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 |
[문화현장] 축제, 정체가 분명해야 신뢰 얻는다
관리자(2012-11-05 15:29:44)
축제, 정체가 분명해야 신뢰 얻는다
한규일·임주아 기자
한국음식관광축제- 정체성 혼란 속 지속가능성 보여줘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전라북도 일원에서 한국음식관광축제가 열렸다. 2012 한국음식관광축제에서는 특별기획프로그램으로 ‘한국인의 밥상’, ‘대를 잇는 맛집’ 등 5개, 상설체험프로그램으로 ‘며느리도 모르는 장맛의 비밀’, ‘내 손으로 만드는 잔치음식’ 등 3개, 함께 만나는 축제로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와 전주비빔밥축제가 진행됐다. 한국음식관광축제와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이하 발효엑스포)는 53만 명 이상의 방문객과 500억 원 이상의 상담 실적, 25% 이상 증가한 현장 매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음식관광축제는 2010년부터 ‘미리보는 한국음식관광축제’라는 컨셉으로 국내외 여행사와 연계한 관광객 맞춤형 한식 조리체험과 지역 문화예술관광 투어 등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2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을 전라북도에 유치했다. 한국음식관광축제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정된 한국방문의해를 맞이해 3년 동안의 한시적 특별이벤트로 기획됐다. 따라서 올해 축제가 마지막이다. 22일 축제 현장을 찾은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정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여러 사업 속에서 한국방문의 해 사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방문의해와 한국음식관광축제 등 특별이벤트는 종료되지만 해외 관광객 유치 사업, 지역축제 지원 및 홍보 지원 등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전개한다는 것이다. 한국음식관광축제는 양적으로 상당한 성과를 올려 성공적인 축제라는 평가다. 함께 열린 발효엑스포와 전주비빔밥축제도 적지 않은 시너지효과를 낸 것으로 생각된다. 특별기획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은 궁중음식 중심의 고급화된 한식 대신 민초들의 밥상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삶에 녹아 있는 우리음식을 시대별로 구분하고 실물을 보여줌으로써 교육적 효과가 높았다는 평이다. 한식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도 큰 성과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기준 홍보팀장은 “우리 음식을 바탕으로 외국인의 기호에 맞는 퓨전음식을 선보임으로써 행사장을 찾는 외국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가장 큰 아쉬움은 한국음식관광축제의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해마다 현장에서 만나는 관광객들의 상당수가 ‘한국음식관광축제는 어디에서 해요?’라는 질문을 했다. 한국음식관광축제가 발효엑스포와 같은 장소에서 전시,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니 두 축제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막상 현장에 와보니 전주비빔밥축제가 열리는 전주한옥마을이 의외로 멀리 떨어져 있어 방문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발효엑스포를 간단히 둘러보고 전주비빔밥축제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음식관광축제는 발효엑스포나 전주비빔밥축제보다 상위 개념으로서 두 축제를 포괄하는 것으로 설정되었기에 굳이 세 축제가 구분되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이 출발점에서부터 정체성이 모호했다. 상위개념이면서 동시에 하위 그룹에도 프로그램이 걸쳐있는 애매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 결과 홍보의 어려움과 관광객들의 혼란이 초래됐다. 이에 대해 이기준 홍보팀장은 “행사장 간 거리의 문제로 셔틀버스를 매년 운행해 보완해왔으나 올해는 대선으로 인해 셔틀버스가 운행되지 않았던 것”이라며 “각 축제의 특성과 독창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3년간의 축제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김제지평선축제가 한국전통농경문화라는 명확한 컨셉으로 성공한 것처럼, 축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한다면 성공적인 축제로 지속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제지평선축제 - 더욱 과감한 다이어트가 필요
황금물결이 끝없이 펼쳐진 만경평야와 김제평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광활한 자연을 무대로 하는 전통농경문화축제 ‘김제지평선축제’가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벽골제 일원에서 펼쳐졌다. 들노래를 들으며 탈곡, 도정 등 전통 농경문화를 체험하는 ‘세계인 벼고을 들노래 문화체험’을 비롯해 ‘황금들녘 메뚜기 잡기’가 열렸다. 미니 아궁이에서 금방 도정한 쌀로 직접 밥을 해먹는 ‘미니 아궁이 쌀밥체험’ 과 새참 먹기, 새총 쏘기, 우마차 타기, 불 깡통 돌리기, 새끼 꼬고 가마니 짜기 등을 통해 옛 농경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이번 축제의 최대 이슈메이킹 프로그램이었던 쌍용횃불놀이 퍼레이드에는 가장 많은 2,042명의 인원이 참가해 한국 최대·최고 기네스 기록 도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올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점으로는 농경문화축제의 컨셉에 부합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과감히 배제하고 김제만의 농경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정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또한 체류형 축제로 전환하기 위해 야간프로그램과 경관 조성을 대폭 강화하고 메인무대 이동 및 관광객 이동 동선에 따른 행사장 구성, 주차장과 편의시설 확대 등 관광객 위주의 공간구성을 연출했다. 