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 |
[수요포럼] 상인들이 만드는 문화여야 시장 살린다
관리자(2012-10-08 14:27:44)
상인들이 만드는 문화여야 시장 살린다
대형마트와 SSM(기업형수퍼마켓)이 전주시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취소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전주지방법원이 7월 31일 받아들였다. 대형마트와 SSM은 즉시 격주 휴무를 중단하고 휴일 없는 영업을 재개했으며, 전통시장 상인들은 다시금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SSM에 밀려 위기를 맞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년 동안 진행해 온‘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가 올해를 끝으로 사업을 종료한다. 문전성시는 2008년 경기도 수원시 못골시장과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시장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10개 시장을 선정해 진행되었으며, 전북에서는 진안읍 진안시장과 전주시 남부시장이 선정되었다. 제116회 마당수요포럼에서는 문전성시 사업의 종료에 즈음하여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전주남부시장의 문전성시 사업을 중심으로 그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고, 전통시장 활성화의 해법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통시장의 본질적기능이 상거래인 만큼 그 활성화 방안으로써 문화적 접근이 타당한지에 대해 경제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상인회장을 통해 상인들의 입장도 알아보았으며, 시장 내외부의 공간적 측면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도 참고했다.
문화와 경제, 경계에서 답 찾기
발제 - 김병수 사회적기업 이음 대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우리더러 문전성시 사업을 왜 문화로 안 하고 이상하게 하느냐 한다. 오늘 거꾸로‘문화가 답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생각한다면, 우리 프로젝트를 문화와 경제 또는 문화와 장소, 이런 것들의 경계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플랫폼이라고 이름 붙인 건, 플랫폼이라는 것은 정류장으로써 거쳐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여러 생각이나 경험들이 교차하고 잠깐 머물면서 새로운 어떤 기대와 가치,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들이라는 의미이며, 따라서 남부시장 2층에 조성되는 청년몰 또한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남부시장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전주성의 남밖장으로서 상당히 오랜 시간에걸쳐 상설시장이 된 장소성과 역사성인데, 최근 2-30년 동안 남부시장의 경기가 매우 위축된 상황이다. 주변에 집합적 주거지역이 없고 중심지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에 세태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인접해 있는 전주한옥마을이 관광지로서 발전하는 가운데 연평균 3-400만 명의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는 점은 굉장히 큰 기회다.경제적으로만 판단해서 주변에 아파트가몇 채 더 들어서야한다거나 대형마트와의 경쟁구조로부터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 현대화를 통해 기능적이고 효율적인유통 시설로 만들자 이렇게 하면 답이안 보인다. 문화적 프레임으로 보면 현재남부시장도 괜찮다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혀줄까 하는 텍스트화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또한 내부자의 시선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외부의 시선이 중요한데, 전주한옥마을의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자극할 수 있는 그런 시선이 남부시장 안에 결합돼야 한다. 남부시장은 1968년에 지어졌다. 건물 규모로 보면 7개 동, 분할된 구조로 보면 10개 구역이 있으며, 2동과 6동에 각각 하늘정원과 청년점포 프로젝트가 들어가있다. 이들을 사업 대상으로 한 이유는 전주천이라는 좋은 자원을 시장 안으로 유입시켜 자원화하기 위함이다. 남부시장 관련 도시계획 중 최근 풍남문광장 조성으로 팔달로변에서 전주한옥마을과 남부시장 사이의 시선과 동선이 확보됐으며, 공영주차장 건립으로 역시 팔달로변에서 남부시장과 한옥마을로의 진입이 용이해졌다.
