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7 |
성재민의 올댓소셜
관리자(2012-07-05 11:31:39)
갑작스런 큐레이션 열풍이 새삼스러운 이유
최근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박물관의‘큐레이터’에서 알 수 있듯, 큐레이션(Curation)은 <큐레이션>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가치있게 구성하고 배포하는 일을 뜻하는 용어인데요. 최근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을 자신만의 공간에 모아 전시하는 이미지 중심 서비스 핀터레스트(Pinterest)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더욱 각광받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핀터레스트와 비슷한 서비스들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이들 서비스의 핵심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는 큐레이션의 개념 역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큐레이션>에 이어 <큐레이션의 시대>라는 책이 출간될 정도로 소셜미디어 계에서의 큐레이션 키워드는 매우 (특히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 큐레이션 열풍이 사뭇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큐레이션은 최근 이 개념이 등장하기 전부터 매우 중요했고, 중요하게 작용해왔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의 역사는 큐레이션의 역사
미디어의 역사는 곧 큐레이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디어의 아주 초기로 돌아가 신문의 등장을 살펴보죠. 신문을 비롯한 모든 언론은 사람들이 세상 모든 소식을 스스로의 힘으로 알기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사람들이 꼭 알아야할만한 가치(흔히 뉴스밸류News Value라고 하는)가 있는 소식들을 언론사 및 기자들이 취재하고 정보를 수집해 간결한 공간(신문지면)을 통해 전달해주기 위해만들어졌습니다.사람들이 알아야할만한 소식을 기자라고 하는, 뉴스정보 수집을 대신하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것이죠. 언론사 및 기자들은 뉴스수집의 임무를 대중으로부터 위임받은 대리인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신언론사는 정보와 함께 지면에 광고를 함께 끼워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이구요.여기서 언론은 전통적 의미의 큐레이터입니다. 세상의 다양한 사건과사실들 중에서 꼭 앎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실들을 수집해서지면상에 나열하기 때문이죠. 어떤 사건을 지면에 담을 것을 결정하는것 자체가 큐레이션입니다.보도 방식에 있어서도 큐레이션은 존재합니다. 1960년대 이후 언론계에는 사실주의, 객관주의 저널리즘(가치판단보다는 팩트의 나열을 통해전달하는 보도, 흔히 역피라미드식 문장구조를 쓰는)이 등장했습니다.최대한 사실의 나열을 통해 객관적으로 사건을 보도하겠다는 관점을 지닌 이 방식 역시 하나의 큐레이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양한 사실 관계 속에서 어떤 사실을 먼저 나열할 것인지, 혹은 어떤 사실을 기사에 포함시키고 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기자의 큐레이션이기 때문이죠.소셜미디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페이스북에 어떤 정보를 링크하고 어떤 글을 올릴 것인지에 대한 선택 역시 큐레이션으로 봐야 합니다. 소셜미디어 대행사에서 흔히 이야기하는‘유용한 정보 제공을 통해 관심을 유도하라’는 표현 역시‘어떤 정보가 유용한 정보인가’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하나의 큐레이션입니다. 큐레이션은 넓은 의미에서 우리가 가치판단을 통해 선택하는 모든 활동으로 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큐레이션, 결국 ‘어떻게 좋은 것을 찾아낼 수 있느냐’의 문제
그래서 큐레이션에 대한 최근의 관심이 무척 새삼스럽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건 모두 큐레이션 활동의 확장일수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결국 생활에서 SNS까지 다양한 큐레이션의 영역 속에서‘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정보를 큐레이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집니다. 큐레이션 자체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더 앞서는 것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꾸준히 좋은 것을 선택하느냐, 좋은 콘텐츠(혹은 어떤 대상)를 알아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큐레이션 열풍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큐레이션을 바라보고, 이와 관련한 서비스들을 기획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사람들이 어떤 것을 발굴하고 공유한다는 최근 핀터레스트류의 서비스들은 사람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행동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생산한다기 보다는 기존의 것을잘 찾아내는 데 방점이 찍히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에 대한 부담이 줄기 때문이죠. 액티브 이용자가 되는 것에 대한 장벽이 상대적으로 줄어듭니다.그러나 이런 서비스들이 성공하고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제대로 된 파워유저, 파워큐레이터들이 존재해야 하고, 그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는‘좋은 콘텐츠를 알아보는 안목’이 될 것입니다. 지금 큐레이션 서비스들의 성장은 양적성장에 불과합니다. 지속성을 갖기 위해선 질적인 성장 역시 필요하고, 그 출발점은 큐레이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있게 되겠죠.큐레이션. 현상을 보지말고 본질을,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 그림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