축제 관계자는 “지난해 201개였던 프로그램을 한국전통농경문화라는 축제 컨셉에 맞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정리, 통합하여 63개로 내실 있게 운영하여 축제의 질을 높였다”며 “김제만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체류형 축제로 전환하기 위해 야간 프로그램을 성공적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지평선축제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축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두 가지 있다. 내용 측면에서 아직 남아있는 군더더기와 운영 측면에서 오랜 숙제인 교통체증이 바로 그것이다. 내용 측면의 군더더기는 외국인 연주단, 세계 음식·물품 판매 부스 등 글로벌축제를 명분삼은 프로그램들이다. 지평선 축제를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는 것은 지평선 축제가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축제이기 때문이고, 내국인들이 늘어나는 것도 지금은 경험하기 힘든 전통농경문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려면 한국전통농경문화라는 축제의 컨셉을 흐리는 내용들은 과감히 배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매년 되풀이되는 교통체증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김제시에서 축제 현장까지의 29번 국도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5km 정도의 짧은 거리를 승용차로 통과하는 데에 무려 두 시간이 넘게 걸렸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셔틀버스 운행일듯 하다. 현재의 형식적인 방식이 아닌 면밀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운행이 필요하다. 가급적 예산을 할애해서 축제의 교통량과 흐름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진행하고 그에 맞는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축제를 준비했던 관계자는 “워낙 많은 관광객이 몰리다보니 주차와 교통체증이 심했다”며 “내년에는 4차선 경관도로 확장공사가 완료돼 올해와 같은 교통난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주비빔밥축제 - 세심하게 다듬어 명품으로 거듭나길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열린 전주비빔밥 축제에 6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전주시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된 이후 처음 개최한 올해 축제는 ‘이야기가 있는 비빔밥’에 초점을 맞췄다. 신설 프로그램으로 ‘이야기가 있는 만찬’을 배치하고 기존에 운영해 왔던 전국조리경연대회의 폭도 늘렸다. 축제는 오전에 바리스타, 비빔밥 등 경연대회를 열고, 오후에는 전통음식, 북한요리, 조각 등 전시경연을 주로 열었다. 전시경연 조각부문에 참가해 ‘농림수산식품부위원장상’을 수상한 하헌수 씨는 “처음 참가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 몰랐고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남부시장에선 야시장이 열렸고, 전통문화관에서는 전통혼례와 비빔밥조리체험 등이, 한방문화센터에서는 한방족욕, 한방찻집이 등이 진행되면서 비빔밥축제가 이제는 한옥마을 내 모든 주민과 문화시설이 함께하는 축제로 발전한 모습이었다. 임갑정 기획홍보팀장은 “전국요리경연대회를 확대하고 각종 홍보관과 음식관을 대폭 확충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올 축제의 특징을 설명했다. 경기전주차장과 은행로, 오목정, 풍남문 광장 일원에서 열린 상설·수시부스는 비빔아트마켓, 전주모주대향연, 먹거리장터 등이 있었지만 ‘비빔밥 축제’의 부스라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태조로 부근 부스는 체험시간 시간보다 홍보와 판매 시간이 길어 관광객이 체험여부를 알아보기도 쉽지 않았다. 주말에 축제를 찾은 대학생 이태주(22)씨는 “한옥마을 전체에서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번잡스러운 것 같다”고 했고 행사장을 찾은 한 시민도 “예전 풍남제처럼 난장이 펼쳐진 것 같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전주비빔밥축제가 보다 성공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직접 참여하든 남이 하는 것을 구경하든 간에, 비빔밥이 주제이기 때문에 조리를 하거나 맛보는 방식의, 음식과 직접 관련 있는 내용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의 한계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져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드는 비빔밥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요리해서 축제에 담아내고 관광객들을 만족시켜 축제를 발전시키고 성공으로 이끌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둘째는 관광객들의 축제에 대한 의식 문제다. 이번 축제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행사는 다름 아닌 ‘무료시식’이었다. 질서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들도 자주 연출된다. 음식축제의 핵심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비빔밥축제는 곧 무료시식의 기회라는 의식은 축제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 그러한 관광객들의 의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만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넓은 푸드코트를 마련하고 부스에 업체들을 입점 시키는 것은 답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이 축제 성공의 첫 번째 조건으로 차별성을 이야기한다. 한국음식관광축제, 김제지평선축제,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 전주비빔밥축제는 각각의 주제에 있어 이미 충분한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 남은 과제는 그것을 어떻게 다듬을 것인가이다. 더 잘 다듬어서 분명한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축제가 더 오랫동안 사랑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