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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6 |
[수요포럼] 시장주의 조급증을 내려놓고 더욱 멀리 바라보라
관리자(2012-06-05 14:44:00)
시장주의 조급증을 내려놓고 더욱 멀리 바라보라 대학이 취업양성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한탄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날이 좁아지는 취업문과 점점 줄어드는 학생 수로 인해 취업률과 학생유치실적이 대학을 평가하는 첫 번째 잣대가 된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바람막이 없이 가장 취약한 처지에 놓인 것은 바로 기초학문 학과들이다. 지난해 9월 원광대학교가 교과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원광대의 실정이 이 정도라면 다른 대학들의 형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원광대학교는 교과부 위탁 컨설팅업체의 컨설팅 결과에 따라 지난 3월 미술대학 4개 학과를 포함한 11개 인문·예술학과들의 폐과를 발표해 다시 한 번 지역민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원광대 미대는 지역최초로 한국화과를 설치했고 수많은 지역미술인들을 배출해낸 요람이었기 때문에 문화예술계의 충격이 컸다. 일방적 폐과 통보에 반발한 학생, 교수, 동문들과의 갈등 끝에 원광대 이사회는 지난 5월 22일 6개과 폐지, 철학과 2년 폐지유예, 8개학과 통폐합을 최종 결정했다. 원광대의 사례가 충격적이긴 하지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니다. 이미 지역의 많은 대학에서 기초 인문·예술학과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왔다. 112회 수요포럼에서는 원광대 사태를 계기로 지역대학에서 기초 인문·예술학과들의 위상은 어떤 상황인지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는 김의수 전북대 철학과 교수가 맡았고 패널로는 김성욱 원광대 한국화과 강사, 김자영 현대무용단 사포 대표, 류경호 전북연극협회장, 서은혜 전주대 인문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인문예술학과의 위기가 원광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각자의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의 문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해결해야 김의수 전북대 철학과 교수 오늘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교육개혁을 통해 대학입시가 달라져야 한다. 그걸 누가 할 수 있나. 업적주의가 아니라 철학을 가진 정치권과 관료가 해야 한다. 학생수가 주는 것만이 고민이 아니라 인구 자체가 주는 것이 고민이다. 인구문제, 경제문제, 지역균형발전 모든게 같이 맞물리는 문제다. 장기적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전망을 세워 실천해야 하는데 당장 대학 총장들도 전국 몇 위, 세계 몇 위와 같은 허상을 쫓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어떤 학교라도 언젠가는 칼날을 맞게 돼있다. 중앙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전통문화도시, 아트폴리스 같은 비전을 세웠으면 행정으로만 할 게 아니라 예술인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필요한 인력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더 장기적으로는 쓸데없이 높은 대학진학률을 낮추고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예술인이 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초·중등교육부터 예술교육 강화해야 김성욱 원광대 한국화과 강사 원광대 이전에도 인문·예술학과의 통폐합이 있었지만 무관심 속에 소리소문없이 진행됐다. 이번에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교수들이나 동문들도 침묵했을지 모른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적인 조건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뿌리만이라도 남겨달라는 것이다. 이제 지역 내에 순수미술학과는 전북대와 원광대 둘 밖에 남지 않았다. 예술교육은 초 · 중등교육 현장에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상당수 초·중·고교에는 미술교사가 배치되지 않아 몇 개의 학교를 순회교사들이 돌아다니며 수업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순수예술을 지망하는 학생수도 더욱 줄어들게 된다. 학교에서 순수예술은 특별활동이 아니라 사람의 감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교육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요즘 아이들이 무개념이라고 하는데 영어·수학 경쟁 속에서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인문·예술의 사회적 기여, 경제가치보다 더 크다 서은혜 전주대 인문학과 교수 최근 인문학에 대한 재조명이 생기면서 인문학 전공들을 없앤 대학에서 외부강사를 초빙해 철학이나 스토리텔링 문학 등을 강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주대는 2000년 후반 유럽전공과 미술과, 성악과가 폐지됐다. 그 결정을 내린 총장님이 나중에 후회하셨다. 대학문제는 지역균형발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취업률과 재학생충원율을 중심으로 평가하면 지역대학들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대전 이남 학교들은 모두 죽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시장논리와 물질만능주의가 사회에 팽배하고 있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리는 이 와중에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라고 자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예술이다. 