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8 |
생각의 발견
관리자(2012-08-03 16:06:48)
목표가 분명할 때, 아이디어는 샘솟는다
윤목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당신이 내려고 하는 아이디어의 목표는 어디쯤입니까? 십여 년 전의 일이다. 옥션이나 G 마켓 같은 쇼핑몰이 나오기 전, 한솔CS클럽이라는 인터넷 쇼핑몰이 있었다. 그 회사의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광고주의 요구는‘국내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PT 준비기간은 2주, PT 참가회사는 4개 회사였다. 그러나 국내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어느덧 10일 이상이 지나 버렸다. 최대라는 자랑거리를 일방적으로 이야기하자니 너무 식상한 아이디어이고 그런 아이디어들은 경쟁사에서도 얼마든지 낼 것 같았다. 나는 3가지 목표를 분명히 했다.
1. 절대로 평범한 아이디어는 내어서는 안 된다.
2. 국내최대라는 규모를 자랑하는 일방적인 아이디어는 내지 말자.
3. 어떻게 해서든지 인터넷 쇼핑몰의 광고이니 클릭이나 회원가입으로 유도할 수 있는 Two-Way Communication적인 아이디어를 내야한다.
이런 목표를 세우고 나니 그 어떤 아이디어도 성에 차지 않았다. 재미있으면 클릭으로 유도되지 않을 것 같고, 클릭에 초점을 맞추면 아이디어의 재미요소가 떨어졌다.
섬광처럼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
경쟁 PT 날까지 남아있는 시간은 불과 3일. 머리가 쥐가 날 지경이었다. 수백 개의 아이디어가 회의실 벽면을 채우고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경쟁사에서도 비슷한 아이디어를 낼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일요일에도 직원들과 함께 출근을 해야 했다. 직원들은 12시쯤 나오라고 하고 나는 조금이라도 더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고 11시경 출근을 했다. 책상에 앉자 일요일 오전의 따스한 햇살이 밀려 들어왔다. 그 때 섬광처럼 떠오르는 아이디어 하나. 국내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것을 클릭으로 유도하기 위해‘없는 물건을 찾아보게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었다. 없는 것이 없는 국내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에도 없는 것은 분명히 있을 테니 그것을 소비자에게 찾아보라는 퀴즈형식의 광고를 하면 광고를 보는 사람은 클릭을 해보고 싶을 것이고, 클릭을 해서 사이트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순간 한솔CS클럽은 국내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 사이트를 뒤져보니 장례서비스에서 퀵서비스, 명절 때 제사음식 배달서비스까지 정말 없는 것이 없었다. 한 시간여에 걸쳐 뒤진 결과, 종이컵이 없었다. 아이디어는 일사천리로 전개 되었다. 1차는‘없는 물건을 찾아라!’라는 캠페인 테마 아래‘국내 최대의 인터넷 한솔CS클럽에도 없는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찾아주세요.’라는 카피를 붙이고 보기로서‘1. 장례서비스 2. 퀵서비스 3. 종이컵 4. 제사음식 배달서비스’라고 표기하였다. 한마디로 클릭을 유도하면서 한솔CS클럽은 없는 것이 없는 국내최대의쇼핑몰이라는 것을 Two-Way Communication으로 알리는 캠페인이었다. 그리고 2차로는‘정답은 종이컵입니다. 국내최대의 인터넷쇼핑몰 한솔 CS클럽에는 환경을 해치는 종이컵을 빼놓고 없는 물건이 없습니다’라는 캠페인이었다. PT날, 1차 광고를 설명하고 나서 PT 심사위원 중 한사람인 홍보팀장에게 정답을 아느냐고 물었다. 일순간 적막이 흘렀다. 만약 홍보팀장이 정답을 못 맞추면 사장 앞에서 체면을 구기게 되는 일이니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 홍보팀장은‘혹시 종이컵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내 곧바로 2차 광고를 설명하면서‘역시 홍보팀장님이십니다’라고 말을 하자 그 자리에 모인 광고주 직원들이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4개 회사가 경쟁 PT를 하는 날, 자칫 지루해지고 졸리기 쉬운 4번째 발표 순서에서 PT장을 일순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심사위원들을 쥐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이 캠페인이 가져가야할 전제조건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국내최대 규모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둘째, 그것이 광고로만 그치지 않고 클릭으로 유도되고 회원가입으로 유도될 수 있는 아이디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모든 설명이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벌써 우리가 이겼다는 승전보가 울렸다. 이렇듯 아이디어는 그 아이디어가 가야할 목표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적어도 이번 프로젝트에 이런 아이디어는 내야겠다는 자기 스스로의 기준치, 목표의식 말이다.
How to say보다 What to say가 먼저다
광고회사에선 아이데이션(Ideation) 을 위해 몇 시간이고 화보집을 뒤적이는 직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직원들에게 무엇을 찾고 있는지, 찾고 있는 아이디어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지를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는 직원이 흔치 않다. 그냥 아이디어를 내야 하니까 습관적으로 광고자료나 화보집을 뒤적이는 것이다. 내가 이 자료들을 보면서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야한다는 목표의식이 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말이다. 이렇듯 아이디어를 낼 때 무작정 아이데이션 작업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아이디어 How to say 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것 What to say 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 아이디어를 통해 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최소한 어떤 스타일이면 좋겠다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다음 자료를 뒤적이거나 생각을 하면 분명 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사상누각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 뒤에 숨은 뜻이 분명한뼈대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광고뿐만이 아니다. 모든 비즈니스, 모든 사업에 있어서의 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Target을 분명히 정하고, 그 Target에게 어떤 차별화된 What tosay를 말할 것인가를 정하고, 그 목표가 분명하다면 힘 있는 아이디어는 훨씬 더 쉽게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