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
전주 어진박물관 개관 1 주년 - 이동희 관장 인터뷰
관리자(2011-12-01 16:39:41)
박물관은 살아있어야 한다
이다혜 기자
전주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본향이다. 조선왕조는 이를 기념해 1410년, 태조어진을 전주에 봉안하였다. 그 역사적 공간이 경기전이다. 지난해 11월, 현존하는 유일의 태조어진과 어진봉안 관련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경기전 뒤편에 어진박물관을 건립했다. 개관 1주년을 맞은 어진박물관은 경기전의 역사를 이해시키고 경기전이 가진 가치를 높이는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경기전 유료화의 찬반논쟁에서 어진박물관은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 어진박물관장을 겸하고 있는 전주역사박물관 이동희 관장에게 지난 1년 동안 어진박물관이 이룬 성과와 뜨거운 이슈인 경기전 유료화에 대해 물었다. 이 관장은 경기전과 어진박물관이 제대로 관리·보존되고 전주의 문화유산의 가치가 더욱 확대되려면 현재의 예산으로는 부족하다며 경기전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전주시가 유료화를 통한 구체적인 지원이나 운영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해 시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전주 어진박물관이 올해 11월로 개관 1주년을 맞았다. 1 년 동안 이룬 성과는 어떠한가.
-전주 어진박물관 개관은 경기전이 가진 가치를 높이고 경기전을 찾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의미가 있다. 경기전, 나아가 전주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박물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중요한 문화재인 태조 어진 보관에 대한 틀이 마련되었다. 개관하고 지금까지 18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을 정도로 관람객의 호응도가 좋았다. 전북에서는 최초로 한국박물관협회의 지원을 받아서 <조경묘 창건 240주년 특별전>을 진행했고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올 한해 활발하게 운영했다. 문화재청과 전주시에서 지원을 받아 <문화재 생생체험> 두 가지 프로그램을 4월부터 11월까지 한 달에두 번 씩 각각 진행했고 대부분 모집정원을 모두 채워서진행했다. 다문화가정이나 소외계층을 위해 특별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관련기관과 연계하여 15회 정도 운영했다.
▶ 어진박물관을 1년 동안 운영하면서 파악된 운영상의 어려움이나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박물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예산의 부족에 있다. 안정적인 인력 운용과 적절한 프로그램 운영은 기본적으로 일정 예산이 갖추어져야 가능하다. 올해는 전주시외에도 박물관협회와 문화재청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상설전시 외에도 기획전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는데 학예사 1명, 학예연구원 1명, 이렇게 2명의 전문 인력으로는 운영이 어렵다. 물론 자원봉사자들의 참여가 있는데 이 분들이 하루에 5천 원 씩 받고 일한다. 교통비와 식비도 충당이 안 되는 금액이다. 현재 예산이 계속 된다면 현상 유지만 가능한 수준이다. 일정 예산이 확보되어서 박물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박물관은 정체되어있으면 안되고 살아있어야 한다. 전주의 문화유산을 지켜나간다는 사명을 이루고, 다음 세대에도 소중한 유산이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전북지역의 박물관이 가장 열악하다는 인식이 퍼져있는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려면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 경기전 유료화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앞서 말한 박물관 운영과 더 나은 콘텐츠 제공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유료화가 필요하지만 경기전이라는 사적지를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문화재를 보존하려면 어느 정도의 통제가 필요한데 현재는 그 부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경기전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인력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람에 있어 통제나 제재가 어려워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심지어 경기전 안에서 불을 지피려고 하는 경우 등 문화재 관리에 위험요소들이 산재한다. 유료화를 하면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일정 정도의 통제는 가능하다고 본다. 유료화는 예산확보라는 경제적 차원에서도 필요하지만 보존의 문제에서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전 유료화에 반대하는 까닭은 입장료 유료화 자체보다는 이를 추진하는 전주시가 취하고 있는 절차상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유료화 찬반의 문제보다도 유료화를 시행해서 과연 경기전과 어진박물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유료화를 통해서 어떻게 지원을 하고 활성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서 시민들을 설득을 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 부분이 안되고 있다. 경기전 유료화에 반대가 많은 것은 절차상의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세부적인 대안들을 아직 내놓고 있지 않으니 설득이 어려운 것이다.
▶ 경기전 유료화를 반대하는 의견 중에‘진본이 아닌 모사본 전시’라는 점이 언급된다. 태조어진 진본이 전시실에서 어느 일정 기간 이상 전시하지 못하고 수장고에서 관리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은.
-회화의 경우 일정한 조명, 온도, 습도 환경에서 관리되지 않고 전시실에 계속 보관하게 되면 변질이나 훼손이 생긴다. 국립박물관의 규정에 따르면 회화의 경우 1년 중 전시할 수 있는 기간은 약 3개월 안팎이다. 그 정도가 그림의 영구보존에 적절한 기간이다. 또한 경기전 유료화를 이야기하면서‘태조어진’에만 집중하는데 경기전에는 태조어진 외에도 여러 문화재가 있다. 경기전에 있는 어진, 정전, 사고, 여러 유물 등이 모두 전부 사적이고 국가문화재다. 경기전 유료화가 필요한 이유는 이 문화재를 전부 제대로 유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있다.
▶ 국가박물관 등 무료관람 추세에 따라 어진박물관 개별관람료 징수에는 부정적이라는 시의 의견이 있지만 쉼터 또는 시민공원으로 여겨지는 경기전은 계속 무료입장으로 하고 어진박물관 관람객에만 입장료를 받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진박물관, 정전, 조경묘 이렇게 세 곳을 묶어 유료화를 하는 부분을 고려해봤다. 많은 시민들이 경기전 전체가 유료화 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보존과 관리가 필요한 어진박물관, 정전, 조경묘만을 유료화 하고 나머지 부분은 지금처럼 쉼터나 산책의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유료화 추진에 있어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