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8 |
완주 중앙도서관 벽화 제작한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관리자(2012-08-03 16:09:47)
그는 왜 벽화를 나누어 주는가
한규일 기자
일러스트레이터‘밥장’의 블로그에 새로운 소식이 올라왔다. 8월 개관하는 완주군중앙도서관에서 벽화 작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늦은 장맛비가 내리는 금요일 오후, 그를 만나러 갔다.‘놀러 오실 분은 완주군 신청사로 당도 높은 간식 챙겨서 오시면 됩니다.’블로그에 적힌 그의 말대로 편의점에 들러 달달한 간식과 음료수도 몇 개 샀다. 새로 지어진 건물인데다 개관도 하지 않았으니 썰렁한 작업실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현장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작업 이틀째, 첫날 오후부터 시작해 만 하루 만에 밥장은 도서관 로비의 가로 12미터나 되는 긴 벽의 대부분을 이미 그림으로 채워놓고 있었다. 그야말로 와글와글, 끝없이 이어지는 캐릭터들의 행렬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의 그림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전할 것인지 짐작하는 일 또한 어렵지 않았다. 2미터 높이의 비계 위에 걸터앉아 벽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밥장은 손님이 왔다는 도서관담당자의 말을 듣고서야 아래로 내려왔다. 곱슬곱슬한 머리에 티셔츠와 반바지, 편한 옷차림만큼 편안한 인상에 눈빛이 맑고 밝았다.“와, 간식이 풍년이네요.”비닐봉투에 담긴 과자 몇 개에 밝게 웃는 밥장을 마주하고보니 그의 그림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금세 알 수있었다. 그의 그림 속 친구들은 대개가 동글동글 귀여운 캐릭터들이다. 그는 그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불러내고 꿈꾸게 한다.“이건 어린왕자인데 어린왕자의 별이 유명해져서 여우가 부동산중개업을 해요.”까만 아스팔트 도로가 칭칭 감긴 소행성 뒤로 난감한 표정의 어린왕자가 보이고, 노트북을 손에 든 양복차림의 여우가 그 앞에서 웃고 있다.“저기 뱃머리에는 심청이, 그 옆에 몸짱 용왕님도 있죠.”벽화를 다시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화와 소설속 주인공들이 밥장의 벽화안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얻어 다시 태어나있다. 12미터의 긴 벽화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그야말로‘깨알 같은 재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풍성한 이야기가 담긴 12미터 길이의 긴 벽화를 아무런 밑그림도 없이 쓱쓱 그려낸다는 사실이다.“오늘 로비를 마무리하고 내일부터는 북카페 벽화를 그립니다.”북카페 벽화는 오일스틱을 재료로 그 특성을 활용, 크레파스의 느낌을 살리면서 자유롭게 그려낼 계획. 높이 4.5미터의 웅장한 벽면에는 또 어떤 상상의 세계가 담겨질지 궁금했다.
밥장. 본명은 장석원, 직업은 자칭 비정규직 아티스트다. 주업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들이며 공공기관의 광고를 비롯해 도서, 잡지 등 여러 매체의 작업을 두루 해오고 있다. 동시에 작가, 북 칼럼니스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능기부자이기도 하다. 주로 그림을 그리지만 책도 다섯권이나 출간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은 지난 해 말에 출간한 에세이 <내가 즐거우면 세상도 즐겁다>인데, 이 책에는‘재능기부 좋아하는 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재능기부는 그의 오랜 관심사이며 꾸준히 해온 일이기도 하다. 완주군중앙도서관의 이번 벽화 작업도 재능기부가 인연이 되어 하게된 일이다. 밥장은 완주군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의 첫 벽화 재능기부가 바로 이곳, 2009년 1월 완주군 상관면의 기찻길 작은도서관에서 시작됐다. 이후 밥장은 자신의 블로그에‘완주군’이라는 별도의 재능기부 목록을 만들 정도로 자주 완주군을 찾아오고 있다. 또한 기찻길 작은도서관에서 시작된 그의 재능기부 벽화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며 전국의 작은도서관, 시골동네 등 대한민국 곳곳에서 100개를 목표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다른 형태의 재능기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며칠 뒤 찾아간 그의 블로그에는 완주군중앙도서관 북카페의 4.5미터짜리 벽화를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눈부신 주황색 태양을무리지어 있는 해바라기처럼 그려 넣은 그의 그림은 아이들과 같은 천진난만함이 묻어난다.‘그림이란 보는 사람 마음에 달려있다. 마치 시가 읽는 사람들의 것이듯이 말이다.’벽화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이 제각각이라며, 사진 아래 밥장이 덧붙여 놓은 글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것은 그의 그림을 보며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못할 사람이 이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