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2.10 |
[프리뷰] 당신이 꿈꾸던 거장을 만나다
관리자(2012-10-08 14:35:51)
[프리뷰] 당신이 꿈꾸던 거장을 만나다 임주아 기자 전북도립미술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세계미술거장전‘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가 오는 19일부터 넉 달간의 대장정에 오른다. 당초 9월 7일 개막예정이었지만 베네수엘라의 국내사정으로 한 달여 가량 늦춰진 거장전. 이에 수작으로 화답하는 샤갈, 피카소, 마네, 세잔, 앤디워홀. 더불어 베네수엘라 거장 스무 명의 작품까지 만날 수 있다니, 기다린 보람이 크다.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미술관의 소장품 130여점으로 구성된 세계미술거장전은‘전북방문의 해’를 맞아 기획된 전북권역 최초의 블록버스터급 대형 전시로 도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감상하러 가기 전 꼭 짚어 봐야할 샤갈과 피카소의 이야기를 꼽아보았다. 나의 샤갈, 사랑을 말하다 색채의 미술가 마르크 샤갈, 그의 후기 작품 6점을 거장전에서 만난다. 그는 환상주의 또는 마술적 사실주의 화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눈여겨봐야 하는 것은 바로 질감. 그의 대표작 <생일>(1915)이나 <도시 위에서>(1914~1918)를 보면 알 수 있듯 거칠지만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차가운 붓터치는 그의 예술세계를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였다. 하지만 이번에 감상하게 될 그의 작품은 전성기 때 보여주었던 질감과는 사뭇 다르다. 그가 93살이 되던 1980년에 내놓은 작품으로, 신앙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수채화 여섯 점이다.(그는 98세까지 장수 했다.) 샤갈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인, 부인‘벨라’. 그녀는 샤갈의 모든 것이었다. 그의 신부이자 뮤즈였으며 당나귀와 수탉이었고 꽃다발이자 마을의 종소리였다. 샤갈은 복잡한 현대 미술의 계보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결국‘에꼴 드 파리’라는 불투명한 묶음으로 남았지만, 그의 작품은 벨라와 함께 한 영원한 사랑의 변주곡이었다. 하지만 벨라는 1944년 미국 망명 중 불현듯 세상을 떠나게 된다. 세상을 떠나기 몇 주 전,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샤갈이“왜 그렇게 갑자기 물건을 정리하고 있소?”묻자, 그녀가 창백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래야 당신이 무엇이든 필요한 걸 제때 찾아낼 수 있지요.”그녀는 자신이 없는 샤갈의 삶을 예감했던 것일까? 29년을 함께 한 그녀는 변변한치료도 받지 못하고 떠났다. 그 충격으로 샤갈은 한동안 붓을 들수 없었고 색채도 점점 어두워져 갔다.그러나 그가 100년이 가깝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벨라가 남긴 추억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녀가 떠난 뒤에도, 작품에서 늘 빠지지않았던 사람은 상상 속의 벨라이기 때문이다. 샤갈이 떠나기 5년전에 그린 이번 거장전 작품을 보면, 그가 여전히 그녀를 그리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예술인생에 있어 평생의 화두이자 주제였던‘중력을 거스른 사랑’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수채화 작품.그의 전성기 때처럼 강렬하지 않고 그녀와 사랑했던 시기 때만큼파격적이진 않지만 그것 또한 그가 남긴 아름다운 사랑일 것이다. 당신의 피카소, 열여섯 개 作品으로 복원하다 아흔두 해 동안 사만 오천여 점의 작품을 남긴 현대미술의 거장, 이제는 한 시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파블로 피카소. 이번 전시에는 그의 작품이 16점으로 가장 많다. 특히 피카소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미술관은 그의 입체파 작품으로만 거장전이 가능할 정도라니 놀라울 따름. 1970년부터 10년간 누린 오일머니 호황으로 그의 작품을 많이 사들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 전시될 16점의 작품이 피카소의 노년시절부터 타계 3년 전까지 작품이라는 것. 그중 가장 최근작인‘무제(Sintitulo)’를 그린 1970년 되던 해(당시 88세)는 피카소가 유화·파스텔화·소묘·판화를 포함한 자신의 초기 작품 900여 점을 피카소미술관에 기증한 해이기도 하다. 이번에 전시될 그의 중·후기작품 16점은 34년의 세월을 촘촘히 기록하고 있는 명작. 1947년에 그린 작품 3점,‘검은 올빼미(El buho negro)’를 포함한‘병아리 잡는 팔로마(Paloma con sus pichones)’등의 그림은 입체파의 정수를 보여주는 소묘로 손꼽힌다. 2년 뒤‘랍스타와 생선(Bogavantes y Peces)’이라는 작품에선 한 층 더 성숙한 색채를 보여주는데 연도별로 조금씩 바뀌는 작품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는 그의 어록처럼 우리도 다시 그를 기억해본다. 아흔 두해라는 세월동안 치열하게 예술을 살다간 피카소. 모든 예술가가 남긴 유산이 그러하듯 작품와 생애를 같이 놓고 보면 더 흥미롭다. 그가 남긴 삼십년의 세월을 보고할 작품들이 아주 가까운 미술관에 있다는 사실, 당분간 잊지 마시라. 목마른 문화, 거장의 품으로 이제 우리가 그들의 품에 안길 차례다. 도립미술관은 이달부터 온라인(인터파크 등)과 오프라인(전북은행 등)으로 매표하고 여행사와 연계, 순환관광버스나 KTX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당일. 매표는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이흥재관장은 “그동안 목말라 있던 도민들의 문화향유 욕구에 대한 갈증 해소는 물론 학생들에게 상당한 학습 효과를 제공하는 등 전북 이미지를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