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
[문화현장] 정신장애인 밴드 <아름다운 세상>
관리자(2011-12-01 16:44:52)
음악을 선물하는 이 아름다운 사람들
이다혜 기자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은 아무나 하나~♪ 우아동 주민센터. 이 건물 2층에 자리한 우아문화의 집에서는 5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이면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신장애인 밴드 <아름다운 세상>의 합주소리다. 지난 5월 초,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 <아름다운 세상>의 회원들이 모여 밴드를 결성했다. 우아문화의 집이 전주시의 2011 지역사회문화예술교육사업에 응모해 선정된 프로그램‘음악과 만나다’를 통해 2~30대의 회원 7명으로 이루어진 밴드다. 질환을 앓기 전 피아노 교사였던 회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노래나 악기 연주의 초보자였다. 이들이 5월 초부터 11월까지 한곡, 한 곡 씩 차곡차곡 연습하여 연주하고 노래 부를 수 있게 된 것이 7곡. 모두 <아름다운 세상> 자신들이 하고 싶은 노래를 골라 모은 것이다, 초짜 밴드지만 드럼, 베이스 기타, 어쿠스틱 기타, 건반 등 있을 건 다 갖췄다. 한 보컬이 노래를 부르며 탬버린을 흔드는 모습이 흥겨워 보인다.
11월 15일, <아름다운 세상>의 공식적인 음악 수업 마지막 날이다. 그동안 연습했던 곡을 모아 22일 아하아트홀에서 미니 콘서트를 여는 <아름다운 세상>의 마지막 합주는 더욱 활기찼다. 지도 강사의 색소폰 소리가 전체적인 멜로디를 이끌면 각 파트별 연주자들은 진지하게 그리고 즐겁게 곡을 이끌어 낸다. <아름다운 세상> 회원 대부분이 정신장애1급을 앓고 있지만 말과 행동이 조금 느린 것외에는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초보지만 악기 연주에 능숙하다. 뛰어난 제자에는 훌륭한 스승이 있는 법. 아름다운 세상의 음악 수업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권상준 씨.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느린 회원들과 발걸음을 맞춰가고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는 장애인 대상 교육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음악을 매개로 소통했기 때문에 서로 마음을 빨리 열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음악은 특별한 누군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그동안 음악 수업을 하고 합주를 하면서 이 분들이 자신감을 얻어가고 아픈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그는 미니 콘서트를 발표회라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음악을 선물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미니콘서트 외에도 아름다운 세상은 이미 무대 위에 여러 번 올랐다. 자신들과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위해 마음사랑병원에서 공연을 했고 호응에 힘입어 앵콜 공연까지 가졌다. 또 지난 10월 전주문화재단이 주최한‘뮤직 파크 인 전주’를 통해 솔내공원에서도 공연을 가졌다. 7개월 동안 이들은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익혀나갔다. 장애인은 사회의 보호와 도움을 받기만 하는 존재로 여겨지기 쉽지만 우리는 이들이 사회에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한다. 우아문화의 집 관계자들은“정신장애인들이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했을 때 바깥에서 보시는 분들이 잘 할 수 있겠냐며 많은 걱정과 우려를 했지만 연습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어, 좋은데!’하며 생각을 바꾸셨다.”고 이야기했다. 사회복지사 김혜숙 씨는 정신장애인 밴드 <아름다운 세상>을 통해 이들이 숨어있지 않고 세상에 나와 장애인들도 뭔가 할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업이 종료된다고 해서 밴드 활동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공연도 하고 그로 인해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의 경쾌한 노래 소리에 듣는 이들의 고개가 절로 리듬을 탄다. 이들이 우리에게 준 음악선물이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