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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6 |
현대무용단 사포, 말·을·걸·다
관리자(2012-06-05 14:41:52)
문화자본주의 시대, 예술의 공간해방운동 김도종 원광대학교 철학과 교수 ‘사포’가 지난 5월 26일,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하고 있는‘공간 봄’에서 공간해방운동을 벌였다.‘공간 봄’은 사람들이 만나서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의 공간이다. 공연을 위한 무대를 따로 만든 곳도 아니다. 그러한 장소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 날 사포의 공연은‘공간 봄’ 전체가 무대 아닌 무대가 되었고,‘춤춤이(무용수)’가 춤을 추었지만 관객도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형식의 마당놀이가 되었다. 그 날 사포의 실험은 일회성‘보여주기공연(퍼포먼스)’이 아니라 문화자본주의 시대에 바뀌어지는 공연예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정착시키는 운동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18세기 유렵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자본주의 체제가 만들어 질 때 모든 정치, 경제, 사회가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교환경제, 시장경제가 보편화되고 대중정치가 시작되었다. 대중정치는 공화주의 정치로서 의회민주주의가 정착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왕실과 귀족, 교회에 속하던 정치가 시민 대중의 정치로 가게 된 것이다. 그 때에 예술도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교회와 귀족들의 사랑방에 갇혀있던 예술에서 시민의 예술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술이 교회나 귀족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대중도똑 같은 예술향유의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대중이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극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극장의 규모에 맞는 교향악단이 만들어지고 오페라를 연주, 연창하게 되었다.예술가들도 교회와 귀족으로부터 해방되어 독립적인 활동을 하게되었다. 다루는 소재도 신앙적인 것으로부터 모든‘사람의 일상사’로 바뀌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무대예술의 역사가 20세기 까지 지속되었다.18세기 사람들이 귀족의 저택과 교회에 갇힌 예술을 답답하게 생각하였듯이 오늘날의 세계 사람들은 무대에 갇힌 예술을 답답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관객과 무대가 나뉘어져 있는 상태에서의 공연은 관객들 개개인이 개성만족, 감성만족을 충분히 달성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삶의 모든 영역을 자신들의 살고 있는‘일상사(日常事)’의 연장선에 두려고 한다. 정치행위나 경제행위도 그렇고 예술행위도 그렇다. 왜 그렇게되었을까?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체제 이전의 사회는 자연경제체제에 머물러있었다. 자신과 자기가족들의 의식주(衣食住)를 위한 생산 활동을자연경제라고 한다. 자본주의체제는 교환경제체제를 말한다. 의식주의 모든 재화가 자가 소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업적인 판매를 위한 것이다. 정치행위도 그렇다.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할 대의원, 국회의원을 뽑아 그들이 만든 국회에서 정사를 하게하는 것이다. 시장경제, 의회정치를 통해 개인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고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오늘날 여기에 의심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는 동안 인류의 욕구가 더 진화하였다. 그것은 의식주의 욕구와 함께 정신적인‘진선미(眞善美)’의 욕구를 자각하고 실천하게 된 것이다. 지적이고 도덕적이며 감성적인 가치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문화자본주의 시대 인류의 시대정신이 되었다. 문화자본주의란 의식주의 물질적 가치와 진서미의 정신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체제를 말한다. 정신적인 가치에서 우선 중요한 것은 개인의 정체성(正體性)실현을 전제한다는 것이다. 진선미의 가치는 개인의 정체성 실현을 위한 강력한 수단이 된다.이에 따라 정치경제의 틀도 바뀌고 있다. 18세기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혁명이 지금 세계적인 규모에서 다른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소비자가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생산-소비자(프로슈며:prosumer)가 주도하는 체제가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자연경제가 등장한다. 도시농업이란 형태가 그 하나이다. 자기 집에서 자기가 먹을 채소를 직접 재배하는 것이 도시농업이란 이름으로 자리 잡고있는 것이다. 국민과 멀리 떨어진 의회민주주의에서 자신이 직접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시민운동 중심의 새로운 민주주의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과정이다. 이러한 경향과 함께 예술가들의 무대도 일상적인 영역으로 융합하려는 욕구가 보편화되고 있다. 예술전문가들이 독점하고 있던 무대를 관객과 공유하려는 경향이다. 방송매체가 시도하고 있는 몇 가지 형태의“실제놀이(리얼리티쇼)”도 그 하나이다. 꾸며진 대본을 놓고 연기자들이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과 유사한 환경에서 연기자들이 놀이 하는 모습, 시청자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의 방송꼭지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사회적 소통방식도 변하였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순식간에 개인들이 나누고 공유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출판과 영상의 제작이 전문 집단이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것이 되었다.유치원 어린이 까지 사진기를 소유하는 시대가 되지않았는가? 그리고 그들이 찍은 사진이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이제 전통적인 공연예술, 무대예술도“실제놀이”수준의 변혁을요구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극장’이 하나의 혁명이었듯이‘극장으로 부터의 해방’을 시도하는 것 또한 현재적인 혁명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자본주의로 바꾸어졌을 때 자연경제에서 시장경제, 교환경제로 바꿔졌다. 지금의 문화자본주의 시대는 자연경제와 교환경제가 융합되어 있는 경제체제가 만들어 지고 있다. 이처럼 관객이 단순한 예술의 소비자가 아니라‘예술의 생산소비자’가 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 진선미 욕구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사포’는 과거에도 몇 차례 이러한 공간해방을 시도한 적이 있다. 11차례의 야외공연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번‘공간 봄’에서의 공간해방 시도는 가장 적극적인‘실제놀이’차원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공간과 예술공간을 일치시켰다는 점에서다.‘사포’는‘공간 봄’을 무대로 하는 공연을 앞으로 4차례 더 예정하고 있다. 마당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우리 국민인지라 현대 예술의 공간해방운동이 훨씬 진보할 것으로 기대할수 있다. 이런 전망과 함께 사포가 시도하는 앞으로의 공연에서는 공간의 해방 뿐 만이 아니라 주제의 해방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주길 기대한다.‘극장예술’이 시작될 때 크리스트교 예술, 귀족예술의 주제로부터 해방되어 남녀의 사랑을 다루고 보통 시민의 일상사를 주제로 다루었듯이 주제의 해방을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라는 것이다. 즉 문화자본주의 시대의 사람들은 보다 세밀한 개성화를 추구한다. 개성화된 이성, 도덕성, 감성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일상사공간’에서 정체성을 실현하려고하는 것이다. 이것을 춤사위에 소화해내는 능력을‘사포’가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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