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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9 |
[기획특집] 로컬푸드 2
관리자(2012-09-07 15:30:39)
행복을 나누는 밥상 한규일 기자 여전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의 금요일 오후. 주말을 맞이해 막바지 피서를 떠나는 가족단위 손님들과장 보러 나온 주부들이 뒤섞여 북새통인 용진면 로컬푸드 직매장에 갑자기 한 무리의 단체 손님들이 들이닥쳤다.당황한 직원이 인솔자를 찾아 나섰다.잠시 후 단체 손님들은 농협 직원의 안내에 따라 옆 건물 2층으로 줄지어 올라갔다. 최근 몇 달 동안 용진면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개장한지이제 만 4개월이 된 이곳에는 평일 1000명, 주말에는 평일의 두 배 이상 손님이 찾아온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고 했지만 용진면 로컬푸드 직매장은 예외다. 일일 평균 매출이 2000만원을 웃돌고 어느 날엔 3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견학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단체도 적지 않아 하루 200여 명 단체손님이 거의 매일 찾아오고 있다. 로컬푸드, 농촌을 살리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바람이 거세다. 군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로컬푸드 건강밥상 꾸러미’사업이 안정권에 접어든데 이어 용진면 로컬푸드 직매장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면서 완주군은 명실상부 국내 로컬푸드 1번지로 자리 잡았다.‘로컬푸드 건강밥상 꾸러미’사업은 당초‘건강한 밥상’영농조합법인의 조합원 100명이 1200만원의 자본금을 마련해 시작했다. 2010년 10월이었다. 조합원들은 대부분 노인층 농가와 작은 규모로 농사를 짓는 가구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생산한 제철 농산물 10여 종을 한 꾸러미로 묶어 도시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사업이다. 꾸러미에들어가는 농산물은 엄격한 농약잔류검사를 거친 저농약 유기농산물이다. 100여 가구로 시작한 회원 수는 지금 3500여 가구로 늘었고 연 매출 30억 원에 이른다. 건강밥상 꾸러미 사업의 놀라운 성과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완주군이 2009년부터 다져온 마을공동체 중심의 생산체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완주군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로컬푸드 사업에 최대한의 행정력과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용진면 로컬푸드 직매장도 마찬가지다. 완주군과 용진농협은 2010년 12월의 일본 현장연수를 다녀왔다. 거기서 얻은지식을 바탕으로 치밀한 사업계획을 세우고 2011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여섯 차례에 걸친 교육을 진행했다. 현재 직매장에 납품하고 있는 생산자들은이 교육의 전 과정을 수료한 농민들이다. 2011년 8월부터는 로컬푸드 직매장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하는 한편 임시매장을 열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길가에 천막을 치고설치한 간이 매장에서도 월 매출이 8500만 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용진면 로컬푸드 직매장이 정식 개장 4개월 만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건강밥상 꾸러미와 로컬푸드 직매장의 기본적인 시스템은간단하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거래로 연결시켜준다는 것이다. 수집상, 도매시장, 소매상 등 기존의 복잡한 절차를거치지 않기 때문에 유통 비용이 줄어든다. 그만큼 소비자가격은 낮아지고 이윤 또한 고스란히 생산자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가격경쟁력 외에도 일일유통이라는 혁신적이고 강력한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대형마트등 기존 유통시스템을 거치는 농산물들이 최소 2~3일 이상을 저온창고 등에서 보내는 것과 달리 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농산물은 신선도가 생명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이보다 더 매력적인 요소는 없을 것이다. 완주군은 앞으로 모악산 인근에 로컬푸드스테이션을 열어 로컬푸드 시스템을 완성하고확대시켜나갈 계획이다. 로컬푸드스테이션은 일일유통직매장과 농민가공센터, 농가레스토랑, 농촌정보센터, 가공체험교육장으로 구성된 복합유통·문화공간이다. 농사도 사업이다 귀농 2년차인 김민(완주군 봉동읍 구암리) 씨는 지난해부터 건강밥상 꾸러미에 대파를 납품하고 있다. “농사 초기에는 농산물 센터에 몇 번 납품을 했어요. 그런데 할수록 손해더라구요. 작년에 파 값이 싸기도 했지만, 워낙 가격을 적게 쳐주는데다 하차비니 뭐니 떼어가는 비용까지 많아서 남는 게 없었죠.” 김씨는 우연히 완주군의 로컬푸드 사업을 알게 되어 납품을 시작했다. “일단 납품가가 농산물 센터의 두 배 정도는 돼요. 소매가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도매가와 소매가의 중간 정도는 되니까 이렇게만 꾸준히 돈 벌 수 있다면 농사지을 맛이 나죠.” 농산물은 가격 등락폭이 크기 때문에 폭등했을 때는 값을 더 비싸게 쳐주는 곳에 넘기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농사도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생산자와 로컬푸드 조합 그리고 소비자가 서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철 장사로 한몫 챙기겠다는 농민들의 생각부터 바꿔야한다고 말한다.“장기적으로 보면 건강밥상 꾸러미에 꾸준히 납품하는 게 훨씬 이익이거든요.”건강밥상 꾸러미도 로컬푸드 직매장도 소량 포장 납품이 원칙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많이 살수록 단위당 가격이 싼 대형마트와 달리 로컬푸드 상품은 소량 포장이어도 가격이 저렴한데다, 매일 신선한 농산물이 공급되기 때문에 굳이 대량 구매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량 포장은 생산자에게도 유리하다. 예를 들어 한 상자에 2만원인 상추를 1500원짜리 20개로 소량 포장하면 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꺼번에 심었다가 한 번에 거두어 대량으로 파는 농사에 익숙한 농민들에게는 이 방식이 귀찮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일이다. 식구들 먹일 텃밭 농사에서나 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야 한다거나, 한 종류의 작물만 심더라도 면적을 나누어 시간차를 두고 꾸준히 재배해 출하해야 한다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그렇게 해서 매일 10만원씩만 꾸준히 번다고 생각해보세요. 도시에서 힘들게 직장생활 하고 연봉 몇 천 받는 것보다 낫습니다.”실제로 용진면 로컬푸드 직매장에 납품하고 있는 한 농가의수입은 평일 20만원, 주말 80만원. 농협 수수료 10%를 떼도 한 달 소득은 천만 원을 웃돈다.“우리 농민들이 농사는 잘 짓는데 유통이 약합니다.” 용진농협 이중진 차장의 말이다.김씨도 이 말에 백 퍼센트 공감한다. 더 이상 농사만 잘 지어서는 안 되고, 농사도 사업인 만큼 유통, 판매, 마케팅까지 고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완주군의 로컬푸드 사업은그 고민에 대한 좋은 대안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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