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7 |
[수요포럼] 창의적인 음식문화가 도시를 바꾼다
관리자(2012-07-05 11:30:59)
창의적인 음식문화가 도시를 바꾼다
유네스코는 2004년 10월,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y Network, 이하 UCCN)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각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한 특징적인 분야를 통해 지역의 창의성을 개발하여 경제활동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형성하는 것. 현재 문학, 음악, 영화, 공예 및 민속예술, 디자인, 미디어 아트, 음식 등 일곱 개 분야에 세계 34개 도시가 창의도시로 선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경기도 이천(공예 및 민속예술)과 서울(디자인)이 선정된데 이어 전주가 2012년 5월, 음식분야 창의도시로 선정됐다. 창의도시로 선정된다는 것은 문화적 도시환경과 문화ㆍ예술ㆍ지식정보산업 분야에 인적 자원을 비롯한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도시 안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독자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도시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전주의 음식 창의도시 선정을 계기로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적 과제는 무엇인지를 점검했다.
문화예술적 감성을 결합한 도시 활성화 차원의 창의도시
발제 - 송재복 전주음식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 대표
Creative City는 우리나라에서 창조도시, 창의도시라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유네스코에서 음식창의도시로 전주가 지정되어‘창의’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여전히‘창조’와‘창의’의 단어에 혼란이 있어 개념을 한쪽으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여러 이론가들의 정의를 볼 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창의도시’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아닌 소프트웨어적 측면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고 볼수 있다. 창조도시가 도시의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재건축, 재개발에 강조점을 둔 도시 기능을 말한다면 창의도시는 문화예술적 측면에서감성이 들어 있는 도시재생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도시의 재할성화, 재창조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 스스로 역할을 하고 참여해서만들어나간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유네스코에서도 창의도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음식창의도시로 전주가 지정된 바탕에는 시민참여에 의한 준비 활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음식 창의도시는 2007년 전주시장의 의지로 처음 추진협의회 구성이 추진되면서 시작되었다.2008년 1월 실무단을 만들어 세미나, 토론회,강연회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도시민의 관심을 유발시키고 참여시키기 시작하였다. 이후 시민 참여뿐만이 아니라 시민이 주도하는‘시민네트워크’를 2010년 5월에 결성해 자발적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음식을 통한 창의적인 활동은 더욱 확대되어‘우리 맛 연구회’를 만드는 등 전주八味를 시연하는‘맛 기행’을 지속적으로 주도하는 성과도 이루었다.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과정을 기반으로 창의도시 지정을 받았다. 이제 음식문화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현재 지자체에서는 기본구상을 만든 상태이고, 새로운조직과 예산을 계획하고 있다. 시민 단체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으로 사업방향에 대한 제안을 하기 때문에 민ㆍ관이 협력하여 나아간다면 그성과를 기대해볼만 하다. 그러나 창의도시로 지정이 되었다고 즉효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따라서 시간을 두고 차근하게 진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중심으로 산업이 활성화되고, 이를 기반으로 도시가 재생되면 경제적인 부가가치가 전반적으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창조 도시’가 아닌 ‘창조적 도시’가 되는 것
발제 - 오민근
