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관리자(2011-12-01 16:39:51)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새로운 실험
양성호 임실 대리초등학교 교사
대리초등학교는 임실군 신평면에 위치한 전교생 73명의 작은 학교다. 대리초등학교는 지속가능한 교육문화를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여 농촌유학을 활성화 시키고 학부모의 역할과 교사의 자발성을 기반으로 신나는 학교 행복한 학교를 꿈꾸고 있다. 특히 조금 느리더라도 제대로 배우고 가자라는‘슬로스쿨’을 지향해 학교운영시스템과 학교와 지역 간의 관계, 공동체적 교육과정의 구성, 친환경급식으로 배움과 여유가 함께 하는 학교로 정착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떠나는 학교에서 찾아오는 학교로
대리초등학교는 2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16명으로 학생들이 떠나는 학교였다. 그러나 학교와 마을의 협력으로 이제는 전주나 서울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찾아오는 학교가 되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0년에는 전라북도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농촌학교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도시의 많은 학부모들이 전입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리초등학교가 있기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고난이 있었다. 2009년 대리초등학교 입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고 곧‘폐교’라는 선고를 받아야 할 처지였다. 주민들도 마을의 역사를 함께해온 학교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상황에 몰려야 했다. 앞이 컴컴한 상황에서 교장선생님이 먼저 직접 발 벗고 나섰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전주에 있는 큰 학교에 찾아가 설명할 기회를 간절히 부탁해 자리를 만들었으나 교장선생님의 눈물어린 호소에도 아무런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정말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장벽이 가로막았다. 학부모가 아이와 함께 이사하겠다는 의지가 있어도 마을에 살만한 집이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관사를 고쳐 학부모에게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태부족이었다. 그래서 결국 교사와 주민, 학부모들이 협의, 전주의 아이들을 통학시키도록 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절박한 결정이었다. 전입을 위해 마을주민들이 도왔다. 본인의 집이나 지인의 집으로 세대전입이 되도록 했고, 대리마을 이장님이 앞장서 빈집이 나오면 교사와 학부모에게 연락을 취할 정도였다. 최근에 도의회(교육의원)에서 제기하는 이른바‘위장전입’이라는 비판은 아예 염두에 두지도 못했다. 학교를 살리고 마을의 역사를 이어가고 아이들에게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싶은 생각만 있었다. 그래도 6학급을 구성하는 게 쉽지 않아 전주에서 통학을 하는 방법 외에 농촌유학센터라는 형태를 도입했다. 농촌유학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아이들이 마을로 와서 생활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형태이다. 부모를 대신해 마을의 주민이 부모가 되어주고, 아이들의 마을에서 생활한다. 아이의 부모는 대도시에서 생업을 지속한다. 이런 형태의 농촌유학은 전국적으로 약 30여 곳에서 이뤄지고 있고, 전북도 완주, 정읍, 임실에서 농촌유학이 실행되고 있다. 대리초등학교는 현재 마을에 사는 아이들과 전주에서 통학하는 아이들 농촌유학센터에서 생활하는 아이들로 구성되어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렇게 6학급이 완성되었다. 눈물겨운 결실이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학교
농촌학교 살리기, 농촌학교 활성화에 교사들의 뜻이 모아지면서 전라북도 혁신학교에 공모하게 되었다. 그런데 혁신학교를 하기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지역주민의 의지와 철학이 필요했다. 그래서 혁신학교의 방향을 잡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그 결과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학교이다. 그 중 학부모들의 요구가 컸다. 대리초등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중학교는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요구와 고민이었다. 고민 속에서 나온 의견이‘초중학교’가 연계되어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근의 관촌중학교를 비롯하여 임실교육청, 학교운영위원회, 임실군이 함께 모여 임실교육특구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지역의 학교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협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감을 찾아가‘초, 중학교 연계형 혁신학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 결과 2011학년도부터 대리초등학교와 관촌중학교가 연계형으로 혁신학교에 지정되는 결과를 만들었고, 대리초등학교 졸업생 9명 중 7명이 관촌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지역에 뿌리를 둔 학교로 거듭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었다.
교육문화 만들기
대리초등학교와 관촌중학교를 연결한‘연계형 혁신학교’를 통해 농촌교육의 새로운 발전방안을 마련하게 되었다. 더불어 지속가능한 농촌마을, 농촌학교로 가기 위하여 대리초등학교는 주민들과 손잡고 다양한 마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교육문화마을’을 만드는 일이다. 그 중 첫 번째로 자랑할 만한 사업이 대리마을 농촌유학센터의 설립이다. 도시보다는 마을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는 농촌유학생들이 같이 생활하는 공간인 농촌유학센터가 설립되었다. 대리마을 농촌유학센터는 학교와 마을,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력하여 설립하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모델이다. 마을에서는 토지를 기부하고 지자체에서는 예산을 지원하였다. 거기에‘흙’을 이용한 생태건축으로 지어진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는 이제 여러 지역에서 찾아와 견학을 할 정도로 유명해졌다. 거기에 더불어 학교는 방과후 수업과 돌봄 프로그램, 주말체험학습 등을 지원하여 유학센터의 안정적인 운영을 돕고 있다. 이는 학교와 마을이 공동체가 되어 함께 이룬 훌륭한 결과이다. 교장선생님도 직접 유학센터설립에 마을주민과 함께 추진위원으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둘째로 마을로 귀촌을 희망하는 도시학부모나 교사를 위해 2,400평에 달하는 부지를 선정하여 계약을 마치고 20세대 규모의‘교육문화마을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그 외에도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함께 방과후 수업을 지원하는 회사를 설립하여 내년 3월 출발을 준비하고 있고, 향후축적된 내용과 결과를 통해 방과후학교 사회적기업과 농촌공동체회사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학부모와 마을 주민의 성공을 기대해본다.
돌이켜보면, 앞으로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도 많았다. 특히 최근에는 도의회의 위정전입문제 제기와 교과부의 강도 높은 감사로 인해 낙담이 컸다. 하지만 농촌에 뿌리를 두고 지역과 학교가 소통하며 기반을 닦아 간다면 정말 좋은 사례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믿는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운동장을 힘차게 뛰며 등교하는 모습을 본다. 학부모들은 열심히 노력하여 자기계발을 이뤄가고 교사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초등학교는 앞으로도 신나고 행복한 학교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