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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 |
‘리듬로드’로 한국 온 어스스트링 밴드
관리자(2011-12-01 16:36:31)
‘컨트리 음악’미국 청년들, 아리랑에 빠지다 황재근 기자 지난 10월, 악기를 짊어 맨 네 명의 미국 젊은이들이 전주 시내의 한 음악학원 연습실을 찾았다. 훤칠한 키에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각자 취향대로 의자에 편안히 몸을 기댄 모습이 척 보기에도 자유분방해 보인다. 스피커를 통해 산조와 민요 등 국악가락이 들려오자 낯선 음악일 텐데도 박자를 맞춰가며 감상하는 폼이 여간 진지하지 않다. 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한국의 전통음악 연주자와의 만남이다. 기다림이 지루할 만도 하건만 여전히 호기심이 가득 찬 반짝반짝한 눈빛이다. 미 국무부의 민간음악 외교‘리듬로드’ 이들은 보스턴의 블루그래스 앙상블 어스스트링밴드(Earth String Band). 미국 국무부와 재즈 링컨센터가 함께 진행하는‘리듬로드’프로그램에 참여한 젊은 아티스트들이다. ‘리듬로드’는 선별된 미국의 뮤지션들을 해외로 파견해 미국의 음악과 문화를 알리고,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 상호 존중과 이해를 돕는 교류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음악을 통한 민간외교사절인 셈. 어스스트링밴드는 1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뮤지션을 선정됐다하니 미국 내에서도 그 실력을 확실히 인정받은 팀이다. 라오스, 태국, 버마, 동티모르를 거쳐 한국에서 마무리하는 강행군. 가는 곳 마다 공연과 함께 지역 연주자와의 협연, 워크숍 등을 진행해 문화교류 사절의 역할을 한다. 전주에서는 2011전주세계소리축제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어스스트링밴드는 팀 이름 처럼 네 종류의 현악기를 연주한다. 어쿠스틱 기타에 스태시 위슬러치, 베이스에 샘 그리스먼, 피들(바이올린)에 앤디 레이너, 만돌린에 에릭 로버트슨이 한 팀이다.모두 버클리 음대 졸업생이거나 재학생인 동문 친구들. 이들이 하는 음악은 미국 애팔래치아 산맥의 전통 현악으로부터 유래한 블루그래스라는 장르다. 미국의 전원풍경과 함께 연상되는 컨트리 음악을 떠올리면 된다.“우리는 블루그래스 장르에 미국 영가와 블루스 음악의 요소들을 섞어서 함께 연주하고 있습니다. 어쿠스틱, 리듬, 소울과 같은 단어로 저희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겠네요.” 눈빛으로 통하는 즉흥연주, 국경을 넘다 마침내 기다리던 국악연주자가 도착했다. 크로스오버 공연단 마실의 가야금 연주자 정호빈씨가 오늘 이들의 국악가이드가 됐다. 가야금을 케이스에서 꺼내자마자, 멤버 모두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다. 한곡, 한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와 함께 질문과 소감이 쏟아진다.“어제 들었던 소리는 이것과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어제보다 오늘 소리가 좀 더 익숙하다.”한국사람들도 알아차리기 힘들 전통현과 개량현의 차이를 알아보는 감각이 놀랍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아리랑 합주. 각자의 악기를 꺼내들고 정호빈씨의 아리랑 연주를 한마디씩 따라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의 음에 집중하며 천천히 코드를 맞춘다. 아리랑 한곡을 몇 번 반복해서 따라 치더니, 아리랑 즉흥연주가 제안됐다. 국적도, 인종도 다른 이들이 서로 다른 현악기를 들고 눈빛을 통해 연주를 조율해나가는 모습이, 구경꾼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몇 번이고 반복해 연주하던 아리랑이 이윽고 끝나자 연주자들도 구경하는 이들도 절로 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한국 전통음악의‘한의 정서’인상적” 어스스트링밴드의 바쁜 일정으로 인해 마저 던지지 못한 질문을 이메일 인터뷰로 이어갔다. 이날 협주에 대한 소감은 한마디로“정말 좋았다!(We loved it!)”고. 특히“가장 한국적인 노래라는 아리랑을 배운 것”이 가장 좋았단다. 이들이 접해본 한국음악은 어땠을까? “한국의 음악과 문화가 매우 독창적이고 특별하다는 점에 크게 놀랐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음악이 담고 있는 깊은 슬픔의 정서‘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함께 연주하는 뮤지션들 간의 교감에서도 자유로움이 느껴졌습니다.”한국의 다양한 전통악기들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각자 뚜렷한 음색을 지닌 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합주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들이 합주 때 독특한 고유의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은 미국의 전통 음악의 특징이기도 합니다.”아시아 각지를 돌아다니며 영감을 얻을 때마다 새로운 곡을 썼다는 이들은 한국에서도 새 곡을 만들었단다. “한국 음식의 독특한 풍미에서 영감을 받아‘고추장’이라는 제목의 피들곡을 썼습니다. 맵고 강렬한 한국 음식처럼, 한국 사람들도 강인한 정신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과연 고추장을 그들의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전주소리축제 폐막식에서 풍물패와 함께 춤추고 행진했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는 이들은 귀해서도 여전히 리듬로드 일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다.“언젠가 꼭 한국을 다시 찾고 싶습니다. 그 때는 우리가 연습한 아리랑과‘고추장’을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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