‘창의 도시’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서 나오게 된 배경은 도시계획이 개발 중심에서 점점 삶의 질을 추구하는 반대개념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주요 쟁점은 주민참여, 지역중심, 노년층 마케팅 등이 중요하게 부각된다는 점이다. 전주의 경우에도 노년층의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않아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또한 산업용도의 시설들을 재활성화하는 방안과 이를 수용하고 진행할 인재 또는 전문가가 부재하다는 것도 전주시의 과제로 떠오른다. UCCN사업의 선정 과정과 창의도시가 되기 위한 조건, 해결해야 될 문제점 등 앞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의 틀을 제안하고 싶다.먼저, Creative City에 대한 개념을 단순히 도시슬로건으로 생각하거나 관광개발을 위한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시설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경우다. 그러나 2007년 정책적으로 창의도시 관련한 구상을 할 때는 인구 20만명 이하의 도시를 중심으로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창조적 발상을 집중시키는것이었다. 선정기준도 지역 여건에 부합하는 독창적인‘창조성’과 자체적 재원으로 사업을지속할 수 있는‘내발성’, 문화적이면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지역발전 기여도’, 적극적인‘주민 참여’를 중심으로 심사한다. 특히 주민주도를 통한 창조적 도시의 형성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가 연계체제로전환된 행정의 지원이 필수적 사항이다.UCCN의 가맹 도시가 세계적으로 34개(2012년 5월 기준)에 이른다. 사업의 본래 취지는 도시들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도모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의 창의성을 개발하여문화의 다양성을 높이는데 있다. 즉, UCCN 사업의 주요한 내용은 도시 간의 교류에 있다는의미다. 전주는 음식창의도시로서 세계에서 네번째로 가맹된 도시다. 먼저 가맹된 콜롬비아포파얀(2005년), 중국 청두(2010년), 스웨덴 오스터순드(2010년)와의 교류를 통해 음식 자체가 아니라 음식으로 형성된 다양한 문화적 방식을 형성해야 된다. 전주시의 현재 시점에서는이것이 바로 시작되어야 한다.결론적으로 전주와 비슷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도시를 찾아서 벤치마킹을 하고 전주만의 문화를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도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인재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재나 전문가를 통해 전주에 필요한 아이디를 도출하고나아가는 방식도 찾아낼 수 있다.이번 창의도시 지정을 계기로 시민주체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행정의 조직체계 개편도 중요한 과제다.
유네스코는 왜 음식(Food)이 아닌 미식(Gastronomy) 창의도시라고 했나
음식은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 중의 하나다.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서 음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의미는 음식을 통해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는 이런 의미에서 음식자체가 아닌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문화적 요소를 담아내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오민근 지역과 도시창의 컨설턴트 대표는“음식은 자체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형태, 방법, 과정이 다르게 나타나고, 지역에 따라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미식(Gastronomy)이라는 의미에서 고유하고 독특한것을 다루려는 의도다. 그래야 산업과도 연결시키고 도시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영은 원광대 생활과학부 교수는“식품학에서 음식(Food)은 배를 채우기 위한요건이 아닌 고부가가치 식품(Fine Food), 식도락, 음식을 포괄하는 예술, 과학적인 측면까지 포함한 문화가 담긴 음식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의미를 내포한 창의도시의 개념에 포럼 참석자들은 모두 공감했지만 이 부분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요건이있다고 지적했다. 그 첫 번째가 음식과 관련한자료의 축적이 많지 않고, 특히 문화적 요소까지 포함한 자료는 마련되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치에 대한 재해석 문제다. 황태규 우석대 호텔항공관광학과 교수는“창조성은 역사다. 이를 기반으로소중한 것을 지키고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만드는 사람들을 집중해서 보아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전주 음식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다시 봐야하고 음식사(飮食史)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정리와 기록을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음식에 대한 포괄적인 의미를 담아낼 작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으며 전주 음식을 강점을 살리는 자료축적의 중요성을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특히 인재 양성도 창의도시 전주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부각됐다.