이런 기초학문 없이 실용적인 것만 쫓는 것은 세수도 하지 않고 짙은 화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문학과 예술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눈에 드러나는 경제적 가치보다 크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졸업 이후의 삶까지 함께 고민하자 류경호 전북연극협회장 우리나라의 순수예술 현장은 굉장히 취약한 상태이다. 특히 지역의 예술 현실은 더욱 그렇다. 인문ㆍ예술에 대한 열망으로 대학 전공을 마치고 사회에 나오면 마땅한 자리가 없어 다른 직업으로 전향하는 일이 많이 있다.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에 대학과 사회 사이에서 악순환 되고 있는 현실이다. 공연예술일자리창출사업 등으로 조금이나마 예술 현장의 숨통이 트였지만 지속적으로 가려면 창출된 수익이 다시 잉여재산이 되는 선순환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에서 학과 구조조정을 답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대학 전체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인문ㆍ예술을 전공했어도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고, 삶의 질을 높여나갈 수 있는 대학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인문ㆍ예술을 수치적인 계량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바라보는 사회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예술분야 평가에 일반적 취업률 적용해선 안돼 김자영 현대무용단 사포 대표 많은 무용학과 졸업생들이 초·중·고등학교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예술강사 활동은 취업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4대보험이 아닌 의료보험을 뺀 3대 보험만 적용되고 있어 정규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술분야 졸업생들은 일반적인 취업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동일한 잣대로 취업률을 적용해 평가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제대로 평가를 하려면 다른 기준의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순수예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 해도 대중예술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중예술의 기반은 결국 순수예술이다. 기반이 튼튼하지 않다면 유행에 따라 변하는 대중예술은 실체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과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도 학생들은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과명 변경이나 커리큘럼 변경 등 자구책을 마련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통폐합을 한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난다. 지역대학의 인문·예술은 이미 고사 중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7월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출범하고 강도 높은 대학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지난해 9월에는 첫 결과물로 17개‘부실대학’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평가에 사용된 기준은 취업률, 재학생충원률, 교원확보율, 학사관리, 등록금 인상율 등을 포함한 8개(2·3년제 9개) 지표로 하위 15%에 해당하는 대학들이 제한대출그룹(13개교), 최소대출그룹(4개교)로 꼽혔다. 평가기준 중 취업률과 재학생충원률의 비중은 각각 20%와 30%로 합계 50%에 달한다. 우리지역에서 이 명단에 포함된 대학은 4년제 중에는 원광대학교, 2·3년제에서는 벽성대학, 서해대학, 전북과학대학이다. 이와 별개로 국립대 구조조정 중점추진 대학으로는 우리지역에서 군산대가 포함됐다. 이들 대학은 교과부가 위탁한 컨설팅 기관의 컨설팅을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재정지원제한대학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지원제한이 한 단계 더 높아지고, 종국에는 퇴출까지 이르게 된다.‘부실대학’ 발표 이후 기준의 적정성 등을 둘러싼 비판이 일었다. 특히 취업률이 높은 의대·한의대가 평가대상에서 제외된 점, 예술학과들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일반학과와 같은 기준으로 취업률을 평가한 점 등에 대해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원광대학교는 지난해 12월부터 교과부 위탁기관인 삼일회계법인의 컨설팅을 받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난 3월 철학과, 독일문화언어전공, 프랑스문화언어전공, 국악전공, 무용전공, 한국화전공, 서양화전공, 환경조각전공, 도예전공, 한국문화학과, 정치외교학 전공을 폐과를 발표했다. 3월 29일에는 원광대 학생·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가 구성돼 학교 측의 일방적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하며 본관점거농성에 들어갔다. 4월 11일에는 학교 측과 대책위간의 잠정합의로 단식농성이 중단됐다. 5월 22일 원광대 이사회는 6개과 폐지(한국문화학과, 독일문화·언어전공, 프랑스문화·언어전공, 정치외교학전공, 인문사회자율전공학부, 자연과학자율전공학부), 통폐합 8개 전공(국악전공·음악전공 → 음악과, 무용전공·스포츠과학부 → 스포츠산업·복지학과, 도예전공·한국화전공·서양화전공·환경조각전공 → 미술과), 철학과 2년 폐지유예라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원광대 한국화과를 졸업하고 현재 원광대로 출강 중인 김성욱 강사는“학생들이 먼저 청원서를 받으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면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라며“나도 처음에 들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였다. 매년 미달이 계속되고, 정원도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재학 중일 때는 4학년까지 120명이 정원이었다. 지금은 40명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지역 내 타 대학의 순수 예술학과들이 통폐합 수순을 밟았던 것도 부정적 전망에 한 몫을 했다. 