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8 |
[기획특집] 서평 속의 책
관리자(2012-08-03 16:04:59)
명작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가치가 있기에 명작입니다. 명작만 골라 깐깐한 필자들이 쓰는 문화저널의 서평은 그래서 특별합니다. 지난 2년 동안 문화저널이 소개해드린 서평 책들 중 여덟 권을 다시 골랐습니다.
기후변화의 정치학 - 앤서니 기든스 ㅣ 에코리브르
기후변화의 위기, 스스로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오창환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이 책은 이러한 심각한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대처가 얼마나 힘든가를 설명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전세계에서 진행되어온 많은 기후변화 대응의 예를 제시하고 그 예를 통하여 현재 문제점과 이를 해결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기후변화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을 위하여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내적으로는 국가, NGO, 기업, 국민들 간 협조를 이끌어내며 국외적으로는 국제적협약을 성공리에 체결하고 이행해야 함이 왜 중요한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하지만 국가를 이끄는 정치인들의 활동은 그들에게 표를 주는 국민의 사고방식에 의해결정된다. 즉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의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듯하다. 2010년 2월호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안도 다다오 ㅣ 안그라픽스
장벽 넘어 예술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
진정 전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물론 안도가 정규 대학에서 건축교육을 받지 않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반 대중이나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의 독특한 삶을 산 사람으로 일본 내에서 알려져 있는지는 몰랐기에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이후에 우연히 보게 된 NHK 방송에서도 안도가 건축가나 도시 전문가로서가 아닌 일반인들과 다른 방식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대표적인 사람으로 출연하여 소개되는 것을 보았다. 무엇보다 일반 교양서를 읽을 때 느끼는 편안함이 이 책을 손에서 떼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이 편안함은 추상적 이론이나 전문적인 건축용어보다는 건축주와의 관계나 행정절차의 어려움 등 건축을 해나갈 때 우리가 마주하는 실제적인 이야기나 이러한 과정에서 겪는 갈등들을 평범한 일상적 이야기처럼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도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조언은 그것이 비록 건축가에게 해당하는 말로 이해되지만 이는 또한 자기완성과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건축가’를‘우리’로 바꾸면 그의 말은 최선을 다하여 치열한 삶을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진솔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2010년 3월호
전자책의 충격 - 사사키 도시나오 ㅣ 커뮤니케이션북스
출판문화의 미래를 엿보다
이근영 프레시안 플러스 대표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처음 내놓았을 때 그 성공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자책이라고? 과연 독자들이 책장을 넘겨가며 책을 보는 독서의 재미와 오래된 습관을 포기할 것인가? (중략) 하지만 킨들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2009년 아마존의 전자책 판매는 이미 하드커버 종이책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저자는 전자책이 기존의 복잡한 출판과정과 책의 유통 과정을 단순화시켜 개인이 직접 책을 출판하고 유통시키는 자가 출판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예측한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이미 누구나 원고를 올리면 전자책으로 바꾸어 유통시켜주는 자회사를 만들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저자가 직접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자책 혁명은 기존의 어떤 기득권도 국경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출판해 애플의 아이북이라는 장터에서 전 세계 독자를 상대로 책을 팔게 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측면도 있지만, 외국의 거대 출판사들은 한국에 책을 라이센싱하지 않고 직접 한국어로 출판해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0년 10월호
거꾸로 보는 고대사 - 박노자 ㅣ 한겨레출판
우리 고대사의‘불편한’진실
김병남 국가기록원 학예연구사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저자의 말대로‘평화적이지만 옛날부터 광활한 영토와 강성 대군을 과시한 우리 민족’이란 논리 자체가 매우 자가당착적인 담론이다. 평화를 사랑하는데, 남을 침략하지 않는 백의민족인데 어떻게 광활한 영토를 침략하지 않고 차지하였을까?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이처럼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상식처럼 이해하고 믿어왔던 고대의 사실들이 한 꺼풀 벗기고 보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는 것이다. 우리가 언제나 생각하는 노란 바나나는 껍질을 벗기는 순간 하얀 속살을 드러내듯이 말이다. 아울러 저자는 가장 필요한 미덕에 대해서도 말한다.‘기록을 남긴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중략) 이는 결국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를 빼앗긴다는 의미임을 새삼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작금의 현실은 다시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하니, 미래에 우리는 어떠한‘역사적 복수’에 또다시 직면할까? 2010년 11월호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 - 김용규 ㅣ 휴머니스트