남부시장은 국밥집이 특성화 되어 널리 알려졌는데 전국 시장들 중 먹거리가 활성화된 곳이 서울 외에는 드물고 전주처럼 명성이 높은 곳은거의 없다. 상인들 중 50대 이상이 90%이며 그 중에서도 60대가 굉장히 많다. 1200여개 점포 중 3-40대는 10명을 넘지 못한다. 과거 시장 남쪽 천변으로 통과하던 시내버스나 통과 교통이 전주천 건너편으로 이동해 시장 주요 고객인 높은 연령층, 즉 사회적 약자의 시장 접근권이 많이 약화되었다. 이런 상황들을 배경으로 진행된 청년장사꾼 프로젝트는 남부시장 내에 사회적 생태계를 만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현대화 사업과 같은 물리적인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장사하는 사람들의 20% 정도가 2-30대로써 시장 내부에서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 중심의 활동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때 새로운 고객층이 형성되고 방문하는 일들도자연스럽고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다만 낙하산식으로 등 떠밀어서가 아닌서로 반응하고 공감하고 재밌고 흥미롭고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또한 기존 점포 사이에 한 두 개씩 들어가서 오히려 기도 못 펴고 주눅만 들고 자기 존재감이 없어지면 장사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거점이 될 수 있는, 자기들끼리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일하면서 격려가 될 수 있는 집합적 출발을 구상했고 거기에서 자연스럽게 문화콘텐츠의 개발과 문화마케팅의 활성화가 나올 것이라 판단했다. 시장 상인들과의 공감, 동의를 위해 함께 학습여행도 떠나고 끊임없이 토론했으며 동아리를 만들거나 간판을 문화적 감성으로 새로 만들어주는 등 문화적인 코드를 이끌어내는 과정들을 거쳤다. 또한 상인 워크숍이나 만물수리센터와 같은 상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과정도 있었고,상인들이 청년들의 멘토가 되어 자기 점포에 대해 함께 분석하고 토론하기도 했다. 야시장의 경우 지난해에는 한여름 휴가 시즌에 보름 정도 했다. 전주한옥마을에 외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오지만,저녁과 심야시간에 떠들고 놀 수 없다는점을 남부시장으로 흡수하면 좋겠다는의도였다. 상인들에게는 야시장을 보는것 자체가 교육이자 경험이었다.
우리가 정읍 등 다른 곳에서도 사업을 하지만 남부시장에서의 소통이 백배는 빠른데 그 이유는 남부시장 상인들은 몇 년 동안 우리가 하는 이상한 짓을 많이 봤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큰 저항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보기만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동참하고 더 즐길 줄 안다는 것은 독특한 현상이면서도 남부시장 상인들만의 힘이다. 그 다음으로는 6동 옥상의 비어있는 공간에 2개의 실험 점포를 만들었다. 모델하우스처럼 만들어서 청년들이 실제 창업을 했을 때의 공간 느낌을 볼 수 있는 모델 샵을 운영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아카데미라든가 여러 과정을 거쳐 레알뉴타운이라는 12개 점포를 새롭게 창업하게 된다. 창업 과정에서 독특한 점은리모델링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기획해목수들을 지원해주고 창업자들이 직접헌 가구며 목재를 구해다가 두 달 동안점포를 함께 만들었다는 것이다. 협동심도 높이고 그 자체가 마케팅이 됐다.핵심은 모든 과정에서 문화를 녹여나가는 것이다. 리모델링 자체, 시장 안에서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 외부인들의체험, 세미나, 토론, 영화, 공연, 파티 이런 것들이 계속 겹쳐지는 것이다. 한옥마을에 주기적으로 나가서 홍보를 하는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복합형으로 노는 것에 대해, 장사도 해야 되고 놀면서사람들 끌어 모으기도 해야 하는 일종의대인마케팅 경험으로 볼 수 있다. 복합적인 형태의 관광 패턴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신상품 개발도 비용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품평회를 하고 의사소통하고 토론하는 재미를 붙이다보니 스스로 해내고 있다. 기존 상인들과의 소모임도 만들고 그러면서 활성화가 이뤄진다. 요즘 컨벤션 특수를 누리고 있는데 일일이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다. 청년장사꾼들의 주기적인 세미나와 외부 탐방은 계속되고 있으며 야시장도 정기적으로 한다. 최근 추가된 3개 점포는 순수하게자기 비용을 들여 창업했는데, 이런 정식 창업과 함께 외부에서 참여하는 세일러들과 주말 문화가 연결되어 남부시장이 자연스럽게 전주만의 개성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관광객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상품도 개발되어야한다.
김동영 : 토론에 앞서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의 흐름과 성과, 한계가 무엇인지 짚어보자.
유대근 :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은 시설현대화, 경영현대화의 두 가지로 나눠진다. 지금까지는 시설현대화에 많은 자금을 투자했고, 시설현대화만으로는 어렵다는 판단 하에 현재의 중기청 방향은 경영현대화 즉 소프트웨어 쪽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와의 결합도 소프트웨어적인 경향이 강한데, 기존의 사업적인 기술, 노하우들만 갖고는 어렵다는 판단인것이며 문화를 유통에 결합해 관광형으로 만든다는 것이 추진방향이다. 다만 남부시장은 규모가 크고 지속적인 문화 프로그램을 해왔지만 모래내시장 같은 곳은 문화를 접목하기 힘든 환경인 것처럼모든 시장에 문화를 접목할 수는 없다.
김동영 : 남부시장은 시설현대화 외에 경영현대화에 자금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나?
