선이 당파 싸움하다가 망했다는 고정관념이 너무나 깊게 각인이 되어 있어서 정당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대단히 널리 퍼져있다. 정당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해야 양식 있는 민주 시민이라는 훈계가 흔히 돌아다니고, 유권자들에게 직접 물어봐도 정당을 보고 찍겠다는 사람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보고 찍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렇지만 지난 30년 동안 전라도와 경상도에서는 압도적인 비율로 한 정당만을 줄기차게 찍어줬다. 실제로 유권자들이 정당보다 인물과 정책을 더 중시하는 것이라면 이런 현상은 발생할 리가 없다. 유권자 대다수가 실제 투표는 정당을 보고 하면서, 여론조사에 응답할 때에만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하겠다고 답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보다 인물과 정책을 봐야 한다는 규범을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언론에서도 설교를 해대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을 가지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정당을 중시하는 것과 인물이나 정책을 중시하는 것이 서로 상반되는 일이 아니다. 예컨대 어떤 유권자가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하면, 이 사람은 곧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셈이며, 아울러 박근혜 및 새누리당의 정책을 지지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박근혜라는 사람이 좋아서 그의 정책이나 그가 속한 정당까지 지지하게 될 수도 있고, 그의 정책이 맘에 들다보니 그 사람과 그가 속한 정당을 지지하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새누리당을 지지하다 보니 그 사람과 정책을 지지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순서가 명확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대개는 이 순서 자체가 지극히 모호하다. 대다수 유권자의 심리 내면에서 인물에 대한 지지와 정책에 대한 지지와 정당에 대한 지지는 서로 겹쳐져서 나타나는 것이다.
투표는 권리이고 의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진보 단일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 여기에는 정당을 중시한 까닭도 있고 정책을 중시한 까닭도 있다. 정당을 중시했다는 말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인물 사이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두 사람이 모두 새누리당 소속으로서 지난 5년 동안의 실정과 부패와 비리에 대해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정책을 중시한다는 말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 복지사회의 건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등, 주요 의제에서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진심을 기울이는 반면 박근혜가 내놓고 있는 구호들은 표절이거나 물타기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방금 나의 선호를 정당에 관한 고려와 정책에 관한 고려로 나눠서 표현했지만, 사실 이 두 측면은 서로 얽혀 있다. 박근혜의 정책이 진지한 내용보다 선거용 구호에 가깝다고 보는 나의 판단은 새누리당이 한국의 보수 기득권 세력을 대표한다고 보는 나의 판단과 결부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게 정당에 대한 고려와 정책에 대한 고려를 섞어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를 섞어서 생각하는 사람이 정당은 빼고 정책만을 생각하는 사람에 비해 양식 있는 민주 시민이 되기에 조금이라도 부족한 것은 아니다. 후보에 대한 선호에서는 나와 다르게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박근혜에게 반대하지만,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부디 기권하지 말고 투표장에 가서 주권자의 의사를 표현하기 바란다. 그리고 어떤 후보를 지지하든지, 혹시 자기가 정당을 보고 후보를 선택했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부끄럽게 여기지는 말기를 또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