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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9 |
제 138회 백제기행
관리자(2012-09-07 15:32:45)
사람이 만들고 예술이 되살리다 오선진ㅣ전북원음방송 아나운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했던가! 2년8개월여 동안 빠짐없이 생방송을 진행해온 내게 모처럼‘보너스’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날아들었으니 바로 138번째 백제기행‘중국- 상해와 항주’. 공간의 재해석, 자연이 만든 무대와 예술이 되살린 거리를 부제로 한 이번 여행은 평소 나의 관심사인 것은 물론 3박4일이라는 기간까지 딱 들어맞는 맞춤형이었다. 그간 여러 나라를 다녀왔지만 중국행은 처음임에도 별다른 준비없이 주최 측에 대한 믿음으로 편안하게 그리고 약간의(?) 설레임을 안고 시작되었다. 니하오! 상해의 밤은 낮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 찬란한 불빛이여! 인천공항에 집결한 우리 일행은 모두 25명. 주최 측에 설명에 따르면 이번 여행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초등학생부터 환갑을 전후로 아주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가족, 부부, 나와 같은 싱글들, 대학생 등등. 한사람씩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통해 이번 여행이 즐겁기를 기대하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다. 모든 출국절차를 마치고 드디어 상해를 향해 출발~ 이전의 홍차오 공항 국제편을 소화하기 위해 9가 3개 겹쳐진 1999년에 탄생됐다는 상해 푸동 공항에 도착한 후 다소 엄격한(?) 출국 심사를 마치고 나오니 아담한 체격의 현지 가이드‘이백군’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백군 씨는 조선족 3세로, 젊은 나이에도불구하고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해설로 안내를 해 주었고 외모또한 훈훈해 우리의 완소남으로 등극하셨다). 중국은 여름에 여행하는 게 아니라던 지인의 말과 달리 시원함을 느꼈던 나는 공항 밖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그 말을 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뜨거운 온도와 습한 기운이‘턱’하니 다가오면서“중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라고 열정을 다해 인사하는 듯 했다. 준비된 차량을 타고 첫 번째로 이동한 곳은‘상해박물관’. 상해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곳은 12만 여 점이나 되는 자료가 소장되어 있고 20개가 넘는 전시실을 소유한 상해 최대 규모의박물관으로 조소, 청동, 도자기, 회화, 가구관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특히 회화, 조소, 청동기가 볼만하다.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대륙의 웅장함을 자랑하는 듯 엄청난 크기와 모양새의각종 가구들이었다. 박물관에서 나와 단체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우리들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오고가는 행인들이 우리를 힐끗힐끗 바라보기도. 저녁식사 후 찾아간 곳은 그야말로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신세계‘신천지(新天地)’였다. 밤에 바라본 신천지는 은은한 조명아래 로맨틱한 분위기가나면서 유럽풍의 이국적인 바와 카페들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행 가운데는 맥주 값은 물론자릿값까지 내야 했다고 바가지에 억울해하기도 했다. 신천지를 뒤로 하고 10시 이후가 되면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빌딩들이 절전을 하고 있다며 상해의 랜드마크인 동방명주(TV수신탑)가 있는 외탄(外灘)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가히 내 눈 앞에펼쳐진 장관은 동공확대와 함께 감탄사 연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는 손가락을 제어할 수 없었다. 건물마다 수놓아지는 다채로운 영상은 익히 봤던 미디어 파사드와는 차원이 달랐다. 황푸강과 어우러진 야경은 홍콩 빅토리아 항구에서 바라본 그것이상으로 나를 황홀케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점멸되어가는 불빛을 뒤로한 채 아쉽게 자리를 떠나야 했지만, 그날의 풍광은 내 기억과 가슴속에 각인되었다. 낡음 위에 덧칠한 새로운 도시의 미래를 만나다 둘째 날은 이번 여행의 주제이자 목적인 공간·도시재생의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방문지는 레드타운.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벤츠 한 대가 먼저 반갑게 맞이해주고 그 뒤 초원위에 형형색색의 조형작품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오늘날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이끄는 디딤돌이었던 백년소평 등소평과 물리학천재 아인슈타인이 실제로도 만났을법한 두 사람의 흉상이 같은 선상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사뭇 반갑기도 했다. 