하현수 : 중기청의 경우 회원 300-700명인 시장에는 국비 70억 원까지 조달된다. 우리 시장의 경우 아케이드에서 리모델링까지 72억6천5백만 원이 투입되어 추가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공사한 76면짜리 공영주차장에 중기청자금이 42억6천5백만 원이 들어갔다. 비효율적인 투자였다고 본다. 차라리 전주한옥마을과 연계한 사업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동영 : 시설현대화가 실제로 전통시장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느냐가 궁금하다.
하현수 : 시설현대화 쪽은 만족스럽다고 본다. 소비자가 많이 늘었다고 느낀다.
권대환 : 중기청에 시설현대화 사업 평가보고서가 있는데 거기 보면 만족도도 높고 경제적 효과도 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 유입 효과는 여러 요인이 있어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김병수 : 시설 노후화는 겉으로 볼 때 하나의 풍경이라서 좋지만, 장사하고 생활하는 입장에서는 불편이 많은 것이다. 2003년까지 마무리된 남부시장 아케이드 사업의 경우, 당시에 그럴 여력도 없었겠지만 구석구석 세밀하게 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
김동영 : 아케이드가 상인들의 만족도는 좀 높였을지 몰라도 원래 갖고 있던 남부시장의 정체성, 장소성을 일반화 시켰다는 것인가?
김병수 : 현대화라는 하드웨어에도 소프트 파워가 있는 것이다.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방식에서 어떤 콘텐츠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 남부시장이나 우리나라 거의 모든 시장들의 현대화가 천편일률적으로 이뤄졌다.
김동영 : 외국에서도 아케이드 구축으로 활성화된 사례가 있나?
유대근 : 일본사례를 많이 참조하는데 우리와 유사하다. 일본도 초기에는 획일적으로 했지만 최근 시설들은 멋이 있다.
하현수 : 공사 자체가 부실한 측면도 있는데 이건 중기청도 인정을 한다. 최근에 완공한 중앙시장의 경우 보완점, 좋은 점만 모아 높고 넓게 시설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김병수 : 남부시장도 나름대로 외부와의 통풍이나 자연채광이 잘되어 있다. 이격거리도 괜찮고.
하현수 : 하지만 남부시장의 경우 소방법이 문제다. 7개 동을 하나의 건물로 본다.
권대환 : 시설현대화는 기본인 것 같다. 장사하는 분들도 불편하니까. 다만 그 장소만의 정체성을 반영했으면 좋았겠지만, 아케이드 구조라는 것이 일단 가설하면 그 공간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남부시장도 아케이드 자체가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따라서 성공과 실패의 판단보다는 하나의 주어진 조건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논의가 필요하다.
김동영 : 유 교수님 말씀대로 시설과 경영 측면을 나눠보자면, 이제 어느 정도 시설현대화가 끝나고 경영마케팅적인 측면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문화라고 하는 부분인데, 실제로 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크다. 문광부에서 얘기하는 문전성시의 문화적 접근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김병수 : 문광부나 문전성시컨설팅단은 기본적으로 장르기반, 무대예술 등 제한적인 문화가 아닌 커뮤니티 베이스 즉 소통 기반과 현장 중심의 문화적인 양식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다만 장사꾼이라는 표현과 독립된 점포 창업이라는 방식이 성격상 중기청에 가깝다는 것에서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는 융합적 태도를 문화의 핵심 키워드로 봤다. 삶의 양식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면 그것이 융합장르로서 문화의 어떤 특성들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안에는 커뮤니티와 소통의 기반도 있지만, 더불어 기존의 삶의 방식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문화적인 전략이라고 봤고,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처음에는 장애가 많았다. 많은 토론도 했고, 올해 들어서는 우리를 좋은 케이스로 소개하는 것을 보니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
김동영 : 여기서 문화라고 하는 것을 단순한 마케팅의 요소나 프로그램이 아닌 총체적으로 장소의 질을 높여가는 어떤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케이드 설치로 기존의 고유성이 사라지고 장소의 새로운 정체성이 생긴다면 기존 것과의 충돌 문제 또는, 과거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청년들의 역동성이 들어가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애매모호한 지점이 있지는 않은지.
