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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6 |
저널이 본다
관리자(2012-06-05 14:42:03)
한지산업, 문화적으로 답을 구하라 한규일 기자 전주한지문화축제, 절반의 성공 마침 어린이날을 맞이한 5월의 첫 토요일. 전주한옥마을 태조로는 전주한지문화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경기전 주차장에 마련된 산업관에는 다양한 한지상품들을 구경하고 구입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갔다. 중앙초등학교 주변에 마련된 체험부스에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부스마다 만원을 이뤘다. 올해 전주한지문화축제(이하 한지축제)는 축제 장소를 완주군 대승한지마을로 넓히고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이 특징이었다. 전주한지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한지축제조직위) 자체 집계 결과 축제가 열린 4일 동안 전주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약24만 명, 이들의 지출액은 74억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한지축제는 한지패션쇼 등 공연과 한지산업진흥행사, 전시, 체험,이벤트, 부대행사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체험 프로그램이다. 가장 눈에 잘띄고 관람객들이 참여해 충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한지축제 체험부스는 성황이었다. 저렴한 비용에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반면 올해 처음으로 시도된 완주군 대승한지마을과의 접목은 성과가 부족한 듯하다. 방문객은 1천여 명에 불과했고 셔틀버스 이용객수도 150명 정도에 그쳤다. 홍보부족에 탓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정작 문제가 된 것은 콘텐츠의 부족이었다. 완주 대승마을은 전주한옥마을에서 왕복 한 시간 거리. 그러나 현지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등의 프로그램은 고작 한 시간 정도면 바닥이 났다. 한지축제조직위는 한지축제의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인 산업화와 관련해 올해 한지상품 구매의향 금액이 6억7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금액 중 얼마나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한 한지축제의 전체 예산은 3억 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지역축제 중 예산이 확인된 축제 894개의 총 예산은 2030억 원으로 축제 당 평균 2억2천만 원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2006년 기준). 또한「2011 공연예술실태조사」(2010년 기준, 주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는 총 147개의 공공지원 대상 공연예술축제가 개최되었고 전체 예산은 약 579억 원으로 축제당 평균 약 4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축제당 평균 관람객수는 약 12만 7천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자료로 보면 한지축제의 예산은 전국 평균 수준이지만 관람객수는 평균 을 훨씬 넘어선다. 일단 예산 대비 관광유발 효과는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한지산업을 연결 지어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지축제조직위가 밝힌 관람객 지출액은 추정일 뿐이고, 한지상품 구매의향 금액 또한 의향일 뿐이다. 축제의 성패는 숫자로만 측정할 수 없으나 산업의 경우에는 숫자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없다.지난 해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는 B2C 현장 매출이 23억 원,B2B 무역 상담이 500건 이상으로 상담 실적만 474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물론 두 축제의 예산규모 자체가 4배 이상 차이나고 성격 또한 명확히 다르다. 하지만 한지축제가 관광뿐만 아니라 산업화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상 산업 관련 부문을 어떻게 운영하고 그 결과가 어떠한지에 대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지축제조직위는 올해 한지축제를 준비하면서 3월20일 온라인 홍보를 위한 공식블로그를 개설하고 블로그 기자단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해당 블로그를 보면 5월 말까지 포스팅 수는 겨우24개에 불과하다. 그 중 공지사항과 뉴스스크랩이 14개, 타 블로그에서 스크랩한 글이 5개이며 자체 포스팅은 5개에 그친다. 그나마 축제 이전인 4월28일까지 작성된 글이 14개이며 축제 이후인5월 7일 이후 작성된 글이 10개다. 결국 예산의 문제로 다시 돌아가겠으나 그 이전에 한지축제가 과연 주어진 예산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례다. 