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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
[서평]「세계가 우리집이다」- 지와 다리오 지음
관리자(2011-11-04 16:42:42)
흔들리며 걷는 걸음, 생각과 마음을 여행하다 양승수 공연기획자 이들의 여행지를 그들의 감각기관을 빌어 여행하는 동안 펼쳐진 풍경과 코 끝에 스미는 냄새보다 그 풍경과 냄새를 받아들이는 생각과 마음을 여행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생각과 마음이 펼쳐진 풍경과 냄새를완성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페인의 태양을 출처가 다른 태양으로 받아들임으로해서 지구를 밝히는 하나의 태양을 순식간에 하나 이상으로 만들어버렸다. 산티아고의 작은 마을에서는 노인이 나막신을 신고 소를 몰고 가는 풍경을 나막신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딸그락거리는 소리와 소 목에 걸린 종소리를 통해 음악회로 만들었다. 별이 비치는 검은 호수 케슈아호수를 보며 비현실적으로 신비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면 소름이 돋는 순간을 통해 잘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아름다움과 공포를 잇기도 했다.이들의 걸음은 시속 4km 따위가 아닌 때로‘나비의 속도로 천천히’걷는 걸음이었다. 우리 시대 인간들의 셈법을 버리고 우리가 아는 세상의 반대편을 향해 나아가고있다면 그것은 세상을 등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에서이 곳(우리 시대)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인 것 같다.그렇게 하기 위해 이들은 인간들이 축적해서 쌓아올린문명의 많은 것을 버리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편견 없이응시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들 스스로 맑은 눈을 갖기 위해 애쓰는 동안 이 책은 한편의 종교서적이 되었다. 이들의 종교는 자연이었고 자연의 일부로서의 자신 내면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강과 하늘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순간 그들이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는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가 바빠서 잊어버린 그 능력…. 그들이 갖는 그 고요한 시간은 우리가 말하는 명상일 것이다. 명상은 거창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저나 자신과 시간을 잠시 잊어버리는 것.(50p)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통해 무언가 해야한다는 의무감을 의심하고, 일정하게 규격화된 시간이라는 근대의산물마저도 벗어버리고 자유로운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디까지가 ‘자연’ 인가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자연의 반대말이 인위 즉 인간의 생각과손길을 의미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 역시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갈림은 인간들 안에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막연한 경계에 대해 지와 다리오는 한 발 더 가까이 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들의 여행은 자기 성찰의 여행인 동시에 친구를 사귀고, 물리적 공간에 새겨진 사회경제적 지점을 지나고역사적 지점을 지난다.  여행이라는 거리두기를 통해 사회적 정치적 지점들을 좀 더 분명하게 발견하고 있는것이다. 콜롬비아에서 반정부군이 시골마을 농부들에게 총을겨누며 코카 재배를 강요하고 그 후 파라밀리타레스(정부군)이 찾아와 반정부군을 위해 일했다며 힘없는 농부들을 무참히 죽인 현장! 1993년 최소 2190명의 길거리아이들을 학살한 일명 사회청소작업! 한반도의 이야기와 무엇이 다를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앙헬폭포로 가는 길 이보리보 마을을 지나며 갑자기 시작된 관광 개발에 마을 사람들은 본업인 농업과 사냥을 버리고 관광업(?)에 뛰어들었지만 언제나 돈을 챙기는 쪽은 도시의여행사 주인들이다.(95p) 한때 전 남미를 정복했던 잉카길은 이제 농부들이 밭일을 가는 길이 되어 있다. 그리고 커피 생산지인 남미에 첫발을 디디며 맛있는 커피를 맛 볼 것으로 기대했으나 좋은 커피는 죄다 유럽으로 수출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죽하면 커피 생산국인 에콰도르에서 더 흔한 것이 네스카페 봉지 커피라고…. 이들의 여행은 인간 사회의 모습을 들여보다기위한 탈맥락화를 위한 맥락화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장점은 완벽하지 않고 완벽하려고 하지 않는점이다. 이들의 여행이 항상 아름다운 발견과 깨달음의연속으로 이루어진 길이 아니다. 후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하루 일곱시간 이상 걷기만 하는 나날의 피로와추위로 짜증이 제대로 나고, 버스를 타고 돌아가버리고싶었지만 도로라는 것은 구경도 할 수 없는 오지 중 오지를 걷는다. 그렇게 흔들리며 걷는 걸음에서 삶이라는여행을 하는 우리 여행자들에게 위안을 준다. 이들이특별한 유전자를 가진 저 너머의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같은 일상적 감정의 기복을 겪는 모습 때문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 같다.하지만 이들 여행자의 탈자본주의적 삶의 추구가 자본주의사회 시장에서 여행기 서적이라는 또 하나의 상품이 되어있는 구조의 아이러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들의 이야기가 자본주의 시장에 이용당하고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가 자본주의의 속성을이용하여 좀 더 착한 자본주의의 바이러스를 실어 나르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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