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6 |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관리자(2012-06-05 14:44:33)
니 생각을 말해봐
이정관 전주효문여중 국어교사
애들하고 시를 읽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시를 읽는다. 점심시간에 모여 시를 읽는다. 내가 좋아하는 시를 아이들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자기가 마음에 드는 시를 찾아오라고 말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나름대로 고른 좋은 시를 찾아온다. 묻는다. 왜 좋으니? 이 시가 마음에 드는 이유가 무엇이니? 아이들은 참 많은 것을 좋아하는데 왜 좋은지를 이야기하라면 잘 못한다. 의외로 자기 생각을 말 못한다. 그럴 것이다. 정답만 찾던 아이들에게 자기 생각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정답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말 못한다. 말을 잘 못하여 창피를 당할까봐 말 못한다. 그냥 좋다고만 말한다. 그냥요. 그렇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게 배우지 못한다. 집이 그렇고 학교가 그렇다. 나를 표현하지 못하니 재미없다. 집도 재미없고 학교도 재미없다 .재미있으려면, 세상이 흥미로우려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시를 읽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처음에는 나만 표현을 했다.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시에 대한 감상문을 써서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아이들이 찾아온 시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하여 들려주었다. 나는 이 시를 이렇게 본단다. 너희들은 어떻게 보니? 처음에는 말로 했지만 은근하게 압력을 준다. 너희도 써봐. 네 생각을 써봐. 왜 이 시가 좋은지 말해봐. 쭈뼛쭈뼛 써온다. 참고서가 아닌, 인터넷의 생각이 아닌 아이들의 생각이 조금씩 나온다. 정희성의‘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읽고 중학교 1학년 아이는 이렇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 매일 고되고 힘든 일만 하다가 하루가 끝나고. 내일도, 모레도 그럴 생각에 슬퍼지나 보다. 기분이 씁쓸해서 담배하나 피우고 다시 돌아가나 보다. 매일 가난에 허덕이고, 보람 없는 삶에 너무 지친 모습이 안쓰럽다. 매일 반복되는 것에 문득 슬퍼져 와 울고 싶을 것이다. 울고 싶은 마음을 삼키며 담배를 물고, 썩은 물 위에 비친 달을 바라보고 더 마음 쓰려하고 있을 것이다. 또 아마 죽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희망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 어떠한 것보다 희망없이 사는 것은 정말 무섭고 슬플 것이다. 가난해도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살아가는데 위로가 되어 줄 텐데 저 사람에겐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즉 삶의 목표도, 위로도,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슬픈가. 나를 믿어주고 나를 살게하는 그 무엇도 없는 것이라는 게. 이 시 안에 그 사람의 삶이 나는 제일 슬프다. 끝없는 어둠의 삶을 사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다. 그래도 살아가는 걸 보니 살면서 할 일이 남았나 보다. 이 사람이 살아가면서 부디 목표라는 게 생겼으면 좋겠다. 그 아이의 삶도 좀 고단하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외할머니와 사는 아이. 그 아이는 이 시감상문을 쓰며 나와 소통을 했다. 그의 아픔을 느끼면서 나도 내 삶의 아픔을 이야기했다. 우리의 아픔을 들으면서 다른 아이들도 스스로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그러면서 정답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문학은 삶이다. 문학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세상을 읽는다. 시를 말하면서 우리는 시인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나를 이해하고 친구들의 삶을 이해한다. 문제는 소통이다. 소통하지 않으면 썩는다. 빈집은 썩는다. 집에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하고 바람이 통해야 한다. 그래야 썩지 않는다. 네 생각과 내 생각이 통해야 세상도 썩지 않는다. 통해야, 소통이 되어야 썩지 않는다. 그런데 소통이 안 된다. 어른들의 세상도 그렇고 아이들의 세상도 그렇다. 문자로, 인터넷으로 참 많이 소통하는 것 같은데 아이들은 소통할 줄 모른다.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답만 찾게 하는 교육이 아이들의 생각을 막는다. 정답이 삶이정 답이면 좋은데 그렇지 않다. 정답만 찾으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잃어가고 있다. 자신의 삶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도 슬프고 학교도 슬프다.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시를 읽으면서 나는 참 많이 배운다. 시를 배우고 인생을 배우며 소통을 배운다.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를 배운다. 그래서 요즘은 시뿐만 아니라 소설도 이야기한다. 삶이 더 여실히 드러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세상 보는 법을 배운다. 한번 자기 생각을 표현한 아이들은 곧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처. 음 한번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알면 두 번은 참 쉽다. 소설도 곧장 읽어낸다. 참고서보다 빼어난 이야기가 참 많다. 내가 못본 이야기도 아이들은 찾아낸다. ‘니 생각을 말해봐.’ 아이들은 참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생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시공부다. 다양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시를 통하여 생각을 말하게 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세상을 읽어갈 수 있게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들여다본 시집이 백 권쯤은 될 것이다. 그 가운데 시감상문 형식으로 글을 쓴 게 50편이 넘는다. 올해까지 읽은 시감상문을 모아서 책으로 묶어볼 예정이다. 그러면 이 글이 토대가 되어 또 누군가가 우리처럼 시를 통해서, 소설을 통해서, 또 다른 글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세상과 소통하겠지. 이렇게 세상과 소통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아이들이 즐겁고, 학교가 즐겁고, 세상이 즐거워지겠지. 그때까지 우리는 열심히 우리들의 생각을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