김병수 : 80년대 중반의 남부시장 풍경은 그 안에 2-30대만 아니라 10대 중반부터 장사를 했다는 형님도 있을 정도로 젊은이들이 많았다. 80년대 이전과 후반 이후의 남부시장은 굉장히 다르다. 어느 순간부터 시장으로의 유입과 움직임이 막혔고 그게 27-8년 됐다. 이런 상태에서 회고적으로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그 안에서의 삶의 입장에서는 사치스럽다. 지금 20대 청년들이 들어가서 주목받는것도 한때다. 길어야 2-3년이다. 그 후엔 시장의 풍경에 녹아든다. 다만 꾸준히 20대가 들어오고 30대가 되고 40대가 되고 또 5-60대들도 이동을 하고 이런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면 시장이라는 공간이 가진 기능, 역할, 문화 이런 것들도 어떤 모습을 그리게 될 것이다. 상당기간 침체를 겪으면서 활력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중요한 목표는 에너지를 어떻게 모을 것이냐 인데 그것은 디자인할수 없다. 한옥마을 같은 경우에도 걱정을 많이 했다. 2001년에 한옥마을지원조례 만들면서 주민들, 전문가들과 많은 토론을 했는데 제일 걱정했던 것이 2004년쯤 되면 지가가 세 배쯤 오를 것 같았고 그러면 개발 압력이 높아져서 기존의 주거지로서의 매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라는 것.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건 어쩔수 없더라. 인위적인 개입이 그 장소에 의미를 부여하고 활력이 생기면 그 다음은 새로운 세대 사람들이 짊어져야 될 몫인 것 같다.
김동영 : 전통을 다르게 표현하면 향수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과 다른 과거의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정체성이 전통시장이라는 이름 안에 들어 있고, 이런 것들이 젊은 장사꾼들이 들어오면서 혼합되는 과정인데, 젊은 장사꾼들이 들어오면서 체감하는 남부시장의 느낌은 어떤가?
하현수 : 발제에서 보셨듯이 홍보도 많이 하고 상인들과 접촉도 많이 하고 변하려고 하니까 첫째는 좋아하고, 그래서 젊은이들이 오면 잘 해주려고 하고, 2층에 있는 젊은이들도 1층에 있는 가게들을 이용하려고 하고, 밀접한 관계를 서로 유지하고 있다. 더운 날씨에도 홍보를 열심히 하니까, 이번 야시장에 300명 이상이 왔다. 그러다보니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유대근 : 그런 행사를 함으로써 상인들의 매출은 좀 늘었나?
하현수 : 그렇다고 본다. 사람이 많이 왔다 갔다 하면 1층에서든 2층에서든 밥은 먹고, 또 예를 들어 죽물집 같은 곳에 희귀한 물건들이 있으니까 하나씩은 사 간다.
유대근 : 청년몰의 수익성은?
김병수 : 그것도 체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페 나비 같은 경우 혼자 개업했던 지난겨울에는 한 달에 30만원 벌기도 했다. 그런데 봄 되면서 두 배 이상이 되고, 지금은 너무 빨리 변화하고 사람들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니까 매출이 확 늘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자기 성장을 경험하는 것이다. 플라잉팬 이라든가 애까지 딸린 친구들은 사생결단 하고 야무지게 장사하니까 또 생각보다 매출이 높다. 다만 자기들끼리 의기소침해질 수도있기 때문에 매출에 대해 공개는 안 하고 컨설팅을 위해 파악만 하고 있다.
김동영 : 프로젝트가 끝나면 이 사람들이 문화적인 생산을 지속해야 되는데 지금은 문화프로그램 운영과 장사라는 이중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이게 나중에도 결합된 형태로 갈 수 있을까.
김병수 : 아무래도 프로젝트의 기반이 사라지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닥칠 것이다. 하지만 기획단계에서부터 예를 들어 세일러 모집 같은 일들을 이음이라는 매니지먼트 조직이 다 하지 않는다. 청년장사꾼이나 팀원 중에서 훈련된 이들이 맡아서 하고, 그렇게 독립적으로 행사를 치를만한 네트워크는 만들어줬다. 앞으로도 남부시장이나 전통시장 쪽에서 작은 규모라도 이런 문화적인 프로젝트들이 작은 예산이나마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김동영 : 빈 점포도 그렇고, 포목이나 주단 등 사양업종 문제도 심각하다는데 장사 기법 중에 사람들이 더 머무르게 하는 기법들도 있을 것 같다.
유대근 : 전통시장은 상인들이 각각 독립적이어서 전체적인 프로그램에 상인들이 전부 동의하기가 어렵다. 상인회가 강력해서 조직화가 잘되고 힘이 있으면 활성화가 된다. 물론 문화적인 것을 접목하더라도 시장은 분명 주된 기능이 경제적 기능이다. 문화가 많이 접목 돼도 거래가 안 이뤄지면 그건 문화 사업이다. 그래서 문화의 접목으로 유동인구를 늘린다는 것은 관광 목적의 방문객이 늘어나는것이고 그들이 구매를 해야 되는데, 그런 프로그램에는 상인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반대하는 사람도 있으니 그런 점이 아쉽다.
하현수 : 동의한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 강제휴무 때 세일행사를 하는데 일요일이다 보니 종교 문제로 영업을 하지 않는 상인들도 많았고, 그래서 차라리 대형마트 강제휴무를 토요일로 추진하자는 제안까지 했던 적도 있다.
