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2.7 |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관리자(2012-07-05 11:31:14)
내가 특수교사라는 것이 참 좋다 최근혁 전주영상미디어고등학교 교사 나에게 아침밥이란 아침 6시 30분 시계 알람 소리가 요란하다.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아침밥을 먹는다. 흔히 아침밥이라 하면 끼니로 먹는 밥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난 거른지 꽤 오래되었다. 자취를 하다 보니 아침밥을 챙겨먹는 것이 영 신통치 않았다. 그렇다면 밥도 아닌 도대체 무엇을 먹는다는 소린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먹는 것은 밥이 아닌‘마음’이다.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오늘은 더 잘해보자’하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출근을한다. 이렇게 마음을 먹으면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온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내 자신을 반성한다. 매일 마음먹기를 거르지 않고 출근하는 내가 되길 소망하며……. 글은 마음으로 읽는 것 가끔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글을 잘 읽는 아이도 있는 반면에 글을 전혀 못 읽는 아이도 있지만 모두에게 편지를 쓴다. 살아오면서 편지를 써 본적 별로 없었던 내가 편지를 쓰다니 인생 오래살고 볼 일이다. 연애 했을 때 이렇게 편지를 썼으면 난 아마 최고의 로맨티스트가 되지 않았을까? 처음 편지를 쓸 땐 무척 어색하였지만 이젠 별로 어색하지 않다. 맨 처음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을 때가 기억이 난다. 그때의 그 기억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쓴 편지를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전해주었을 때 아이들은 너무 기뻐한 나머지 소리만 질러댔다. 큰 반응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 그 당시에는 아이들이 편지의 내용보다 선생님이 주는 선물이니까 그냥 기뻐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선물을 받는 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행복한 것이니까. 며칠 후에 벌어질 일은 생각도 못한 채……. 아이들에게 편지를 썼을 때 모든 아이들이 편지의 내용을 이해할 거란 기대는 많이 하지 않았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아이는 그렇다 치고 글을 잘 읽지 못하는 아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쓴 것인데 그 아이에게 글의 내용을 알아주길 원하는 것은 나의 욕심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의 행동을 의아해 했다. 장애가 있어 편지가 무언지도 잘 모를 것이고, 나중엔 형체를 알 수 없게 찢어져 있을 텐데 시간 낭비 하지 말라했다. 나에게 한가하냐고 까지 했다. 아니다 난 정말 바쁘다.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공문처리와 전라북도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나이다. 점심시간에 밥 먹고 편하게 쉰 적이 언젠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몸이 아파도 병가를 내거나 연가를 낸 적 한 번도 없다. 정말 바쁘다. 그럼 난 불행한 것인가? 아니다. 난 행복하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에겐 항상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힘이 난다고. 행복하다고. 편지를 나눠주고 며칠이 지나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을 보았다. 글을 읽지 못하는 우리 반 남자 아이가 내가 써준 편지를 몸에 지니고 다니며 수업시간 마다 편지의 내용을 빈 공책에 똑같이 옮겨 적는 것이었다.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도 어려워하는 아이인데 그 아이가 서툰 글씨체로 내가 써준 편지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고 있었다. 그 아이는 글을 읽지 못 하지만 마음으로 편지를 읽은 것이다. 그래서 난 아직도 가끔씩 아이들에게 편지를 쓴다. 글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행복한 특수교사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문계 특성화고등학교로 특수학급이 2학급 설치되어 있고, 특수교육대상학생 24명이 비장애학생들과 통합수업 및 특수학급 수업을 받고 있다. 법적 정원이 초과하여 과밀학급이 된지 오래지만 학부모님들이 선호하는 학교로 소문이 나 매년 많은 장애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지적장애, 시각장애, 지체장애 등 장애종류나 장애정도도 다양하고, 학습능력도 천차만별이고, 가끔 문제행동을 하여 날 힘들게 하는 아이도 있지만 아이 한 명 한 명 모두가 나에겐 너무 소중한 존재다. 작년에 20명의 아이들이 졸업을 했다. 우리 아이들은 졸업과 동시에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내가 진로를 찾아주지 않으면 집에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뛰었다. 그 결과 취업을 한 아이도 있고, 진학을 한 아이들도 있다. 그렇게 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가끔 학교로 찾아오거나 안부전화를 한다. 첫 월급 타서 기쁘다며 고맙다고 말하는 아이, 내가 너무 보고 싶다고 울먹이는 아이……. 너무 소중한 나의 제자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원한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장애가 있지만 나를 보며 꿈을 키우고, 희망을 가지며,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꿈도 물을 줘야 자란다고 했다. 아이들의 꿈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꿈꾸는 교실, 미래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실, 난 이런 교실을 만들고 싶다. 정녕 이렇게 된다면 이것은 나의 행복이자. 우리 모두의 행복 아닐까?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에 행복하고, 티 없이 깨끗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아이들의 현재 그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난 너무 행복한 특수교사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