미적, 문화적, 지역적, 생태적 요소까지 포함한 음식관련 창조적 인력은 있는가
음식을 문화의 일부분으로 볼 때, 창조적인 음식문화를 위해서는 창조적 인력 발굴과 양성이 필요하다. 인력에 대한 확대와 역량강화를 위한 방법적인 해답을 찾는 것도 과제로 떠오른다. 송재복 대표는“현재 전주가 창의도시 지정 과정을 거치면서 도시 간의 네트워크 형성에 관한 준비는 진행하고 있다. 분야별 실무단이 잠재적으로 활동 중이고 국내 도시들과 교류를 위한 협의체 구성과 회의계획도 잡혀있는 상태여서 교류활동에 대한 활성화는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력에 대한 문제는 절실한 과제로 부각됐다. 창의도시에서 사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않고 있다는 것을제기한 오민근 대표는“생태적 측면은 재료만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를 포함한 미적가치를 나타내는 것이고 이는 사람이 만든다. 또한 미적 가치를 찾는 것은 전문가 몇몇이 하는것이 아니라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이들이 스스로 정리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자연스럽게 주민이 주도하는 창의도시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데 에 참석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황태규 교수는“우리나라의 주민 주도에 대한 부분을 자세히 볼 필요가있다. 우리는 행사 참여처럼 주민 주도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 생활 속에서 한국인들은 1년 이상 된 장류를 가정집에서 스스로 담가 먹고 나누고 즐기고 있다. 이것이 곧 참여다. 이미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이런 개별적인 음식콘텐츠를 어떻게 자료화할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활 속 음식문화에 대한 가치 창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창의도시를 만들기 위한 문제점 점검 필요
창의도시는 주가 만들어가야 하는가. 참석자들은 전문가의 부재도 문제지만 지속적인 인력 양성과 시민단체의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 일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은 교수는“전국적으로 조리학과가 증가하고 있어 음식에 대한 관심이 공교육에서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틀에 짜인 교육으로 음식이 획일화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전주가 창의도시가 되려면 전주만의 특성을 살린 독특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시민단체, 개인 집안에서 내림으로 전해오는 음식의 단절을 막아야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전수에 대한 지원이나 보존이 우리 음식의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작은 아카데미를 통해 주목하지 못한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황태규 교수는 생활 속 음식이 가지는 의미와 과정을 찾는 일을 제안했다.“음식창의지수를 만들어서 주민생활산업을 분류하게 되면 이것이 곧 주민참여지수이고 창의지수가 되어 지표의 큰 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황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앞에서 논의한 여러 중요 사항과 현재 상태 점검을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이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보다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재복대표는 우리 환경이“유럽과 비교해 보면 주민참여에 대한 시각적 차이가 있는데 기부문화에대한 자발성과 자율적 참여가 부족하고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구성하기에도 성숙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 자발적인 참여가 스스로 만들어질 때 창의적인 사업도 구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과 민의 파트너십 구성에 대해 오민근 대표는“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방식보다, 다양한 분야가 참여해 서로다른 분야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미래 설정을 위한 방향 제안
전주는 음식창의도시로 나아가는 시작에 놓여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서 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참석자들은 행정 주체의 방향설정 범위가 필요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 구성도 새롭게 짜여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단체와 전문가들도 각자의 역할에 맞는 위치를 정해 각각의 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참석자들은 이러한 실천계획과 실천조직을 제안, 전주의 미래를 창의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모색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역시 실천조직 구성. 이영은 교수는“행정 조직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맛의 도시로 전주가 인정받는 계기가 형성된 지금 리더들의 의식이 창의적으로 변화되면 자연히 조직 구성원의 의식도 변화될 것”이라며 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관심과 유연한 행정력 변화를 요구했다. 황태규 교수는“실행에 필요한 행정국을 하나로 모아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오민근 대표는“민ㆍ관 협력관계를 통해 행정과 전문가, 민간이 자유롭게 교류될 수 있는 열린 행정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전문가는 전문분야에서뿐만이 아니라 창의적인 발상으로 방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참석자들은 음식관련 도시들 간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산업적인 부분까지도 연결할 수 있는 매개를 구성하고, 민간 동호회의 기반을 구축하여 민ㆍ관이 협력할 때 성숙 단계로 올라 설 수 있도록 전체적인 로드맵을 계획할 것을 제안했다.별도의 실천조직 구성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송재복 대표는“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타 도시도 실행 담당자는 있지만 별도의 조직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현재 창의관련 운영위원회를 구상 중에 있으며 별도의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대표는 도시 간 네트워크 활성화에 대해 유네스코도 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며 창의도시의 국제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사업 구상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창의도시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콘텐츠로 음식도서관 설립을 제안한 황태규 교수는 음식에 관한 고문서의 기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음식관련 전문 자료를 취합하고 이를 하나로 통합ㆍ관리할 수 있는 도서관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음식도서관을 매개로 인력확대를 위한 연계성도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음식도서관은 음식관련 다양한 기능을 가진 복합시설이 되어야 하며 하드웨어를 구축하기 이전에 문화콘텐츠를 담아내는 프로그램을 먼저 고민하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