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
보는 영화, 읽는 영화 - 남다정 감독의 <플레이>
관리자(2011-12-01 16:44:09)
청춘이여, 힘을 내 다시 한 번...
이선희 영화사 진진 마케팅팀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멘토링이 한창이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서점가의 장기 베스트셀러로등극하는가하면‘안철수’,‘ 박경철’,‘김어준’과 같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함께하는 토크콘서트 열풍이 최근 시즌 2인‘청춘콘서트 2.0’의개막을 알리며 가열찬 열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절을 대변하는 청춘의 성장통은 예나 지금이나 존재했지만, 왜 우리 사회는 유독‘청춘’들을 향해 더욱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요즘‘청춘’들의 삶이 지난하고 피곤하기 때문일 것이다. 치열한 입시 전쟁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면 곧바로 취업을 향한 스펙 쌓기에 돌입하고,해외 어학연수나 인턴쉽을 거쳐 가까스로 취직에 합격해 회사에 들어가면 그 곳에서도 남들과의 경쟁에 뒤쳐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하는 피곤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을 쫓는 청춘의 삶이란 어쩐지 현실성이 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여기‘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세 청년이 있다. 캐나다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온 준일은 소속사에서 여성 가수와 듀엣으로 데뷔하라는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음악과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소속사를 박차고 나와 자신만의 밴드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준일은 우연히 홍대 카페에서 헌일의 노래를 듣고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자신의 음반을 들어보라며 건네준다. 그리고 클럽에서 함께 공연했던 준일의 후배 현재가 드러머로 합류하면서 비로소 세 남자의 밴드는 완성된다. 준일과 헌일의 만남에서‘전 홍대는 잘 안 와서 모르는데’라고 말하는 준일의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세 남자의 이야기는 홍대에 모태를 둔 가난하고 배고픈 인디밴드의 성공 스토리와 그 결을 달리한다. <플레이>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타인과 소통하기 어려워하는 이시대 청춘들의 진심을 음악을 통해 긍정하고 서툴러도 괜찮다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영화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한 열정 하나로 의기투합한 이들에게‘음악’은 삶의 이유이고, 연인이며, 소통 가능한 언어가 된다. 연인 수현이 인턴에 합격하여 출국을 앞두고 있지만, 준일은 쉽사리 그녀를 붙잡을 수 없다. 사랑만으로 수현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헌일은 영국에서 유학 중인 은채를 만나고 호감을 느끼지만 방학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은채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헌일과의 사랑에 용기를 내지 못한다. 상처받을까 자신의 마음을 쉬이 내보이지 못하고 머뭇거린 채 연인을 떠나보내야 했던 청춘의 진심은 음악이라는 언어로 발화(發花)되고 그들의 음악은 이야기보다 더 강렬한 힘을 싣고 관객들의 가슴을 향해 질주한다. 음악이 곧 이야기가 된다는 점에서 <플레이>는 2008년 개봉하여 20만 이상의 흥행성적을 거둔 음악영화‘원스’를 떠올리게 한다. 데모 음반을 만들어 기획사에 보내도 좀처럼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던 밴드가 우연히‘스웰시즌’의 내한 공연 때 버스킹을 하면서 무대에 서게 되고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는 운명 같은 이야기는‘원스’와 접점을 이루는 부분이기도 한다.
실존하는 모던 록 밴드‘메이트’의 데뷔 스토리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 <플레이>는 다큐 같은 드라마로 정의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밴드의 실제 멤버인 정준일, 임헌일, 이현재가 주연을 맡아 각각 자신의 역할을 연기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하지만 전문 연기자가 아니기에 가지는 한계 역시 명확하다. 서툰 연기가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뮤지션답게 연기자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뛰어난 연주 실력을 보여준다. (실제로 멤버들은 연기를 모니터 하다가 연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촬영했다고 한다.)솔직한 가사,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 풋풋한 청춘의 감성이 돋보이는 <플레이>는 본격음악영화를 선언한 영화답게 음악의 깊은 여운이 영화의 감동을 오래오래 지속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글렌 한사드가 밴드‘메이트’를 소개하고 무대로 걸어가는 세 남자의 뒷모습은 다소 희망적인 결말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내일 눈을 떴을 때 그들에게는 어제와 똑같은 평범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무대에 선 일은 마치 꿈을 꾼 것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지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야. 어쩌면 더 불안한 거 같기도 하고...’라고 내뱉는 헌일의 대사가 마음속에 깊이 와 닿는다. 완벽한 스펙이 포장해 줄 수 없는 서툴고 불안한 청춘이 어쩌면 우리의 진짜 모습은 아닐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힘이 든다면 빛이 바래져가는 가슴 속의 오랜 꿈을 꺼내어보자.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운명 같은 일들이 우리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오늘 같은 내일이 수없이 반복된다고 해도 ... 청춘들이여. 힘을 내자. 다시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