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2.9 |
생각의 발견
관리자(2012-09-07 15:34:26)
삼신할머니를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윤목ㅣ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생각에 집중을 하면, 초의식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십여 년 전쯤 되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광고회사에 카피라이터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비상이 걸려 있었다. 규모로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리에이티브 중심의 신생 광고회사와 경쟁 PT를 한 결과 가장 큰 그룹 계열사의 광고 일부를 빼앗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그룹의 하우스 에이전시인 광고회사에서 같은 계열사의 광고를 외부의 작은 신생광고회사와 경쟁을 붙었다는 자체부터 자존심이 상한 일인데 하물며 그 결과조차 참담했으니 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에게 바로 그 작은 신생회사와‘빅맨’이라는 속옷광고의 경쟁 PT를 붙게 되었다. 광고비는 이전의 경쟁 PT에서 진 그룹 계열사의 광고비에 비해 훨씬 적었지만 회사의 관심은 온통 이 경쟁 PT에 쏠리고 있었다. 나는 심리적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회사의 대표로 그 신생광고회사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느냐, 아니면 또다시 힘없이 무너지느냐의 기로에 섰으니 말이다. 내 꿈에 나타난 아이디어 디렉터, 삼신할머니 한 달여의 PT 준비 기간 동안 A.E들과 거의 매일같이 회의를 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내의시장은 주병진의 ‘좋은 사람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여 빅맨, BYC 등과 같은 기존의 내의브랜드들은 맥을 못 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브랜드를 바꾸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해서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싸워야 하는데 빅맨에서는 새로 론칭시킨 브랜드마저도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소비자조사를 하고, 회의를 해도 뾰족한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PT날짜를 불과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그때까지 카피라이터인 나와 A.E들 간에는 광고컨셉, 광고방향에 대해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안을만들 시간밖에 남지 않은 절박한 상황이었다.너무나 그 프로젝트에 몰두해서였을까? 밤에 꿈을 꾸는데 웬삼신할머니 같은 분이 나타나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네가생각하는 방향이 맞다. 그대로 밀고 나가라’라고 하시며 경쟁사인 그 신생광고회사의 광고시안들을 칼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게 아닌가. 벌떡 일어나 보니 꿈이었다. 나는 새벽같이 세수를 하고 회사를 향하였다. 그리고는 일찍 회의를 소집하여 A.E들에게 내가 생각하는 컨셉을 강하게 주장하고 이번 프로젝트는 내 뜻을 따라달라고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PT는 성공했다. 회사에서는 그 신생광고회사에 한방을 먹였다는 자신감이붙었고 나와 프로젝트팀은 회사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차별화에 대해 집중을 하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또 한 번의 일이다. 그때는 회사를 그만하고 독립을 한지 얼마안 되서의 일이다. 동양매직이라는 광고주의 가스오븐레인지에 대한 경쟁 PT였다. 회사를 독립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새로운 광고주를 유치하는 문제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너무나 중요한 경쟁 PT라고 생각해서인지 그때도 광고방향에 대한 회의로 시간을 보내고 경쟁 PT날까지 불과 며칠밖에 남지 않은 어느 날밤이었다. 잠을 자는데 삼신할머니가 또 나타나셨다. 그러면서하시는 말씀,‘이번 경쟁PT에서 경쟁사는 콘티를 색다른 방법으로 제시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홀연히 사라지는 게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니 그 할머니의 말이 뇌리에 맴돌았다.‘맞아, 광고주는 수많은 프리젠테이션을 받아봤을 테니 이번에는 광고안의 제시방법을 좀 색다르게 해야겠다. 예를 들어 요리를 하는 장면을 콘티로 표현하지 않고 난타 같은 팀을 직접 PT에 참여시켜 현장에서 요리시연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고 회사에 출근하였다. 그러나 웬일인가. 너무나 시간에 쫓긴 나머지 아침에 했던 그 생각은 까맣게 잊고 콘티를 그려 그냥 일반적인 방법으로 PT에 참여하였다.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며칠 후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삼신할머니의 이야기를 무시한 게 그 이유가 아닐까라는 후회가 들었다. 잠재의식을 거쳐 초의식의 세계로 빠져보라 광고로 평생을 살아온 나는 꿈에서 이와 같이 삼신할머니라고 생각하는 어느 할머니를 꿈에서 두 번 보았다. 너무나 그 생각에 집중을 하면, 그 잠재의식이 꿈으로까지 연결되어 어느 예지자가 나타난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이것을 미신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그 분이 삼신할머니가 아니라고 해도 좋다. 그러나 생각의 집중을 극한까지 하면 그것이 잠재의식을 거쳐 우리의 일반적 의식수준을 뛰어넘는 초의식의 세계로 접어 들 수 있음을 경험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디어를 낼 때 그 생각이 우리들의 잠재의식까지 지배하도록 깊고 깊게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거기에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평소에 우리가 가진 능력 이상의 아이디어 말이다. 나아가 꿈에서라도 어느 예지자가 나타나 그 아이디어를 내도록 도와준다. 그 절호의 기회를 몇 번이나 만드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은 중요한 경쟁 PT를 앞두고 잠자리에 들면서 아무리 그 삼신할머니를 애타게 불러 보아도 그 할머니가 나타나지 않으신다. 그때처럼 내가 생각에 집중을 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면서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져서일까.‘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앙드레 말로의 말처럼 오늘부터 나 자신이 그런 아이디어를 낼수 있다고 믿어보는건 어떨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