김병수 : 대형마트 강제휴무는 사회적인 압력을 행사한건 좋은데 사실 그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찾아야 될 권리다. 한 달에 두 번이라도 일요일에 쉬는 것은 노동자들의 문제니까. 다만 외국계 업체들과 달리 하청 등 복잡한 내부구조탓에 노조 결성도 안 되고 그러다보니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은 안타깝다.
김동영 : 이제 방향을 바꿔서 오늘 주제에 집중해보자. 총체적으로 정리하면 전통시장 활성화에 있어 문화의 의미는, 시장이 가진 어떤 자주성을 특화해서 그것이 흥미나 재미를 유발하고 유동인구 집객을 강화하면서 이 사람들이 구매로 연결되는 초기단계, 그런 기능을 한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계기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주한옥마을이 관광지로 발전한 과정이 태조로에 문화시설들이 들어와서 100만 관광객이 넘어갔고, 그 다음 비판도 많고 모호한 정체성이지만 은행로가 전통 정원형 가로 정비를 하면서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관광객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은행로가전주한옥마을에 있어 관광지의 인식을주는 계기인 것처럼 청년몰 등의 사업으로 남부시장도 한 번 들어가 볼만 하다는 인식은 형성된 것 같다. 문제는 이 사람들에게 조금 더 강력한 계기, 청년장사꾼과 결합해서 남부시장을 더욱 문화적 관광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유입되게할 수 있는 그런 어떤 계기가 없을까 하는 것이다.
김병수 : 도시계획과 재개발에서 전면 철거방식이 있고 역사문화적인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수복형이 있는데 전주한옥마을의 경우는 수복형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부시장의 경우에도 다 헐고 주상복합을 짓는 건 불가능하다. 자금도 문제고 분양도 안 될 거다. 당연히 수복형의 도시 관리, 개발방식들이 필요하고 그개념 자체가 역사문화적인 관점의 문화적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다. 남부시장과전주한옥마을의 연계성 자체를 높일 수있는 공간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하나의 과제인데, 그럼 전주한옥마을이 완전히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바뀌면서 적당한 볼거리를 두고 남부시장과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다른 측면은 상인들의 단결과 문화적 경영수법의 문제인데, 도매시장으로서 기능을 해왔기 때문에 소매 중심으로 돌아가는 패턴은 늦을 수밖에 없다. 상당 부분 관광객 대상의 소매상품들로 전환이돼야한다.또 시장 안에서 보면, 최초 진입부가 굉장히 복잡하다. 이건 바닥 패턴에 조금만변화를 줘도 당장 눈에 띄는 효과가 있다. 일부를 절개해 보드패턴으로 바꾼다든지. 풍남문의 경우에도 예를 들어 유럽이라면 그 앞에 유리로 만든 커피숍을 둔다든가 어떤 상업적 기능도 집어넣었을 것이다. 풍남문이 하나의 점이지만 전주한옥마을을 놓고 보면 남부시장을 면으로 확장해주는 점으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그 주위에 빙 둘러선 건물들, 특히 남쪽에 있는 건물은 없애는 게 좋다고 본다. 그래야 전주한옥마을에서 풍남문, 남부시장까지 전체가 하나의 면으로 구성된다. 옛 대건신협 자리를 헐어야 팔달로변에서 전주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이 면(面)적으로, 시선으로 연결된다는 주장은 2005년부터 했던 것이다. 이런 공간 변화를 구축하는 과정이 중요한 문제다.
김동영 : 전주한옥마을의 확장과 연계에 대한 고민들은 계속 있었지 않은가?
권대환 : 옛 대건신협 철거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시각적으로 열리는 게 아니라 기능적으로 연계가 되어야 하는 거다. 그 건물에 사람들이 넘어와서 활동을 하면서 풍남문도 조망하고 남부시장으로 자연스럽게 끌어가는 그런 거점 활동 공간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열어놨고 거기서 가끔 이벤트를 하긴 하지만, 시각적으로 열린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 철거한다고 했을 때, 일단 조망할 수 있게 일부분만 잘라서 조망권을 늘리고 문화공간으로 가자고 했지만 정책이 달랐다. 풍남문에서 도심 쪽 서문으로 가는남부시장 가운데 길, 다가동우체국까지의 약전거리는 매우 혼잡하기 때문에 일방통행 및 보행자 가로로 해야 한다.
김동영 : 시내버스가 지나가서 그런 것 아닌가. 시내버스를 빼면 약자들의 접근성 문제가 있다.
