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8 |
2012 전주국제영화제 평가 들여다보니
관리자(2012-08-03 16:10:27)
전주영화제,‘다시 찾는 관객’는다
한규일 기자
전주국제영화제가 사단법인 마당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를 7월 10일 발표했다. 이 설문조사는 제13회 영화제의 평가를 위한 것으로, 여기에 전문가평가단의 보고서와 영화제 자체평가,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 등을 종합해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다만 이번의 경우에는 공청회가 생략될 것으로 보인다. 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 논란과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사퇴로 인해 공청회 일정이미뤄졌는데, 새 집행위원장의 선임이 완료되는 8월 중순이면 다음영화제 준비에 온 힘을 집중할 시기이기 때문이다.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 관람객들이 매긴 점수를 종합한 평균은 76.33점으로 무난한 수준이다. 하지만 70점대(36.0%)와 80점대(34.1%)가 비슷한 비율을 기록하면서 전체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90점대 이상의 평점을 준 경우도 13.9%나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주국제영화제가 관람객들로부터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 영화제에 다시 오겠다는 응답자가61.9%의 높은 비율을 보이는 점도 관람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뒷받침한다(재방문 안함 8.6%).특히 역대 영화제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관람객들과 영화제 참여일이 긴 관람객들일수록 더 호의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향상·발전되고 있으며 종합적인 측면에서의 완성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된다.높은 종합점수와 별개로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전북이 아닌 지역(주로 수도권)의 관람객들은 영화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높고, 전북 지역의 관람객들은 영화보다 축제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조사결과의 분석이‘전주국제영화제의 축제성을 강화해야 한다’로만 끝나서는 곤란하다. 방문을 결정한 시기나 티켓 구매 방법, 영화 관람 총 편수, 참여일수 등 다른 요소를 함께 고려하면 타 지역 관람객들은 영화라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전주국제영화제에 온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전북권 관람객들의 38.7%가 당일 또는 하루 전에 방문을 결정하는데 비해, 타 지역 관람객들은 1개월 전에 방문을 결정하는 비율이 59.7%에 이르고 당일이나 하루 전에 방문을 결정하는 비율은10.9%에 불과하다. 티켓 구매 방법도 전북권 관람객들은 현장구매가 54.4%, 온라인 예매가 30.8%를 보인 반면 타 지역 관람객들은온라인 예매가 60.2%, 현장구매가 31.4%를 기록한다. 영화 관람 총편수도 전북권 관람객들은 1-2편 관람이 62.0%에 관람할 생각이없었던 사람도 17.8%를 나타냈지만, 타 지역 관람객들은 3-4편 관람이 31.3%, 1-2편 24.0%, 5-6편 18.6%, 7편 이상 관람도 23.1%나 된다. 참여일수에 있어서도 전북권 관람객들은 1-2일의 비율이압도적으로 높지만 (전주 79.9%, 전북87.5%), 타 지역 특히 서울·경기의 관람객들은 2-3일이 66.5%, 4일 이상도 19.3%나 됐다. 이밖에 참여(또는 참여예정) 프로그램, 전주국제영화제를 대표한다고생각되는 프로그램, 가장 좋았던 프로그램에 대한 응답에서도 전북권 관람객들은 축제성을, 타 지역 관람객들은 영화제를 선호하는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다.이상의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전북권 관람객들은 접근성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또는 접근성이 편리하기 때문에) 잠깐 시간을 내서 영화제에 왔다가 영화보다는 거리의 분위기나 공연 등 주변 프로그램들을 즐기고 돌아가지만, 타 지역 관람객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 다음 전주국제영화제에 와서 오래 머무르며 여러 편의 영화를 본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체 관람객의 47.1%를 차지하는 타 지역 관람객들은 영화 관람뿐만 아니라 교통, 숙박, 식·음료, 유흥, 쇼핑 등 모든 항목에서 1인당 지출비용이나 총 소비지출액이 전북권 관람객에 비해 매우 높다. 경제적 측면에서 타 지역관람객들의 소비는 곧 외부 자금의 전북권 유입을 뜻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기 위한 방안이나 타 국제영화제와 비교해서 미흡한 점에서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다양한 이벤트의 개발(44.9%), 부대행사 및 이벤트(22.0%)이 각각 높은 비율을 차지한 만큼 전주국제영화제가 축제성을 강화하거나 축제성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필요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세계적 영화제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는 전북권 관람객들은 수준 높은 부대행사에 요구가 더강한 반면(25.7%) 타 지역 거주자들은 다른 국제영화제와의 차별성(24.0%), 엄정한 작품선정(15.2%), 세계유명 영화인 초대(13.9%) 등부대행사보다는 영화제의 핵심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가 더 높다는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결론적으로 이번 설문조사결과가 보여주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공이유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대안·독립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실하게 유지하고 영화제로서의 내실을 다짐으로써 충성고객인 영화 마니아들에게 계속 사랑받아야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대행사나 이벤트에 만족하고 있는잠재고객들을 영화제의 핵심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으로서의 축제성에 대한 고민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