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
[문화이슈] 전주경기전 유료화
관리자(2011-12-01 16:39:27)
경기전, 내년부터 돈 내고 들어간다
이다혜 기자
내년 상반기부터는 입장료를 지불해야 경기전 관람이 가능하다. 전주시는 지난 10월‘경기전 관리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을 예고했다. 전주시에 따르면 오는 12월 조례 개정이 통과되면 2012년 상반기부터는 경기전 입장 유료화가 시행된다. 현재 무료인 경기전 관람요금을 성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을 내야하며. 전주시민은 관람료의 50%만 낸다. 전주시에서는 경기전 유료화에 따른 연간 수익을 약 5억 원 정도로 잡고 있다. 이 액수는 연간 매일, 평균 2,000여명의 관람객이 700원의 관람료를 지불하고 경기전에 입장한다는 여건에서 산출된 것이다.
경기전 유료화, 시민 설득·시민 동의가 부재
그러나 <경기전 유료화>를 두고 전주시와 시민, 문화계 전문가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뜨겁다. 시에서는 어진이 봉안돼 있는 왕실 사당인 귀중한 문화재산 경기전이 무료 관람으로 인해 통제가 어렵고 가치도 훼손되고 있다며 이를 개선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유료화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거둔 수익으로 조선시대 각종 제례를 재현하고, 전주사고에 실록 사본 전시, 체험행사를 늘리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무료관람으로 개방되어 왔던 경기전은 전주의 역사적 가치를 보여주는 사적지에 더해‘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어 유료화 시행에 대한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다. 특히 전주시에서 충분한 설명이나 홍보, 토론 및 공론화의 절차 없이 경기전 유료화에 관한 입법 예고를 강행하면서 시민들의 강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시민들은“시에서 정한 경기전의 입장료는 부담이 될 정도로 많은 액수가 아니고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일정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시민공원으로 인식되던 경기전 유료화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시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조차 없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러한 반대여론에 대해 경기전 유료화를 찬성·추진해온 전주시의회 구성은 의원(문화경제위원장)은“시민공원의 역할을 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전은 시민공원이 아닌 사적지”라며 유료화가 시행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경기전 입장료 유료화의 핵심은 경기전이라는 문화재의 보호다. 모두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보호해야함에는 동의하면서도 입장료 유료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중요한 것은 전주시의 문화재 보호 관련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료화를 통해 확보된 경비로 경기전 관리에 더욱 집중하고 시설정비와 콘텐츠 개선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구 의원은 전주시의 의견수렴과정이 부족했고 시민대상 홍보가 부족했다고 한다면 유료화 시행까지 남은 기간 동안 활발한 홍보와 함께 간담회 등을 비롯한 자리를 마련해 여러 가지 의견을 수렴할 것이고 여기에서 나온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받아들여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대학교 한스타일연구센터장 이종민 교수는 전주시가 시행하려는 경기전 유료화는‘비문화적인’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경기전의 쾌적한 관람환경과 정숙한 관람 분위기 조성은 입장료 유료화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서 실현 가능하다. 일정한 시간이 됐을 때 전문안내자의 안내를 받아서 경기전 관람을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적어도 그 시간대에는 정숙한 관람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고 관람객들은 경기전에 대한 이해를 통해 문화적 감동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기전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높이고 관람문화도 성숙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그런데도‘일정 기간에 관람객 몇 명이 얼마를 내고 들어와 창출된 수익’을 내세워 유료화를 강행하는 것은 얼마나 비문화적 발상이냐”고 반문했다. 다른 전문가는 입장료 유료화 논리는 경기전에 관람객이 없어서 수익이 나지 않으면 관리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며 비판했다. 당연히 유지 관리에 힘써야 하는 문화재를 입장료를 받아 관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입장료 유료화를 통한 일방적 징수 보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나 봉사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전 유료화가 시행된다 해도 현재의 경기전 관람객 규모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겠냐는 반론도있다. 한 문화계 인사는“유료 관객이 한 번 오는 것보다 무료로 오더라도 여러 번 방문함으로써 경기전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 문화적으로 더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본다. 우선은 국가차원에서 문화향유권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 문화복지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관광지로 급부상한 한옥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은 이곳에 전통문화가 녹아있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관광지로서의 볼거리 부분이 취약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경기전 유료화가 실시되어 자유로운 관람에 제한이 생긴다면 볼거리 부족이라는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문화도시로서 전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기전 유료화가 한옥마을과 전주시 관광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옥마을이 가진 가치를 단기적인 것으로 계산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문화계의 전반적 여론은 경기전 유료화를 찬성과 반대,옳고 그름의 시각보다는‘진행 과정과 공론화’에 초점을 맞춰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