권대환 : 대건신협 앞과 풍남문에 정류장이 있고, 구도청 앞과 보건소 앞에도 버스정류장이 있다. 남부시장을 관통하는 노선은 다가동우체국 앞에도 정류장이 있고. 중복이 심하다. 이걸 과감히 없애고 차량을 일방으로 하면 보행자가 전주한옥마을까지 편하게 유입된다. 물론 경관도 꾸미고.
김동영 : 여기서 포커스는 관광객이 아닌가.
권대환 : 그렇지만 문화가 답인가 라는 질문이 굉장히 애매하다. 문화프로그램이 답인가 라고 하면 그 기능에 대해서 얘기를 할 수 있다. 문화가 답이라고 하면 프로그램을 포함한 상인들의 문화까지다. 시장의 주인은 상인이니까. 분명히 시장의 주요 기능은 경제, 장사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포커스를 두고 논의를 전개해나가야 되는데, 그런 차원에서 보면 포괄적으로 접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문화프로그램이 대안인가, 이건 정리가 필요하다. 이음의 청년몰 프로젝트가 상인들에게 자극이 되고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본다. 지역사회에도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에 굉장히 의미가 있다. 중앙시장에서 하는 장나래 프로그램도 지역 작가들이 중앙시장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차원에서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문화프로그램은 역시 상인들과같이, 상인들을 움직일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어야 된다는생각이 든다.
김동영 : 시장 전체를 놓고 얘기하면 애매해진다. 남부시장만 특화해서 놓고 보면, 문화라고 했지만 사실 관광 요소가 굉장히 중요하다. 집객에 장 보러 오는 주민들의 한 축이 있지만 여기에 새로운 정체성으로서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경제적 활성화와 구매력을 높이는 전략이 추가된 것이다. 그럼 이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할까, 관광객들을 남부시장으로 끌어들여 실제로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인가 라는 문제가 쟁점일 것 같다.
권대환 : 재래시장이 과연 마트보다 더 경쟁력이 있나, 구조적으로 없다고 본다. 이건 인지하고 가야한다. 그래도 경쟁력을 높이려면 상인들, 상인회가 주도해서 뭔가를 만들어가야 된다. 일본의 관광 마찌 츠쿠리(관광 마을 만들기)가 유명한데, 마을 만들기니까 주민들이 주체가 된다. 시골마을, 농촌지역 활성화는 관광이 답이라는 거다. 인구가 없으니까 관광객을 끌어 들여서 활성화를 한다. 전주한옥마을이 그런 것이잖나.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이게 쇠퇴를 했고, 그래서 다시 활성화 시키는 그런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전주한옥마을도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 결국 전통시장 활성화는 관광적인 요인밖에 답이 없다. 문화프로그램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할 것이고, 시설현대화 같은 환경적인 것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다 같이 가야한다.
유대근 : 동의한다. 전통시장은 대형마트와 경쟁이 안 된다. 대형마트가 따라올 수 없는 것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문화다. 대형마트도 문화센터를 운영하는데, 그런 프로그램 말고 다른 특별한 문화다. 그게 집객 효과를 높여서 그 사람들이 물건을 사야한다. 지금 전주한옥마을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그들이 남부시장으로 와야 된다. 이벤트를 하면 조금씩 오지만 그때뿐이다. 지속적으로 와야 하는데 그럼 첫째, 볼거리가 있어야 된다. 그렇게 처음 목적은 관광으로 온다. 오면 즐길 것들이 있어야 된다. 그 다음이 상품이다. 현재 남부시장에는 이음의 프로그램 외에는 없다. 그걸 보러 와도 욕구에 맞는 살거리가 없다. 도매상, 식자재, 주단, 포목, 가구 이런 것들뿐이다. 딱 한가지 갖추고 있는 게 먹거리다. 따라서 상인들이 상품을 개발해서 유입되는 관광객의 수요에 맞춰야 한다. 어차피 배후수요는 적다. 상인회에서 스스로 업종변환도 과감하게 하고 볼거리, 즐길거리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활성화된 전통시장은 다 그렇게 하고 있다.
