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 |
가까운, 그러나 아직은 먼 당신
관리자(2012-10-08 14:27:03)
가까운, 그러나 아직은 먼 당신
한규일 기자
강남스타일, 세계정복의 비결
가수 싸이의‘강남스타일’이 미국 빌보드 핫100차트에서 11위를 차지했다(9월20일 기준). 이는 한국 가수 사상 역대 최고 기록이며, 64위로 차트에 처음 등장한 지 일주일 만에 53계단이 상승한 것으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그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 빌보드 핫 100(The Billboard Hot 100)은 <빌보드지>에 매주 실리는 싱글 인기 차트다. 1894년 미국 뉴욕에서창간한 빌보드지는 1950년대 중반부터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집계해 발표하였다. 이 순위는 앨범의 판매량과 방송 횟수 등을종합한 것으로서 그 공신력을 인정받아 이후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알려주는 지표가 되었다.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가수는 비틀즈로서 모두 20곡이1위에 올랐다. 한국 가수 최초로 이 차트에 오른 곡은 원더걸스의‘Nobody’(2009.10)로 76위였으며 동양인으로서는 30년만의 기록이었다. 싸이의‘강남스타일’이 이처럼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홍보 측면에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 것이‘유튜브(youtube.com)’와‘트위터(twitter.com)’,‘페이스북(facebook.com)’등 SNS였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가 사람들의 눈에띄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유튜브의 조회수가 증가한다.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유튜브의 메인페이지에 노출되고, 다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퍼져나간다.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가운데 언론의 관심이 더해지고, 사람들의관심은 더욱 높아진다. 한편‘강남스타일’과 같은 코믹한 영상물은 따라 하기 쉽고 재밌기 때문에 유튜브를 통해 패러디 작품들이 양산되는데, 이 영상들 역시 각종 SNS를 통해 퍼지면서 원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게 된다. 유튜브에서 제공하는‘강남스타일’조회수 그래프를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빠르게 늘어나는 인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1억 뷰(view)까지 걸린 시간에 비해 2억 뷰를 달성하는 데에는 1/3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음을알 수 있다.참고로 유튜브의 역대 최다조회 기록 1위는 미국 팝 가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2010년 곡인‘Baby’로 7억7천9백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보이고 있으며, 현재 싸이는 30위권에 진입한 상태다. 재밌는 사실은 싸이의 해외 활동을 지원하게 될 매니저사가 다름 아닌 저스틴 비버 소속의 아일랜드레코드라는 점이다. 심지어 이 회사가 먼저 싸이에게 계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고 빠르고 편리한 인맥 쌓기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http://ko.wikipedia.org)에서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인맥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시켜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정의한다.인터넷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개별 웹사이트나 포털사이트의 카페 등에서BBS(Bulletin Board System, 게시판)나 대화방, 쪽지 등을 통해 가입 회원간의 교류는 있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특정 웹사이트의 회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게시판이나 대화방이라는 특정 장소에 사용자들이 모여듦으로써 가능한, 제한적이고 수동적이며 비공개적인 것이었다.반면에 SNS는 보다 무제한적이고 적극적이며 공개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등 대다수의 SNS는 사용자가 별도의 설정을하지 않는 이상 공개를 기본으로 하며, 공개된 콘텐츠는 회원이 아니어도조회와 열람이 가능하다. 자신만의 공간(계정)을 만들고 콘텐츠를 올리기위해서는 각 서비스별로 회원가입이 필요하지만 그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각 서비스 간의 콘텐츠 공유 또한 이전에 비해 매우 편리하다.기존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과 비교할 때 SNS의 가장 큰 특징은 인맥 확대 기능이다. 트위터의‘팔로우(follow)’나 페이스북의‘알 수도 있는 친구’와 같은 장치들은 쉽고 빠르게 인맥을 늘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SNS의 역사, 종류와 특징
인터넷의 역사가 짧은 만큼 SNS의 역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97년 식스디그리스닷컴(sixDegrees.com)이라는 사이트가 회원 자신의 프로필, 친구 리스트 등을 게시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 서비스가 현재의 SNS와 가장 비슷한 형태로 생각된다. 이후 2003년까지 이와 유사한 초기 SNS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과정이 반복됐다. 이들 초기 SNS의 규모는 서비스를 시작한 각 나라의 국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 한계를 깨뜨린 것이 마이스페이스(myspace.com)였다. 마이스페이스는 가수, 작곡가 등 뮤지션들의 교류를 위한 SNS로 출발해 팬들과 일반인들이 가세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4년 등장한 페이스북에 밀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지금도 음악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가입자 수는 5억5000만 명 이상이다. 현재 8억72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페이스북은 이름 그대로 대학앨범을 온라인에 옮겨놓은 것에서 출발했다. 2004년 2월 하버드대학교 기숙사에서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가 창업했으며, 사이트 개설 두 달 만에 전체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확대되었다. 이듬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7개국 대부분의 대학교와 고등학교까지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2006년에는 이메일만 있으면 13세 이상 누구나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해 야후의 10억 달러 인수제안을 거절해 화제가 되기도 한 페이스북은 현재 트위터와 함께 SNS를 대표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의 가입자 수는 340만 명 이상이다.
