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7 |
[문화칼럼] 창조적 다양성 도시. 개미에서 거미로
관리자(2012-07-05 11:29:48)
창조적 다양성 도시. 개미에서 거미로
이흥재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전통문화도시 이미지로 전국적 브랜드를 누리던 전주. 이번 유네스코 음식창조도시에 들어가면서 단지 이미지로서 뿐만 아니라 실체로 평가받게 되었다.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로서 당당히 세계무대에서 조명을 받게 되었다. 문화도시들의 클럽인 창의문화도시네트워크 회원으로 등록된 것만으로 만족하는데 그칠 수 만은 없다. 이영광, 이제는 내실 있는 도시발전으로 뻗어나가도록 에너지를 모아야 하지 않겠는가. 몇 가지 전략적인 생각을 펼쳐본다.
맨 먼저 음식업을 전주를 이끌어 갈 문화산업으로 키워야한다
‘전주음식’이라는 브랜드를 전주형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인력, 유동자본, 노하우 등을 적절하게 결합해야한다. 우선 사람이 힘이다. 음식을 먹거리에서 음식소재 예술로 격을 바꿔주는 명인들을‘창조계급’(creative class)으로 키워야한다. 만들어진 맛과 울어낸 맛을 조화롭게 해주는 노하우(know how)를 존중해줘야 한다. 노하우뿐만 아니라 노웨어(know where)를 새롭게 발굴해야한다. 관련 분야 산업자본은 글로벌사회에서 먹혀들어가도록 하는데 중요한 열쇠다. 중소 가게수준에서 기업정신의 문화산업으로 탈바꿈하도록 자본력을 결집하고 수익창출로 보답해야한다.
둘째, 음식산업을 정보화해야한다
전주음식은 양과 질, 색과 맛에서 두드러졌다. 이제는 그릇과 배치, 식탁과 공간, 영양과 건강에도 신경써야한다. 세시음식의 시간적 의미를, 산골과 도시의 공간적 맛을, 양반음식과 서민음식의 인간적 맛을 모두 정보화해서 한국음식 발신기지로 전주가 거듭나야한다. 구전으로 내려온 솜씨, 어머니로부터 딸에게 전해오는 손맛, 재배 또는 구입 식재료의 사용량 표준화로‘모두에게 사랑받는 모두의 전주음식’이 되어야 한다. 음식을 찾는 소비자들의 트렌드, 음식문화의 사회적 순환구조,‘한국음식한류’의 지구적 흐름을 파악하는데 절대적인 도움이 되도록 정보화를 이뤄야 한다.
셋째,‘음식문화창조활동’을 펼쳐야한다
새 시대 새로운 음식문화의 싹을 전주에서 틔워 이끌고 가야한다. 창의문화도시다운 역할을 스스로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다. 한식에 대한 바른 이해, 식사예절에 대한 생활습관, 체육과 덕육에 이은 식육의 올바른 실천, 균형 잡힌 건강식으로‘인생의 질’을 높이는 문화를 전주의 상표로 내놓는 것이다. 이로서 포식시대를 끝내고, 농업을 생명산업으로 존중케 한다. 정제된 올바른 식재료만 유통하는 착한세상이 되도록 한다. 술, 떡, 엿, 면, 가공유, 향신료, 간장, 고추장 등에 대한 표준화를 정부과제로서 전주가 시작하는 것이다. 전통음식만을 고집하지 말고 좀 더 과감하게 세계음식을 전주에서 전주만의 맛으로 요리하도록 해도 성공할 것이다. 한식이 갖는 이동상의 한계를 감안하면 국물 없이도 맛있게 먹고, 들고 다니기 편하게 만드는 요리법을 잘 생각해야 한다.
넷째, 전주음식관광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한다
전주영화제 참여의 속뜻은 영화보기 보다는 맛있는 것 먹기에 있다. 전주음식 관광자원으로 한정식, 비빔밥, 콩나물국밥을 대표선수로 선발하자.‘전주음식데이’를 만들자. 밖으로 비비는 모양의 9와 안으로 비비는 모양의 6을 합한 9월 6일은 비빔밥데이. 콩나물 모양으로 된 9월 9일은 콩나물국밥데이. 숟가락과 젓가락 모양의 9월 11일은 전주한식데이. 이렇게 정하고 9월 한달을 통째로 전주음식의 달로 정하자. 많은 이벤트를 만들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전주를 찾거나 전주음식을 즐길 것이다.‘리조트음식문화’를 전주에서 펼쳐나가자. 한옥마을, 영화제, 전주천변과 호반, 주변 관광지를 함께 쓸 수 있는 전주만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소리예술과 더불어 오감이 즐겁고 칠규(七竅)가 호사를 누리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언제 어디서간 즐거운 맛깔스런 도시로 자리 잡아야 한다. 더불어 한 가지 늘 아쉽게 느끼는 친절을 일상화하는 것은 관광도시로서 기본인 만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다섯째, 전주음식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세계 각지의 사람, 정보, 물건을 연결하고 그 중심에 전주를 세우자.
지금의 전주 공간·시간·인간을 통째로 엮어‘성숙된 국제음식도시’,‘자랑스런 한국 음식도시’로 완전히 탈바꿈 시켜야 한다. 개미처럼 부지런을 떨던 세상이 아니다. 거미처럼 연결망을 만들어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노하우만으로는 한계가 크다. 이제는 노플로우(know flow)시대와 노노드(know node)시대이다. 이에 어울리는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 유네스코의 회원국들을 활용하고, 연결점에 있는 나라들을 불러들이고 활용하는 음식외교를 정부나 비영리단체들이 함께 해야 한다.
여섯째, 전주음식크러스터를 만들어야한다.
다소 과격한 접근일지 모르지만 광역과 기초단체가 힘을 합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전주권역을 세 구역으로 나눈다. 먼저‘생활밀착형음식권역’이다. 여기에는 소매시장, 근린상점가, 커뮤니티시설을 넣는다. 이 권역이 담당하는 일은 특정지역의 식재료 가게나 음식점, 음식관련 기구나 조리기구, 음식관련 컨설팅, 요리교실 등을 운영한다. ‘여가소비적 음식문화권역’에는 덕진연못 주변을 활용한 호반촌권, 한옥마을권, 아중리권을 활용해서 식재료거리, 레스토랑거리, 향토음식거리, 전문음식거리, 식료품회사별 거리를 만든다. ‘음식정보 교류거점권역’에서는 한스타일진흥원을 중심으로 음식문화정보센터, 연구소, 자료관, 필름라이브러리, 요리전수학교 등을 운영한다.
끝으로 시민들이나 비영리단체들이 이 좋은 계기를 잘 활용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시재창조의 관점에서 주체인 시민들이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를 갖는 새로운 발상,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아 개발해야 한다. 그동안 타성에 젖어있던 음식에 관련된 능력, 태도, 기술을 창의적으로 바꿔야한다. 네트워크시대를 사는 시민들이 거미처럼 생각을 넓혀서 음식을 도시마케팅소재로 적절히 활용해야한다. 꼭 전주에 와서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가 먹게 하는 판매방식을 벗어나 전방위적으로 판매하는 음식판매도시로 가는 길도 잘 생각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