김병수 : 주민참여,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직접적인 참여 이런 이야기를 요즘 많이 하는데, 이런 타운홀미팅 같은 방식은 상황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큰 비전을 같이 나눌 수 있기 때문에,거기까지만 가도 성공 가능성은 있다. 남부시장에서 작년에 이런 방식으로 시장상인들과 아주 많은 토론을 했다. 그 경험이 변화에 대한 생각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전주한옥마을에서도 마을공동체를 몇 번 만들어봤지만 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 굉장히 긴 기간에 걸쳐서 문제가 해결되는 구조이다 보니, 주민주도형 마을 만들기라는 것은 자연발생적으로 이뤄져야 성공하는 것 같다. 다만 남부시장의 경우 상인들의 의식수준이나 감수성이 굉장히 깨어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이뤄지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시장 안에서 일하면서 계속 고민한것이 DNA에 관한 문제였다. 시장 내부의 체질인데, 대부분 주체의 문제다. 시장 상인들과 일상을 함께 하면서 변화의영감을 주는 사람들이 필요하고, 청년장사꾼들은 죽으나 사나 거기 있으니까 계속 영감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
권대환 : 그런데 좀 더 적극적으로 상인들한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쪽으로 전략적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많은 활동들이 있지만 상인들이 ‘아, 그래, 그냥 하는구나, 얘들이 이런 것 하니까 사람들도 오고 좋네.’ 이게 아니고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 상인들이 ‘아, 뭔가 해보자, 바꿔보자, 문화를 가져보자.’ 그런 식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쪽으로 다양화시켜야 된다는 생각이다.
김병수 : 예를 들어 우리가 처음에 간판 프로젝트 할 때, 상인들한테 공고를 했는데 공짜로 해준대도 2명이 신청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시장 안을 못 걸어다닐 정도다. 사람들이 자꾸 와서 인테리어 문제라도 상의를 하려고 하니까. 요구나 수요 자체가 엄청나게 달라져버렸다.상인들하고 디자인모임, 동아리모임 같은 소모임을 하는데 이건 또 다른 문제다. 상인들이 디자이너들과 토론을 경험하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니까. 또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상인들이 오랫동안 장사를하면서 문화적으로도 굉장히 풍요로운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등산회나 계모임도 많고, 놀이문화가 정말 활발하다.
권대환 : 그 부분들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근본적인 질문을 한 번 해봐야 된다. 과연 전통시장 활성화가 필요한가?
김병수 : 활성화보다는 활력 같은 것이 필요하다.
권대환 : 정책적으로 많은 공적자금을 남부시장에 투자하는, 이게 필요한가. 거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요구된다. 왜냐, 최근 남부시장에 커피숍이 하나 생겼다. 이건 남부시장의 변화에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는데,어차피 남부시장이 관광형으로 바뀌면도매나 다른 업종들도 이렇게 바뀌겠지만, 그 상가 임대료가 월 80만원이다. 전주에서 주요 상권 외에 그렇게 비싼 곳이 많지 않다. 이런 곳인데, 우리가 전통시장에 대해서 무조건 활성화만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김동영 : 일단 그 문제는 다음에 논의하자.
김병수 : 저는 한옥마을에 너무 집중되어 있는 것을 분산시키지 않으면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급하게 상실할 수 있어 위험하니까, 남부시장 상인들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전주라는 도시의 관광의 흐름을 장소적으로 구현을 할 때, (남부시장에 대한 투자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전주한옥마을의 관광 개발 속도를 볼때, 역할분담을 해서 개성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역 문화계의 입장인데, 지역 문화판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얘기를 한다면 지역 내에 근대적인 위상이 집중되어서 그대로 흐름들을 공유하고있는 공간이 없다. 근대라는 시간 자체를어느 정도의 범위 안에서 구현하고 있는,기능이나 역할을 어떤 느낌을 가지고 일상 그대로 가지고 있는 힘이 거기에 있다. 적어도 구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지렛대, 거점 이런 부분들을 전략적으로 구현해야 된다고 본다.
김동영 : 이건 약간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포커스를 맞추기는 어렵다. 정리를 해보면 새로운 소비 패턴이 생활권 중심으로 형성 되면서 남부시장이 전주시 전체의 중심상권으로 복원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고, 그러면 대체 수요로서 관광객들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정한 공유가 이뤄진 것 같다. 다만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에서 새로운 어떤 피의 수혈, 그들의 새로운 문화와 상인들, 전통시장이 원래 가지고 있던 고유성들을 생각할 때 기존의 것들을 더 강화시키고 살려가는 문제 또는 이들이 충돌하느냐 아니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가.여기에 약간 이견이 있는 것 같다. 남부시장 내에서 그런 고유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있나?
하현수 : 그보다는 지금 4동에 빈 가게가 있는데, 번영회 자체에서 차라리 그걸 사든지 임대를 해서 막걸리촌을 하면 어떨까, 그런 논의는 하고 있습니다. 삼천동으로 갈 관광객들을 이쪽으로 끌어 들이는거죠.
김동영 : 남부시장을 관광객들의 소비처 형태로, 특히 음식 중심의 소비처 형태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다.