김 강사는“우석대, 전주대 모두 순수미술학과들이 다 없어졌다. 그때는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만약 그때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더라면 이번 원광대 사태는 좀 다른 국면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기초인문·순수예술전공의 축소는 원광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주대의 경우 90년대에 이미 기초 전공이 사라졌고 2005년에는 독문과와 불문과가 통합돼 유럽전공으로 유지되다 2009년에 폐지됐다. 같은 해에 미술과와 성악과도 폐과됐다. 서은혜 전주대 인문학부 교수는“최근 인문학 바람이 다시 불면서 철학이나 스토리텔링 문학 쪽 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열었고 작년에는 인문대 기초과목으로 문학, 사학, 철학 과목이 새로 생기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없어지면서 또 한편으로는 생겨나기도 하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학과들도 크게 성격이 바뀐 경우가 대다수다. 원광대에 출강하고 있기도 한 김자영 현대무용단 사포 대표는“현재 지역에 순수무용만을 가르치는 학교는 원광대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스포츠과학부와 통합되면서 사실상 폐과나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며“대중무용도 좋지만 순수예술이 바탕이 되는 상태에서 대중예술이 가능한 것이다. 지금은 이게 유행이지만 나중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무분별하게 실용만 쫓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논리, 대학 담을 넘다 패널들은 기초인문·순수예술 학문의 위기가 대학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풍조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은혜 교수는“인문과 예술은 처음부터 돈 버는 학문이 아니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에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대학이 더 이상 그런 풍조로부터 인문·예술을 방어해주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논리가 대학의 담벼락을 넘고 있는데 적절한 대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논리가 침투하고 있는 것은 대학만이 아니다. 인문·예술교육의 뿌리가 될 초·중등교육에서도 도드라지고 있다. 김성욱 강사는“미술교사가 한명도 없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이번 정권 초기에 영어몰입교육 얘기가 나오자 예체능학원들이 수두룩하게 문을 닫고 영어학원이 늘어났다. 학교에서도 예체능이 경시되는 건 마찬가지다. 한창 감수성을 키워야할 아이들이 경쟁으로만 살아가고 있다. 자연히 예술을 진로로 삼는 학생들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자영 대표는“미술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라며“무용은 정규 과목자체가 없을뿐더러 체육교과에 포함돼 여학생 대상, 그것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있는 학교에서만 일부 가르치고 있다. 그나마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의수 전북대 철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교육비전도 없이 학교와 학과를 만들고 폐지하는 대학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인문·예술하는 학생들은 돈을 못 벌지만, 학생들을 받는 대학은 돈을 벌어왔다. 기초적인 수요예측이나 통계조사도 하지 않고 정원을 늘려놓고 이제 와서는 가차 없이 없애는 판국이다. 돈이 안 되는 학문으로도 돈을 벌었던 대학들이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경호 전북연극협회장도“지금까지는 대학은 만들어만 놓으면 망하는 일이 없었다면 앞으로는 그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정부차원에서 대학을 수술대에 올리고 체질개선 압박을 하고 있다. 이제는 무조건 뽑기만 할 게 아니라 학생들의 졸업 이후까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문·예술학과들에 대한 수요공급이 맞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는 공감을 나타냈다. 김성욱 강사는“원광대 미대의 경우 4개 전공이 합쳐져 하나의 과가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현실적인 학생 수 감소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원광대 미대, 순수미술의 뿌리를 남겨 달라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요공급 조정의 과정이 강압적이라는 점. 김자영 대표는“과 이름을 바꾼다거나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자구책을 준비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오락가락 정책에 학생만 희생양 김의수 교수는 오락가락하는 교과부의 행정과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최근 5개 국립대 교수회에서 성명서를 내고 4개 국립되 교수회 회장단이 교과부 장관을 고발했다.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연구지원에 불이익을 준다는 정책 때문이었다.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사립대의 경우는 교육부의 정책에 더 강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이렇게 밀어붙여 놓고 정권이 바뀌면 또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교육부 정책이 잘못됐다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고 비판했다. 특히 대학 구성원들이 고민을 나눌 여지도 없이 컨설팅기관이 임의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현행 방식에 대해“행정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경호 대표 역시“정부가 대학이 너무 웃자라도록 방치해둔 게 문제다. 