페이스북은‘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이 인맥 확장을 도와준다. 일종의 교집합을 이용한 것인데, 나와 A는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아니지만, 나와 친구인 B, C, D가 A와도 친구라면 나에게 A를‘알 수도 있는 사람’으로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출신 대학교의 정보를 입력하면 같은 대학 출신들을 추천하는 등 신상 정보를 활용해 인맥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트위터는 2006년 시작됐다. 트위터의 두 가지 특징은 140자 이하로만 내용을 적을 수 있다는 것과 팔로잉(following) 시스템이다. 트위터가 140자 이하의 제한을 둔 것은 핸드폰 문자로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 전략이 적중해 트위터 이용자는 단기간에 급증했다. 사용자들은 140자 안에 말하려는 내용을 다 담기 위해 신중하게 어휘를 선택하고 축약어를 만들어내는 등 많은 노력을 해야 했고, 트위터에서 비롯된 단문 소통은 새로운 사고와 문화를 형성했다. 팔로잉 시스템은 내가 팔로우(follow)하는, 즉 따라가는 사람의 글이 나에게 자동으로 전달되고, 나를 팔로우하는 팔로워(follower, 추종자)에게 나의 글이 자동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팔로워가 많을수록 그 사람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그만큼 영향력이 큰 구조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선거 과정에서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당선에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팔로워 수는2008년 11만5천 명이었고 다시 대선에 도전하고 있는 지금은약 1630만 명이다. 물론 트위터에서도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맞팔, 즉 서로 팔로우를 하면 된다.한국어 정식 서비스는 2011년 1월에 시작했고 국내 사용자는80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인 트위터 사용자는 5억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유튜브(YouTube)는 2005년 2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무료 동영상 공유 사이트다. 사용자가 직접 영상을 올리고, 보고, 공유할 수 있다. 영상의 종류는 개인이 직접 찍은 홈비디오나 단편영화, 영화제작사의 홍보용 예고편,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등 매우 다양하다. 2006년 10월 구글이 인수하여 이듬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나라별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 2008년 1월부터 한국어 페이지도 제공되고 있다. 유튜브는 사용자들이 서로 친구를 맺고 인맥을 확장하는 서비스가 아니므로 엄밀히 말하면 SNS가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 콘텐츠의 유형이 과거 텍스트에서 이미지를 거쳐 지금은 동영상이 주를 이루고 있고, 유튜브는 이러한 발전 과정을 단축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누구나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든 것이다. 또한‘강남스타일’의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튜브는 여러 SNS에 영상 멀티미디어콘텐츠를 공급하는 주요 공급원이자 이들 사이를 엮어주는 매개체 역할도 하고 있다.유튜브의 규모와 영향력은 여러 통계로 알 수 있는데, 매분 6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 되고, 하루에 40억 개 이상의 동영상이 조회되며, 매월 30억 시간 이상 분량의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시청된다. 그야말로 천문학적 숫자의 동영상이 유통되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SNS
우리나라 SNS의 역사는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에서 시작한다. 초기에는 클럽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SNS 형태의 미니홈피 서비스는 2001년 개발되었다. 이때부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싸이월드는 2004년 SK커뮤니케이션에 인수되었으며, 현재가입자 수는 약 2600만 명이다.싸이월드와 함께 우리나라 SNS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가진 서비스가 하나 더 있다. 바로‘미투데이’다. 미투데이는 트위터와비슷한 형태로 150자 이내로만 글을 올릴 수 있어 마이크로 블로그(micro blog)로 분류되기도 한다. 몇몇 IT 개발자들에 의해2007년 시작한 미투데이는 개발 초창기 기존 가입자의 초대를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클로즈베타 방식으로 운영되었다.당시에는 초대 방식에 의해 회원 신분이 어느 정도 보장되었기때문에 아이디와 비밀번호, 이메일만 입력하면 간단히 가입할 수있었다. 또한 IT 분야에 종사하는 서울·수도권 거주자들이 주로가입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의 모임과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일반회원의 가입을 받기 시작한 후에도 미투데이는 오픈아이디라는 방식을 도입해 주민등록번호 없이 간편한 가입이가능했는데, 이는 웹2.0시대의 도래와 인터넷 실명제 관련 논란,인터넷에서의 개인정보보호 문제 등 여러 이슈들이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대안적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미투데이 역시 휴대폰 문자메세지를 통한 글쓰기가 가능했다. 미투데이는 가입자 수가 3만 명을 넘어서면서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에 2009년 인수되었고, 트위터 등 다른 SNS의 국내 진입과 급성장에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현재 가입자 수가 870만 명에 이른다.