김병수 : 발전은 약간 지체되었지만 그 이미지나 인상은 그대로 갖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걸 지켜줄 동력이나 여유는 없다. 우리에게 영감을 줬던 많은 점포들, 정체되어 있는 여러 점포들의 복합적인 인상 이면에는 그분들이 다른 이들을 힘빠지게 하는 내부적 문제도 있겠지만, 한 측면만으로 얘기할 수 없는 상황적인 요인들이 많다. 우리가 7년 정도 남부시장을 들여다봤는데 구술 자료라든가 문화적 흔적들, 생각의 단서들을 기록하고 텍스트화하는 작업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김동영 : 전주한옥마을이 관광지가 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요인 중의 하나가 전통적 생활 주거양식에 대한 규제였다.
김병수 : 그만큼 자원의 가치가 있으니까.
김동영 : 그런 것처럼 남부시장이라고 하는 공간이 70년대의 근대적 공간을 잘 간직하고 있다면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장사꾼들과 그런 고유한 정체성들이 결합될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권대환 : 결합이 되어야한다. 문화프로그램 자체가 청년장사꾼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것들이어야 되는데, 더 많은 문화 인력들이 더 많은 프로그램들을 들여놔야한다. 지금은 장사꾼이라는, 상인들과 동떨어진 활동주체가 움직이면서 자극을 주고 있지만, 상인들하고 직접적으로 부딪히면서 상인들한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가야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는 공간도 가능한 것 같다.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관적인 요인도 잘 고려해서 공간도 만들어야 되고, 공간 하드웨어가 구성되고 활동이 일어나고 홍보가 잘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당연히 그 지역은 활성화된다. 중요한건 그 공간의 주인은 상인들이라는 인식이 확실히 있어야 된다. 70년대의 기억,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공간은 제삼자 입장이다. 중요한건 상인들이 만든 그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활성화가 왜 필요한가. 사실 우리 모르게 나름대로 활성화되어 있고 경제가 순환되고 있다는 거다. 그런 부분이 일정하게 있다. 관광전략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런 곳 말고 비어 있는 곳, 후미진 곳, 그런 공간에서 문화적인 활동이나 전략들이 나와야 된다. 상인회에서 그런 곳을 막걸리촌으로 한 번 만들겠다는 그런 생각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장사가 잘되는 곳은 자연스럽게 변화가 될 것이고, 활용이 안 되는 곳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거다.
김동영 : 정리하도록 하자.
유대근 : 전통이라는 고유성을 찾는다는 것은 현대라는 시대에 잘 안 맞는다고 본다. 이미 시설과 기법이 우수한 공간들이 많아서 소비하는 공간으로 적합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가나 나들이 공간으로서 문화와 결합되어 관광 공간을 만드는 식으로 변모를 해야 한다. 그 주체는 상인이어야 하는데 조직은 굉장히 어렵다. 여기에 행정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하현수 : 수선집을 예로 들면 지금은 옷이 다 기성복인데, 만약에 남부시장에 대장간이 생기면 구경은 오겠지만 그게 옛날 모습을 찾는 건가? 막걸리촌을 만드는 것처럼 지금의 시대를 따르는 방향,그런 계획을 추진하겠다.
권대환 : 전통시장엔 얘깃거리가 참 많다. 전통시장에 대한 더 구체적이고 원론적인 담론을 지역사회에서 나눌 필요가 있다. 오늘 이 자리가 그런 자리로 연장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공간적으로 남부시장의 건물들과 아케이드는 잘 활용되면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다. 전주한옥마을이 전국 유일의 한옥경관을 가진 것처럼. 미로처럼 얽힌 아케이드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고 본다. 그런 장점을 충분히 살려서 문화 프로그램들과 결합하고, 상인회의 막걸리촌과 같은 것들과 잘 엮어가면 활성화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김병수 : 제일 익숙하고 친숙한 공간인 시장이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비일상적이고 낯설면서 신기해 보이는 그런 공간이 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삶의 방식이 크게 변화했다. 시장을 사람들에게 새롭게 보여주는 전략은 두 가지라고 본다. 현재의 모습을 텍스트화해서 함께 읽을 만한 상황을 만드는 것과, 내부의 자연스런 변화들을 수용하고 변화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변화의 과정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기반을만드는 것이다.구도심의 골칫거리가 될 뻔한 남부시장이 전주한옥마을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전기를 맞이했고 거기에 눈을 떴다. 안팎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런 흐름들이 잘만들어져 갔으면 한다.
김동영 : 전주한옥마을이 전면부의 무대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남부시장은 무대 뒤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전주한옥마을 안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에 남부시장이 그 기능을 하면서 관광객들이 유입되는 것 아닌가 싶다. 대체수요로서의 관광객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공감이 있고, 이걸 어떻게 더 확장할거냐 라고 하는 지점에서 오늘 다양한 대안들이 나왔기 때문에 희망이 있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