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2.8 |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해임·집행위원장 사퇴
관리자(2012-08-03 16:10:18)
JIFF, 갈등 속 시험에 들다 한규일 기자 전주국제영화제가 새 집행위원장의 공모에 나섰다. 7월 말까지 원서를 접수하고 서류와 면접의 2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8월 14일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집행위원장 공모는 지난 6월 28일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민병록 집행위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데 따른 것이다. 민 위원장의 사퇴는 6월 초 전주국제영화제가 유운성 프로그래머를 해임한 것에서부터 비롯되었다. 해임 논란은 지난 6월 4일의 한 트윗에서 시작됐다.‘나를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직에서 해임한다는 통보를 오늘 받았다’로 시작되는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트윗이다(현재 이 트윗을 비롯해 유운성씨가 올린 전주국제영화제 관련 트윗들은 모두 삭제되었다). 이 트윗을 시작으로 유운성씨의 해임 사실이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빠르게 알려졌다.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그의 해임에 항의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글들은‘해임에 외압이 있다’는 유운성씨의 주장을 지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다음날 전주국제영화제는 공식트위터를 통해 유운성씨의 해임이 인사규정에 따라 6월 1일 개최된 인사위원회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어떠한 외압도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유운성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영화제가 발표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6월 6일 전주국제영화제는 민병록 집행위원장 이름으로 이전과 같은 내용의 공식 트윗을 다시 올렸지만 이미 불붙은‘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논란’은 오히려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전주국제영화제의 공개적인 대응은‘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과 관련하여’(6월12일)와‘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민병록입니다’(6월16일)란 두 개의 글을 집행위원장 명의로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린 것이 전부다. 그러나 유운성씨는 6월 한 달 동안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글을 계속해서 올렸고, 평소 친분이 있는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이 사태에 대한 내용을 알려 그들로부터 받은 해임에 반대하는 성명서와 지지의 글을 모아 블로그에 게시하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역시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과 관련된 항의성 글들이 쏟아졌다. 거의 대부분이 유운성씨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해임의 부당함과 해임 철회를 요구하는 글들은‘전주국제영화제 보이콧’으로 이어지거나 전주국제영화제의 위상 추락을 예고하는 내용으로도 확대됐다. 6월 11일과 12일에는‘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팀 및 기타 사무국 스태프’와‘한예종 공동행동’,‘서울대학교 영화연구회 얄라셩 졸업생 / 재학생’등 단체 명의의 성명서가 발표되었으며, 7월 5일에는‘한예종 공동행동’이 중심이 되어 꾸린 지프투어가 전주의 언론사와 영화제조직위사무국을 항의방문 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전주국제영화제는 6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사회에 연임의 의지를 강하게 전달했었던 민 집행위원장은 불과 3~4일 만에 연임에 대한 의사를 번복,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전주국제영화제를 떠나며’라는 입장을 밝히고 사퇴했다. 민 위원장은 이 글에서 이사회의 연임 결정은 지난 3년 임기 동안 자신이 수행한 업무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며, 따라서 유운성씨의 해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유운성씨의 해임과 관련해서는 정해진 기일까지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으므로 절차상으로도 그의 해임에는 문제가 없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일부 이사들은 투표로 결정된 민위원장의 연임에 대한 해석이 일방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유운성씨 또한 민 위원장의 사퇴 성명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러나 그는 결국 영화제 복귀를 위해 더 이상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유프로그래머의 주장과 해임을 둘러싼 논란의 과정은 그의 블로그에 모든 과정이 올려져 있다.)이제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 논란은 일단락 된 듯이 보인다. 형식적인 절차상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녹록치않다. 지난 두 달 동안의 해임논란은 깊은 갈등과 상처를 남겼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꼼꼼하고 논리적으로 전개되는유운성씨의 주장과는 다르게 온라인을 중심으로 벌어진 논란은 다분히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양상을 보였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든든한 지지기반인 영화계 관계자들과 영화마니아들의 상당수가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난하며 실망을 나타냈다. 해임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매도당한 영화제 관계자들이 있는가하면,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냈던 지역 주민들의 마음에도 큰 상처가 남았다.영화제의 과제는 후유증을 치유하고 다음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미 내년 일정(2013. 4. 25 ~ 5.3)을 발표하고 다음 영화제 준비를 시작했다. 새 집행위원장 선임을앞두고 있지만 영화제 상근 직원들은 다음 영화제의 준비에 열정을쏟고 있다. 8월 중순 새 집행위원장의 선임이 마무리되면 더욱 새로운 마음으로 제14회 영화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논란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과 상처로 인해 전주국제영화제 정체성이 훼손 또는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영화마니아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걱정도 깊다. 그러나 디지털, 독립, 대안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첫 막을 열었던2000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초심은 그대로다. 연륜을 쌓아 더 좋은 영화제로 만들어갈 의지가 더 단단하다. 영화제는집행위원장 한 사람이나 몇몇 이사들 또는 사무국 직원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는 먼 길 마다않고 해마다 찾아오는 수많은 영화인들과 관객들, 모집 때마다 기업 공채에 버금가는 높은 경쟁률을 보여주는 열정적인 자원봉사자 지프지기들, 그리고 예향 전주의 자긍심으로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주는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온 영화제다. 전주영화제가 상처를 딛고 더 새롭게 일어서야 하는 이유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