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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9 |
[시평] 페이스메이커냐, 우승자냐. 안철수의‘스퍼트’를 기다린다
관리자(2012-09-07 15:32:24)
페이스메이커냐, 우승자냐. 안철수의‘스퍼트’를 기다린다 이재규 ‘안철수의 생각’은 정치기획이다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 이후 5주째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미 50만 부 이상 팔렸으며 연말까지 100만 부는 거뜬할 거라고 출판계는 예측하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극적으로 양보한 이래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안철수 바람’이 구체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영혼 있는 승부를 내세우며 성공한 CEO 안철수보다 잠재적 대권 주자로서 안철수 (후보)가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에 대해 어떤 구체적 생각을 갖고 있는지 대중에게 선별하여 내보이겠다는 기획의도가 반영된 저작물이다. 안철수라는 폭발력 있는 상품을 활용한 베스트셀러 기획출판이자, 책이라는 형식을 통해 안철수 바람이라는 정치적 동력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한 정치기획인 셈이다. 인터뷰어로 나선 제정임 교수가 안철수와 한 달 반 동안 아홉 차례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를 저본으로 여러 이슈의 순서와 비중을 매우 섬세하게 조율해 놓았다. 정치 참여를 고민하게 된 배경, 인생 역정과 가족 등 인간 안철수에 대한 질문에서 그가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 구상,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275쪽 짜리 책에서 안철수는 시종일관 특유의 차분한 톤으로 대담에 응하고 있다. 사후 윤문작업이 가해졌을것을 계산에 넣더라도 안철수 교수는 복지, 정의, 평화 등굵직한 화두를 잘 소화해내면서 일반에 알려진 것처럼 엘리트 코스만을 거쳐 온, 잘나가는 사람의 식견 자랑에 머물지 않고 돈 없고 힘없는 이들의 설움에 대한 이해와‘뜨거운 가슴’이 있음을 보여준다.“복지를 해야 부자가 된다”,“통일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다”등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안 제시의 큰 방향을 잘 잡고 있는 것도 돋보인다. 그의 시선은 진보개혁진영의 기조와 대부분 일치하며어떤 영역에서는 더 성숙한 관찰력을 보여준다. 그가 실제 정치 일선에나선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답을 세워야 할 국회와 정당정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문화적 안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담 꼭지가 없는 것은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안철수의‘생각’은 국민 생각이다 흰 색 표지에 튀지 않는 편집이 상징하는 것처럼‘안철수의 생각’은 우리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상당수 국민들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야권 주자들이 펼쳐온 주장에 비춰 크게 더 나가거나이색적인 언급도 없다. 그런데 왜 관심이 쏠리는 것일까.야권원로들의 원탁회의에서는 공동성명을 통해 안철수 현상에 대해“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의 표출이요 이를 담지할 새로운 인물에 대한기대가 공존하는 것”이라고 봤다. <안철수의 힘>을 쓴 강준만 교수는 안철수 현상의 뿌리로 그동안 한국정치가 보여준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와 편 가르기, 진영 논리를 지적한다. 강교수는 안원장에 대한 지지 이유로 이른바‘증오시대’를 끝낼 수있는 적임자라는 논리를 제시한다. 적대적 공존의 낡은 프레임과 낡은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교수는 특히 기존의 진보진영이 시장에 대한 접근에서 한계를 보였다면서 안철수를 공정한 시장을 지향하는‘공정국가’적임자로 본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혁명적 변화 앞에서 안철수가 디지털 선구자로서 전 분야에 걸친 패러다임 전환을잘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도 덧붙였다.여러 차례 여론조사에서 확인하는 것처럼 이른바‘안풍’은 2040 세대와 수도권 중산층에서 두텁게 나타난다. 야권 기존정당에 실망한 이탈층도 안철수 지지로 대거 흡수되고 있다. 기존 여야 진영이 각자의 고정 지지층에 갇혀 있는 데 비해 정당도 없고 정치 경험도 없는 안철수의 확장성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안철수의 생각’은 지금 한국정치현실에 대한 국민대중의 판단과 요구에 정확하게 주파수를 맞추면서 그 생각의 결말을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쪽으로 열어둔다. ‘안철수’의 생각은 진행형이다 8월 23일 백낙청 교수를 비롯한 야권원로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안 교수에게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이제는 그가 돌아설 수 있는 시점이 지났으며 설혹 야권 단일후보가 안 되더라도‘안철수 현상’의 역동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민주세력의 공동승리에 확실한 공헌을 할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다. 백낙청 교수의 말씀대로“이제 와서 그가‘저는 도저히 감당할 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라며 갑자기 물러선다면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 전체에 일대 타격이 될 공산이 큰”상황이 되었다. 안철수는 책 말미에 자신의‘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더 많은 동참이 있기를 바란다고 썼다. 물론 안철수재단과 관련한 언급이라 맥락은 다르지만, 한국정치의 흐름상 안철수의 생각과 선택이 이제 대선 정국의 흐름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도올 김용옥은 최근 저서 <사랑하지 말자>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가 대선의 본질이라고 못박았다. 안철수는 청년들에게 주는 조언에서‘사회와 더불어’행복한 길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선택이라고 했다. 안철수가 평소의 지론대로 영혼이 있는 승부를 위하여, 마중물의 자세로, 사회와 더불어 국민 모두가 행복한 길을 찾아가는 역할을 책임 있게 해낼 때 우리는 야권의 연합후보가 최종적으로누가 되든 기쁘게 투표장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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