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 |
[문화시평] <2011 전북독립영화제>
관리자(2011-12-01 16:38:42)
<2011 전북독립영화제> (10월 27일~11월 1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영상으로 꿈꾸는 자들의 향연
정진욱 전주영상위원회 사무국장
<전북독립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다양한 독립영화로 전북도민을 맞이하였다. 총 40여편의 다양하고, 젊고, 힘 있고, 도전적인 영화들이 6일간의 길고도 짧은 여정을 마쳤다. <예측불허! 동행>이라는 슬로건에 맞는 예측불허의 영화를 만났을때 느끼는 신선함과 독특함으로 무장한 다양한 영화들이 11주년을 맞이한 전북독립영화제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임경희 감독의 <구토>와 전북, 대전, 부산의 독립영화제가 연대해서 만든 <세 도시 이야기-야구와 도시>가 그 시작을 알렸다. <구토>는 인간의 내재된 고통과 두려움으로 파생되어지는 오해와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라는 매개체로 풀어나가는 감독의 안정적이고 독립영화 못지않은 연출과 미장센을 보여 주었고, <세 도시 이야기·야구와 도시>는 옴니버스 영화답게 야구라는 소재를 각기 다른 감독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관점으로 풀어나가는지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올해 독립영화계의 핫한 영화인 장률 감독의 <두만강>, 오영두 감독의 <에일리언 비키니> 그리고 문정현 감독의 <용산>도 만날 수 있었다.
전북독립영화제는 크게 초청장편섹션과 초청단편섹션 그리고 경쟁섹션인 온고을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다. 초청장편섹션과 초청단편섹션은 국내 우수한 장단편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이며, 온고을 섹션은 유일한 경쟁부분으로 전북지역 기반의 작품을 공모 심사하여 상영하는 섹션이다. 올해 같은 경우 작년보다 타 지역에 나가 활동하고 있는 전북출신 감독들의 작품들이나, 타 지역 출신의 감독들이 전북지역에서 제작한 작품이 많이 출품되었다. 이는 전북독립영화제가 지역만을 위한 영화제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느낌을 주었는데 이는 전북독립영화제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온고을 섹션에 올라온 작품들도 지역의 다양한 제작지원사업과 제작인프라로 작품의 질과 수는 늘어난 느낌이다. 다만 독립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성과 사회성 그리고 실험적인 영화들보다는 좀 더 보편적이고 상업영화를 닮은 영화들이 많이 보이는 점이 아쉽다. 이는 비단 전북독립영화제에만 국한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전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본다. 또한 몇 년 전부터 전북독립영화협회의‘전북단편영화제작스쿨’의 결과물이 자연스레 전북독립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마스터들과 지역영화인들이 만들어낸 뜻 깊은 작품이지만 전북독립영화제에 출품한 감독들에게도 작은 기다림을 주는 것은 어떨까. 개막작은 감독과 작품에서 다른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독립영화제는 현재 독립영화가 안고 있는 문제점 중 가장 큰 독립영화다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들이 기획되고 제작될 수 있는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작은 영화라도 계속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독립영화제작군 양성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독립영화제연대 같은 훌륭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화제 기간 내 기획개발 워크숍이나 독립영화인들의 간담회, 제작발표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는 서로 다른 제작환경에 있는 제작자들 및 지역 영화인들에게 제작 노하우나 문제점들을 토론을 통해 발전적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제 기간 내 좋은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지만 영화관에 발길이 뜸한 것은 단순히 홍보부족은 아니라 생각한다. 독립영화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만드는 것도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 나아가 11회를 전환점으로 미래 발전적이 청사진도 보여주어야 한다. 형식에 고착되어 있는 영화제가 아닌 새로운 매체에 대응하는 다양한 상영 포맷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도 독립영화제가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에펠탑은 파리 어디 방향에서라도 볼 수 있는 기둥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전북독립영화제가 지역의 독립영화계 더 나아가 전국의 독립영화계의 에펠탑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며 내년 전북독립영화제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