레드타운은 상해의 모간산루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예술가들이 옮겨와 형성된 곳으로 갤러니, 카페, 바, 클럽, 오피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다음 행선지는 치바오 옛 길, 이른바 칠보 옛 거리. 중국 특유의 향이 거리 전체를휘감아 다소 당혹감을 준 곳으로 네발 달린 책상을 제외하고 모두 다 먹는다는 중국인의 식성을 여실히 보여주듯 갖가지 곤충,동물들을 재료로 요리한 중국정통음식들이 가게마다 절찬리에판매 중이었다. 옛 거리를 뒤로 하고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향한곳은 시계탑이 인상적인 중국 근현대 미술의 보고(寶庫) 상해미술관으로 상하이 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라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공업지역에서 문화예술지역으로 새 옷을 차려입은 모간산루 M50. 50은 번지수로 슈주강 연안에 위치한 공장지역이었다. 오전에 둘러본 레드타운 이전에 조성된 공간으로 비어있는 공장과 창고들이 예술가들의 작업의 산실로 탈바꿈했으며, 제작된 작품들은 판매까지 겸하고 있었다. 동양속의 유럽을간직한 듯 타이캉루에서는 미로 같은 지리 때문에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약간의 두려움 속에서도 볼거리가 많아 눈이 호사스러운 곳. 하룻밤 자고 나면 새로운 건물이 생겨난다는 말이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도시 상해에서의 마지막날밤은 타이캉루의 화려한 불빛을 뒤로한 채 지나가고 있었다. 온화함속에 들끓는 열정의 도시, 항주를 마주하다 항주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골동품을 주로 파는 동타이루. 부르는 게 값이라 무조건 깎고 봐야 한다는 속설을 실감나게 했던 곳으로 일행 가운데 한 분이 골동품 새장을 구입해 놀람과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 드디어 상해의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용광로 같은 뜨거움이 기다리고 있는 항주를 향했다. 소주에서 태어나 항주에서 살고 싶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매력적인 도시 항주에서는 인물 자랑을 하지 말라는 만큼 미인도 많고 현재 가장 땅값이 비싼 곳이라고. 항주에서는 먼저 고대하던‘서호’를 들렀다. 유람선을 타는 동안 서호와 연관 있는 소동파의 일화가 떠오르면서 자연과 역사가 한데 어우러져 호수의 잔잔한 물결위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듯 했다. 하선 후 중국 녹차의 대명사인 용정차를 만나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소동파의 동파육을 저녁으로 먹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장예모 감독의 수상공연‘인상서호’를 만나러 갔다. 낮과는 다른 얼굴을 한 호수위에 드디어 멋진 음악과 화려한 조명이 켜지면서‘인상서호(Impression, West Lake) - 슬픈 사랑이야기’는 그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명불허전. 아! 이것이었구나. 황홀경에 빠져 공연을관람하던 중 아뿔싸!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우왕좌왕. 그러나 준비된 비옷을 입고 끝까지 공연에 몰입했다. 공연이 끝난 후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뇌리 속에 저장할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개탄하며, 쉬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중국에서의 마지막 날 밤은그렇게 아쉬움만 가득한 채 흘러가고 있었다. 짜이찌엔! 뜨거웠던 상해, 항주여~ 중국에서의 마지막 일정은 절강성 미술관과 청하방 옛 거리로 갈무리했다. 상전벽해라고 했던가. 눈이 부실만큼 성장한 대륙 중국의 상해와 항주는 낡은 것을 버리지 않고 다시금 숨결을 불어넣어 생명력 넘치는 도시로 재탄생됐다. 거대한 마천루의 전시장이자 건축양식의 박람회장으로 성공적인 도시·공간재생을 보여줬던 상해, 역사를 고스란히 품으면서도 그 위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넣은 열정의 도시 항주. 지금도 변화하고 있는 이 도시들의 미래가 궁금한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이미 완료됐거나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도시공간재생프로젝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여행은 삶의 일부며,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난다고 했던가! 내 자신에게 베푼 3박4일간의 여름 보너스는 대만족!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여독은 지속되고 있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 삶이 풍요로워 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대 떠나라! 마지막으로 중국 현지 음식에 지쳐있던 일행들에게 자연산 송이를 북한으로부터 공수해 쫄깃한 식감과 향긋함을 전해주셨던 김 센터장님, 그리고 관계자 분들께 지면을 빌어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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