이제 와서 책임은 지지 않고 웃자란 보리 잘라내듯 구조조정의 칼만 휘두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감을 나타냈다. 교육행정의 문제로 인한 책임을 약자인 학생들만 지게 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개의 경우 학과가 폐지되더라도 교수들의 직위는 임기까지 보전된다. 학교 역시 폐교되더라도 부동산 등 재산은 그대로 보전할 수 있다. 반면 재학생들의 경우 졸업 이후까지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서은혜 교수는 대학생 수도권 과밀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서 교수는“재학생충원율과 취업률을 제 1지표로 평가하다보면 지역대학들이 먼저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은 정부가 먼저 책임을 지고 수도권 대학의 정원부터 줄여야 한다. 이대로라면 2015~16년이면 대전 이남의 대학들은 다 죽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자영 대표 역시“지역 순수예술 학과들이 지금처럼 문을 닫거나 성격이 달라진다면 지역학생들은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는 취업률의 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현행 대학평가 기준에 따르면 취업률은 4년제 대학의 경우 20%, 2·3년제에서는 30%의 비중을 차지한다. 김자영 대표는 취업률을 측정하는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표는“무용학과의 경우 취업을 안 하는 졸업생은 거의 없다. 문제는 4대보험이 적용돼야 취업한 것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라며“무용학과 졸업생들 상당수가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예술강사들에게는 건강보험을 제외한 3대 보험만 적용되기 때문에 취업률에 안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류경호 회장 역시“연극 관련 학과들 역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4대보험이 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니는 걸 봤다”고 덧붙였다. 2005년 설립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해 온 예술강사 제도는 무용, 연극, 미술, 음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분야의 졸업생들에게 강사 자격을 부여해 초·중·고등학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등으로 예술수업을 진행하도록 한 제도다. 본래 예술 정규교과 신설을 목적으로 교사풀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정규교과 편입은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땅한 일자리가 없는 예술분야 졸업생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정부 당국이 추진한 정책에 따른 일자리가 취업률에는 반영되지 않는 모순이다. 서은혜 교수는 “인문·예술학과을 일반적인 취업률을 적용해 평가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애초에 학과의 목적자체가 취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류경호 회장 역시“여전히 굶더라도 이 공부를 하고 싶어서 도전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친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결국 사회가 인문·예술을 필요로 할 것 대안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됐다. 먼저 현재와 같은 밀어붙이기식 구조조정이 아니라 세밀한 수요예측과 통계연구를 통해 장기적 조정 방법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패널들은 이를 위해 관이 아니라 민간과 대학구성원들이 의견을 나눌 소통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학평가 기준에 대해서도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김자영 대표는“특히 예술 분야의 취업률은 별도의 기준틀로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경호 협회장은 예술인들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로를 기준으로 해도 연극 개런티만으로는 연봉 500만원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 류 회장은“공연예술일자리사업 등 지자체나 정부 지원이 현재는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지원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며“결국에는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해 적은 이익이나마 내서 자립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마련돼야 예술을 지망하는 학생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은혜 교수는“인문학과 예술이 눈에 보이는 경제적 가치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날로 각박해지는 사회에서 인문예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최근의 인문학 붐처럼 사회가 인문예술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수 교수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결국 오늘 대학 인문·예술학과의 문제는 인구정책, 균형발전정책, 경제정책, 인력수급정책 등 사회 다른 문제들과 맞물려가는 것”이라며“이를 총괄하는 국가 단위에서 어떤 수장이 어떤 철학을 갖고 교육문제를 바라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국가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당장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없는지, 지역사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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