철학자도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구나
김의수 전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그(김용규)는 박식하고, 자신이 읽은 많은 책들을 풍부하게 소개하며 자신의 논리를 전개한다. 그는 무엇보다도 글을 맛깔나게 쓸 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저술 영역도 폭이 아주 넓어서 문학, 미술, 영화를 소재로 삼기도 하고, 심지어 소설을 쓰기도 한다. 김용규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신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그는 한마디로 히브리 전통과 그리스 전통이 상호 침윤된 방식으로 종합된 존재가 서양의 신이고, 그렇게 균형 잡힌 신 존재를 매개로 서양 문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근세 이후 서양문명은 신을 버리고 인간을 추구해왔고, 이제는 모든 근대적 담론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인문학의 소중함이 강조되는 시절에 김용규의 글을 읽으면 교양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든다. 문학과 예술과 철학이 풍성하게 꽃 피어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이다. 2011년 2월호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 고미숙 ㅣ 그린비
그녀의 상상력이 현실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휘현 KBS전주방송총국 PD
그런데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공부벌레 고미숙이‘돈’에 대해 이야기 하다니, 그것도‘돈의 달인’이라니! 공부만 하는 줄 알았던 그녀에게도 재테크의 노하우가 있었단 말인가? 허나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 고미숙은 부자가 되는 테크닉을 설파하지 않는다. 알고 보니 애초에 그럴 마음도 없었다. 대신 돈을‘잘 쓰는’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말하는‘돈을 잘 쓰는 테크닉’이 우리가 익히 짐작하는 그런 것하고 같은 것이냐, 하면 그게 또 그렇지 않다. 돈에 관한 모든 것이‘교환가치’로만 대접받는 이 살벌한 자본주의의 시대에, 고미숙이 설파하는 돈의 달인이란, 알고 보니‘증여’의 달인이었다. 정확하게 등치되는 풀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좀 더 생생한 언어로 표현하자면‘베풂’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2011년 3월호
문화는 정치다 - 장 미셸 지앙 ㅣ 동녘
문화시대, 프랑스의 문화정치가 남기는 과제
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장
무엇보다도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 문화정치의 발달사가 한국의 문화정치 발달사와 많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드골시대의 앙드레 말로는 노태우 시대 초대 문화부장관이었던 이어령 장관을 연상케 하고, 1971년 자크 뒤아멜은 김대중 시대 박지원 장관을 떠오르게 하며, 미테랑 시대의 자크 랑은 노무현 대통령과 이창동 장관이 오버랩된다. <문화정치>의 저자가 프랑스 문화를 두고 한탄에 한탄을 거듭하는 것은 바로 상업화된 문화산업의 공격에 문화예술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도 그렇다. 영상매체의 무차별적 확대는 문화정치의 기회가 아니라 기회의 원천봉쇄가 되고 있고, 문화의 이름으로 다가오는 연예산업은 문화예술을 더 왜소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도 이 책을 잘 읽어보면 해결의 단초가 있다.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과 노력이다. (중략) 문화가 문화부라는 계토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행정 전체가 문화를 다루어야 하는 절대적인 필요성이 확산된다면 해결의 단초가 있다는 주장이다. 2011년 12월호
책은 도끼다 - 박웅현 ㅣ 북하우스
온 몸으로 세상의 흐름을 포착하는 법
방누수 집객연구소 대표
독서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책 읽는 것과 공부하는 걸 동일시하고 있다. (중략) 하지만 문제는 공부를 뭔가 암기하고, 계산하고, 시험 보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책은 머리 아픈 것일까?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일까? (중략)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내용에 몰입하게 된다. 저자가 읽은 책의 문장들을 한 문장 한 문장 예사롭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책은 지식 얻는 도구가 아닌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감탄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알려주는 수단이라는 것을 다양한 문장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깨우칠 수 있게 해 준다. 순간순간을 즐기려면 현재에 살아야 하고, 현재에 살면 시간은 더디 간다. 더디 가는 인생은 사물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인생이며, 이런 삶만이 풍요로운 삶이고, 이런 삶 속에서 창의력이 싹 튼다. 저자의 논지다. 2012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