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7 |
어쿠스틱 기타 듀오 2km
관리자(2012-07-05 11:33:26)
두 남자만의 보폭으로 걷는 2km, 그들과 동행하고 싶다
임주아 인턴기자
여기, 두 남자가 있다. 그들은 숱한 공연의 세션을 맡았고, 밴드에서 기타를 연주 했으며, 누군가의 기타리스트로 활동 했거나 하고 있고, 콘서트와 뮤지컬의 연주자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학교에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집에선 아내의 남편으로, 아이의 아빠로. 하루가 이틀이라도 모자랄 두 남자. 그들이 사고를 쳤다. 어쿠스틱 기타 듀오로 다시 신인을 자처한 것이다.‘2km’라는 이름으로 다시 떠나는 여행.‘2km’는 어떤 음악으로 이 길을 걸어갈까. 두 남자만의 보폭으로 걷는 2km, 그들과의 거리를 좁혀본다.
두근두근 데뷔 무대
그날 공연은 흐뭇했다. 카페의 안과 밖 50여석, 차고 넘쳤던 객석만큼이나 박수는 넘치고 또 넘쳤다. 쉬는 시간 없이 내리 열곡을 넘게 연주하면서도 지친 기색 하나 없는‘2km’(박경호·염승재)와 휴대전화를 꺼내 그 긴시간 내내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관객들의 열정은 많이 닮아있었다. 여름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해가 길어 저녁 빛이 밝은 지난 6월 7일,‘마당’의 목요상설공연이 열리는 전주한옥마을 카페‘공간 봄’에서는 기타리스트와 관객들이 그렇게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공연을 준비한 스텝들은“목요상설공연 이래 이처럼 열성적인 관객 반응은 처음”이라고 했고, 관객 이복열(29)씨는“한 여름 밤의 시원한 바람을 여기서 만났다” 고 말했다. 감동의 공연. 그리고 열흘 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들을 다시 만났다.‘봄’에서의 첫 공연 소감을 물었다. 의외였단다. 처음 공연제의가 들어왔을 땐‘카페에 배경음악 깔러 가자’정도로 생각했다는 이들은 데뷔 무대를 치른 것처럼 관객들과의 교감이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관객들의 호응 덕분에 이들은 새로운 과제를 얻었다. 연습 방향과 곡의 흐름을 다시 잡게 된 것이다.‘2km’란 이름을 어떤 방식으로 알리면 좋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는 이들은 호흡이 서로 잘맞아 곡만들기는‘뚝딱’이다. 신기할 정도로 합이 잘 맞는‘2km’는 공연다음 날 다시 찾은 카페‘공간 봄’에서도 새로운 곡을 네 개나 더 만들었단다. 일단 시작이 좋다.
‘2km’가 만들어지기까지
‘2km’는 어떻게, 무슨 계기로 결성됐을까? 사실 그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궁금했다. 두 사람은 서울예전 실용음악과에서 기타를 전공했다. 올해로 11년 지기지만 정작 대학시절에는‘친했다고 하기도 뭐하고 안 친했다 하기도 뭣한’애매한 사이였다. 염승재 씨는 따로 팀을 꾸려 연주를 하고 있었고, 박경호 씨도 개인연주에 집중할 시기여서 걷고있는 길이 달랐다. 인연이 닿은 것은 졸업후다. 세션과 밴드활동을 하면서 방송국에서 자주 마주치고 술자리에서 스치는 시간들이 쌓여지면서 이들은 비로소 의기투합, 팀을 결성했다. 듀오 결성은 형인 박경호 씨가 먼저 제안했다. 경호 씨는‘모이다 밴드’에서 쭉 활동하다가 2008년에 솔로 음반을 냈는데 그 땐 이상하게도 매사에 자신이 없었단다. 실력 문제가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하다보니 미래가 잘 보이지 않았다. 2집 때는 좀더 정확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적극적인 의지에 힘을 실어 준 것이 바로‘어쿠스틱’이었다. 어쿠스틱은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아왔지만, 음악적 풀이가 쉽지 않아 망설였던 바로 그 장르였다. 자신이 좀 붙었다. 그런데 혼자할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클래식 기타를 오래 해온 후배이자, 어쿠스틱으로 이미 이름을 알리고 있던 기타리스트 염승재가 생각났다. 용기를 내 전화를 했다.“승재야, 나 어쿠스틱 기타 듀오 한번 해보려고. 같이 할래?” 둘은 만나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잭팟이 터졌다. 밥 먹기 전에‘한번 놀아보자’해서 기타를 잡았는데 그 과정에서 무려 네 곡이 만들어졌다. 이거 되겠구나 싶었다. 예감이 좋았다. 이제 본격적으로‘어쿠스틱 기타 듀오’의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2km’라는 팀 이름은 같이 만들었다. 둘 다 좋아하는 숫자이기도 하고, 팀 이름에서‘여행’느낌을 주고 싶었다.‘둘’이라는 의미도 좋았다. 이름을 만들고나니 더 이상 활동을 미루어야 할 까닭이 없었다. 내친김에 열네 곡을 만들고 연주해 데모녹음을 끝냈고, 전주 공연 이후 서래마을에서의 두 번째 무대도 무사히 마쳤다. 그의가족들과 지인들은 이미‘2km’의 팬이 됐다. 곡과 연주가 좋으니 여러 기획사에서 두 남자를 탐내고 있다. 그들의 첫 앨범이 전파를 타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하다.