IT기술의 발전이 SNS를 키웠다
2009년 11월 28일, KT는 잠실체육관에서 런칭 쇼를 갖고 애플의 아이폰3GS를 국내에 정식 출시했다. 이후 최근까지 약 3년 동안 아이폰은 우리나라에서 약 400만대 정도가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폰의 도입은 우리나라 IT·통신 역사에 큰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흔히 피처 폰(feature phone)으로 불리는 이전의 핸드폰에서무선인터넷을 쓰기 위해서는 매우 비싼 통신요금을 내야만 했을 뿐 아니라 활용 가능한 콘텐츠도 제한적이었다. 노트북 등 모바일 기기에서의 인터넷 사용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KT는 아이폰 도입과 함께 스마트폰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며 폐쇄적이었던모바일 무선인터넷 시장을 개방했다. 아울러 2006년 이미 상용화에 성공한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 Internet) 서비스의 확대에도 박차를 가했다. 와이브로는이동 중에도 끊김 없이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나머지 이동통신사들도 그 뒤를 따랐고 삼성, LG 등 휴대폰 제조사들도 앞 다투어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3천 만 명을 넘어섰고 모바일 시장 규모도5천 억 원 이상으로 추정될 만큼 성장했다. SNS는 이러한 모바일 인터넷 환경의 변화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형태의 많은 SNS들이 있었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만큼 성공하지 못한 것은 당시에 스마트폰의 폭넓은 보급과 같은 모바일인터넷 기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SNS, 인맥을 넓혀주는 미다스의 손인가?
모바일 무선인터넷의 상용화와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맞물리면서 SNS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길을 걸으면서,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심지어 직장에서 업무 중에 또는 집에서 TV를 볼 때도 사람들은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SNS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는 3천만 명이 넘고, 그 중 90% 정도가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난해 조사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률은 8.4%로 인터넷 중독률(7.7%)보다 높다.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 호프만 교수팀이 올해 초 독일 뷔르츠버그 거주 성인 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SNS가 섹스나 수면 다음으로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SNS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이다.인터넷이 상용화되어 일반에 널리 보급된 이래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개인정보보호와 사생활침해 문제도 SNS와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채우고 있는 내용들의 대부분이 사생활에 관련된 것들인데다, 스마트폰의 위치정보가 더해지면서 개인정보가 더욱 구체화됨에 따라 그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다.물론 자살하겠다는 트윗을 보고 재빨리 경찰에 연락을 취해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거나 오랫동안 찾을 수 없었던 은인을 페이스북을 통해 찾을 수 있었다는 등의 좋은소식도 언론을 통해 종종 전해지지만, 여전히 SNS 중독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관련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선이 마주치고 체온을 느껴야 진짜 만남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에 말했듯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또 발전시켜 나간다. SNS는 발전된 IT기술을 바탕으로,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새로운 소통의수단이다. 쉽고 빠르고 편리하다.하지만 기억해야할 것은, 사람과 사람의‘진짜’관계는‘진짜’만남을 통해서만 이뤄진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온라인에서는 이미 세계적 스타가 된 싸이가 굳이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직접 날아가야만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