어차피 적은 예산이라면 가장 효과적인 곳에 집중해야 함에도 구색을 맞추려다보니 안 하느니 못한 일이 된 것이다.문화와 산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한지축제의 예산이나 역량 모두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로는 매년절반의 성공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문화축제 중심의 단기 운영 조직인 한지축제조직위에게 산업화의 성과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한지산업 정책, 지자체만의 문제일까 전주시에 따르면 전북지역 한지업체는 13개. 이 중 5개 업체가 전주한지사업 집단화 단지 입주업체이고 업체별 평균 종업원은 5명으로 대부분 소규모 개인기업이다. 전주특수한지, 천양제지 등이 속해 있는 전주한지사업협동조합 등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한지는 전국의 40% 내외를 차지하고 있지만, 업체당 연간 평균매출액은 1억2천만 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일본의 화지와 같은 고급화 전략은커녕 한지산업의 명맥을 잇기에도 급급한 현실에서 한지산업 광역화는 필연적 대안일수밖에 없다. 지난 해 11월 완주군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도 한지산업 광역화의 필요성이 제시되었다. 한지특화연계사업단(단장 차종순)이 주최한 이 포럼에서는 완주군 대승한지마을의 전통한지 계승과 한지문화 육성 등 한지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광역연계협력 추진 전략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국내 한지산업의 약점으로는 지역별 특화상품개발 부재, 가격경쟁력 및 시장성 약화, 지원의존형 마인드와 체계적인 관리가 지적됐다. 대안으로는 닥섬유의 안정적 공급을 통한 한지 원가 경쟁력 확보, 품질차별화, 제조기술의 규격화, 브랜드화, 네트워크 프로그램 활성화, 한지명인 후진양성 등이 제시되었다. 다행히 전주시·완주군·임실군의‘천년한지 문화산업권 조성사업’이 기초생활권 인접시·군간 연계 협력사업으로 2010년도 지역발전위원회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원활한 한지산업 광역화의 발판 마련이 기대된다.올해 전주와 완주의 한지축제 공동개최는 이 사업의 일환이다. 앞으로 전주시·완주군·임실군이 전통한지라는 공통된 주제를 중심으로 지역 간 연계협력과 보완적 활동을 통해 한지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하게 된다.사실 한지산업 관련 정책의 부재는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지난 정권에서 추진하다가 지금은 다소 시들해진 한브랜드 사업의 경우에도 마케팅으로 한지산업을 비롯한 전통문화 관련 산업을 부양하겠다는 것이었을 뿐 산업적 측면의 정책은 아니었다. 각종 산업 관련 통계들을 아무리 찾아봐도 한지산업과 관련된 정확한 통계조차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 뤄진 전국적 공식 조사는 2006년 문화관광부의 <한지문화산업 자원실태조사>가 가장 최근이며, KOSIS 국가통계포털에서는 한지산업이‘기타 종이 및 판지 제조업’에 포함되어 있고 하위 품목 또한 별도로 구분이 되지 않아 국내 한지산업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전주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의‘향토핵심자원 사업화 시범사업’에 선정되어 지원받은 예산으로 2013년까지‘전통한지활용 친환경 건축자재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 1단계로 건축용 친환경 한지 개발 및 설비 구축에 이어 올해 2단계는 공동브랜드 개발 및 사업화를, 내년 3단계에서는 공동판매장 구축 및 마케팅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업의 예산은 국비 2억 원에 지방비 2억 원으로 총 4억 원에 불과하다. 지식경제부의‘소재부품전략위원회’가 5개 신소재의 R&D에 한 해60억 원을 투자하는 등 첨단·신소재에 쓰이는 예산에 비하면 매우 적은 금액이다. 한지산업, 생활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한지산업은 전통산업으로 분류된다. 문화산업으로도 분류된다. 한지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한지가 생활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은 결국 현대화하지 못한 전통문화이기 때문이다. 한지축제에서 부채만들기 체험을 하는 것은 일 년에 한 번뿐인 좋은 경험이지만, 이때 만든 부채 하나면 그 해 아니 그 이듬해 여름까지도 얼마든지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 어쩌면 한지축제와 한지산업 발전의 해답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지를 생활문화로 정착시키는 것.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한옥의 붐이 보여주듯 웰빙, 그것도 동양적인 웰빙이 여전히 대세인 지금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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