‘2km’의 유년과 현재
둘은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됐을까? 염승재 씨는 동네를 지나다가 우연히 기타를 배우게 됐다. 피아노 학원의 기타 수강생 전단지가 그를 이 길로 이끌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였다. 어머니가 사주신 4만 5천원짜리 클래식 기타로 학원을 다니며 배운 시간은 딱 육개월. 그 뒤로는 독학으로 연주실력을 쌓았다. 을 했다. 중학교에 입학해선 소위 일진 아이들이 이끄는 락밴드가 있었는데,베이스를 맡아 달라고 부탁해 기타가 아닌 베이스를 치기도 했다. 군대에 가서는 군악대에 입대해 박경호 씨가 속한 ‘모이다 밴드’ 선배들과 음악 하던 동료들을 만났다. 클래식 장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그때였다. 제대후에는 군악대에서 마음이 맞은 친구들과 함께 팝재즈 밴드 ‘푸딩’을만들어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했다. (‘푸딩’은 재즈 전문잡지‘MMjazz’에서 인기 재즈밴드 2위에 드는 저력 있는 5인조 팝재즈 밴드. 대표곡은 영화‘여자, 정혜’에 삽입된‘Maldive’가 있다.) 그는 서울예전을 졸업한 후에도 꾸준히 세션으로 활동했다. 그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양희은 씨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지금 그는 삼 년 째 양희은과 함께 무대를 지키고 있다.우연일까. 박경호 씨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기타를 잡았다. 성당에서 기타를 가르치는 형이 그만 둬 후계자(?)가 필요했는데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친형이 기타를 배웠다. 그런데 형보다 더소질을 보인 그가 성당 미사 반주 연주를 하게 됐다. 고등학교 때는 한살 위의 형들이 밴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합류해, 당시 원광대 TOP을 달리고 있었던‘야인’밴드팀에 들어갔다. 그때 처음으로 일렉 기타를 들고 <메탈리카>의‘enter sandman’을 연주하며 심취했다. 서울을 동경했던 그는 결국 고교를 자퇴하고 상경했다.고생 끝에 서울예전에 입학한 그는 음악 하는 사람들과 인맥이 생기면서 활동의 영역이 넓어졌다. 졸업과 동시에 콘서트, 뮤지컬, 작곡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친 그는 이은미, 김범수, 신효범 밴드 세션들이 모여 만든‘모이다 밴드’에서 8년 동안 인연을이어가고 있다. (모이다밴드는 미국의‘블루노트’라 불리는 홍대‘천년동안도’에서 메인시간대 공연하는‘쏘핫’한 밴드.‘초콜렛 드라이브’라는 곡으로 유명세를 탔다.) 초기 멤버는 아니었지만 멤버들과 워낙 친했던 그는 대학 동문인 김범수의 오랜 동료이기도 하다. 최근 <나는 가수다> <전국투어콘서트> 등을 함께 했다. 인터뷰 하루 전날에도 광주 콘서트를 치르고 전주로 왔다. 이은미 밴드의 일원이기도 했던 그는 이은미로부터 음악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서울종합예술학교의 전임교수로 한 달 재직하다 갑자기 사표를 냈는데 그 이유인즉슨‘2km’음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이만하면 그의 열정에 혀를 내두를만하다.
앞으로 가야할 길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 하는 날을 기다리는‘2km’는 유투브에 연주영상을 띄워 이름을 알리는 일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전주에서 가진 공연 동영상이 거의 DVD수준이어서 아직 인코딩중이라 했다. 들어보면‘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해도 수많은 뮤지션들 사이에서‘2km’를 선뜻 뽑지 않을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들은 너무 잘 안다.‘2km’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음악은 뭘까? 그들은 어느 때나‘잘 붙는’, 일상생활의 음악을 하고 싶어 한다. 자동차 안에서, 여행길에서 쉽게 선택되는 음악, 부부끼리 와인 한잔할 때는 몇 번‘플레이’, 손님과의 진중한 대화할 때는 몇 번 ‘플레이’, 이런 그림이 2km이 상상하는 그림이다.‘처음 뵙겠습니다’가 아니라‘원래 있었습니다’하는 친근한 음악. 그래서‘2km’의 연주를 들으면 그들만의‘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길 바란다. 사실 한국에서‘어쿠스틱 기타 듀오’의 시도는‘2km’가 처음이다. 그런 만큼 부담이 크다. 그러나 욕심은 또 있다. 앨범활동은 물론 음악 산업의 진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으로‘2km’의 음악을 끌어내보려 한다.‘2km’가 가지고 있는 리소스로 밴드로 연주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오케스트라나 인디밴드를 섭외해 세션으로 두고 어쿠스틱으로 끌어가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CF음악, 영화음악, 공연등 분야가 다양하고 넓은 것이‘2km’음악의 장점. 무수한 콜라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섭외도 이미 마쳤다니 팬들은 마음껏 기대 하는 일만 남았다.
인터뷰가 끝나고,‘2km’와 함께 신사동의 한 작업실로 향했다. 노트에 빼곡이 쓴 곡들이 감탄스럽다. 바쁜 일상을 쪼개어 함께 작업한 그들의 공력이 새삼 빛나보였다. “1번부터 시작해보자.”표정이 진지하게 바뀌는 두 사람. 전날 밤늦게까지 공연을 끝내고 돌아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다. 나는 바로 옆자리에서 그들의 음악을 보았다. 열곡이 넘는 연주를 듣는 동안 2km 음악이 그리는‘이미지’를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듣다 두 사람의 현란한 기타 연주에 넋을 놓기도 하고, 일어나 박수를 치기도 하며 한 시간 내내 행복했다. 2km의 전도사를 자처한 나는 이제부터 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신인을 가장한 두 프로기타리스트의 행보가 기대된다.‘2km’가 걷는 길, 이 길이 넓어지고 길어질 날,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