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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 | 연재 [132회 백제기행]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너를 더 사랑하기 위해
<텔미텔미:한국-호주 현대미술>과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김주리 문화저널 독자(2012-01-05 14:08:53)

예기치 않은 인생의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던 나는 무엇보다 장거리버스와 낯선 공간, 생산적인 스케줄이 간절한 참이었다. 그런 내게 친구는 백제기행을 함께 것을 제안했고 나는 한줄기 빛과 같은 구원의 손길을 마다하지 않고 덥석 잡았다. 그런데 막상 가기로 결정해놓고 세부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니 <Tell me, Tell me : 한국-호주 현대미술展>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감상이 잡혀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내가 접해 현대미술이라고는 의무교육기간동안의 얇은 미술책 권과 리얼리티프로그램 덕후로서 챙겨 ‘work of art’에서 눈동냥, 귀동냥으로만 접한 지식이 전부였으니 난감했다. 내게 현대미술하면 떠오르는 것이라곤 남자 소변기와(마르셀 뒤샹의) 현대미술 작가는 4차원 혹은 이상의 괴팍하고 별난 성격일 것이라는 선입견뿐이었다. 하지만 이참에 새로운 것을 경험할 있는 좋은 기회가 있겠다 싶었고 다행히 연극은 평소에도 좋아하고버자이너 모놀로그 무척 소망했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절로 기다려졌다.(제목이 무려 버자이너라니. 한국어로 번역하면보지의 독백 것이다!).


번째 목적지인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착하니 영화미술관 동물원 촬영배경이 만큼 널찍하고 고즈넉한 풍경과 곳곳에 놓인 독특한 설치물들이 먼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텔미텔미 : 한국-호주 현대미술 > 한국과 호주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것이라고 한다. 1976 2 시드니 비엔날레 한국작가인 백남준 작가의 호주 방문이 기록적인 사건으로 남아있다고 하는데 이때의 만남을 이번 전시의 시작점으로 잡아서인지 백남준의 작품과 기록이 제일 눈에 띄었다.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백남준의 작품 앞에서 많이들 사진을 찍었고 물론 나도 멋지게 ! 전시는 1층과 2층에 걸쳐서 70년대 예술/ 예술, 회화 너머 회화, 사물 너머 사물, 주술과 예술의 순서로 관람할 있도록 했다. 모서리나 천장, 계단까지 공간의 모든 곳을 전시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벽에 붙은 그림들을 가만히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설치되어 있는 작품을 다양한 각도에서 서서, 앉아서 혹은 멀리서 가까이서 좌우로도 있게 연출된 작품들이 많았다. 돌멩이, 폐품, 뜨개천, 빨래건조대, 수박씨 같은 놀라울 정도로 일상적인 소재들을 활용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이중성을 알고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관찰력이 놀라웠다. ‘번역된 도자기라는 작품은 여러 개의 도자기가 본래의 모습이 아닌 깨져서 엉망진창으로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작가가 본래 의도했던 의미가 번역을 통해 망가진 문장이 되어버리는 것을 상징한 것일 텐데 번역 작품들도 엉겨붙어버린 깨진도자기들처럼 자체로 아름답다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센서를 통해 관람객을 감지하고 갑자기 전시되어있던 인형이 북을 친다던가, 자전거 빛이 나는 구멍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직접 헤드폰을 끼고 영상과 함께 감상할 있도록 모든 작품들이 관람객의 관심을 유도하고 관람객의 마음을 예지하는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였고 때로는 작가의 의도나 마음을 심드렁하게 드러내고 있는 무심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반면에 작가 자신의 몸에 금속의 고리를 끼우거나 로프에 매달리는 등의 고통스러운 퍼포먼스가 담긴 작품 앞에서는 몸서리를 치긴 했지만 숭고함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정물은 계속되어야 한다 단지 사과, 오렌지, 바나나로만 구성된 작품이었는데 배치가 묘하게 리얼한 형태를 띄고 있어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리얼한 형태가 무엇을 나타내고 있었는지는 차마 밝히기가...궁금하시면 사과,오렌지,바나나를 가지고 직접 상상해보시라!). ‘은밀한 교환 정말로 보통 사람들에게서 비밀에 관한 각종 이야기가 쓰인 작품을 받아서 작품을 보내면 실제로 전시기간동안 미술관에 전시되고 작품을 받은 대신 다른 사람의 작품을 바꿔서 보내준다고 한다. 이렇게 관객의 참여를 극대화한 작품이 있을까?


열심히 미술관 곳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낸 정갈한 차림새의 점심을 맛있게 먹고 번째 목적지인 <버자이너 모놀로그> 보기 위해 충무아트홀에 도착하였다. 공연은 김여진 배우를 주축으로 명의 배우가 토크쇼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배우의 개성이 적절하게 조화되어 더욱 공감할 있었다. 배우가 보지의 입장에서 말하거나 관객들의 참여하에 배우가 직접 보지에 입혀주기(물론 그림그리기로), 여성의 성욕, 오르가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무거운 주제인 성폭력, 위안부, 여성할례에 대한 문제까지 담아내었다. 오르가즘을 이야기 하면서 배우와 관객이 함께 신음소리를 웃음이 나와서 혼났는데 배우가 위안부 할머니로 분하여 사연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어느 누구도 쉽게 밖으로 말하지 못하고 연극에서도 표현되었던 것과 같이 칙칙하고 어두운창고취급당하는보지 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놀랄만한 쾌락과 고귀한 생명출산의 기쁨까지 주는 중요한 곳이 이름을 찾지 못하고 부정당하고 심지어 유린되는것은 마치 여성을,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게 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없을 것이다. 부분에서 앞에서 ‘Tell me Tell me’ 展이 묘하게 겹쳐졌다. 미술전이 나를 이야기 하고 나에게 이야기 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통해 나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정한 제목이기 때문이다. 나는 서글픈 가장 보통의 존재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아껴주고 사랑하고 나아가까지 있는 그대로 사랑해준다면 아마 가장 특별한 존재인우리 있지는 않을까. 연극이 끝난 중년의 아주머니가아유, 이걸 좀더 젊을때 보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다.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았다는 <버자이너 모놀로그> 당당하게보지의 독백이란 이름으로 공연될 있을 때까지는 앞으로 해야 일이 많아 보인다.


<132 백제기행> 참여한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나의 마음 소리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기울이고 스스로 얼마나 나를 할퀴었는지 모르겠다. 하루라는 시간동안 나라는 존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내게 진정한 화해를 건네었다. 그것은 혼자서 있는 일이 아니었고 많은 미술작품 앞에서 골똘히 생각하며 작가와 이야기를 나눌 있었기에, 무대 배우들이 내게 해준 이야기를 통한 관계 안에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나를 사랑할 그리고 너를 사랑할 힘을 얻게 해준 마당의백제 기행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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