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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
옹기장이 이현배의 생활의 발견
관리자(2011-11-04 16:35:04)
달 스물 하나의 나이에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엿장사를 하면서 속을 버린 적이 있었다. 엿장사라는 게 쓸모없는 물건을 엿하고 바꿔주는 일이다. 농촌에서 농사철에는 들에 일을나갔다가 점심 먹을 때가 되어야 잠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엿장사에게는 그 때가 또 장사를 해야 할 때여서 배고픔을 엿으로 달래다가 속이 달이게 된 거였다. 그러다 용하다는 한약방을 찾아 한약을 지어 먹었는데 단맛장사에서 번 돈으로 쓴맛을 보자니 그야말로 씁쓸했지만인생을 나이만큼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엿장사를 하다가 어쩌다 초콜릿 일을 하게 되었다.단맛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다 단맛이란 게 기분 좋은 단맛이 있고, 기분 나쁜 단맛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의 본성이 본래 단맛을 쫓게 되어있다 한다. 하지만 사람을 키우고 됨됨이를 갖추게 하는 것은 역시 쓴맛일 것이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빈의 학명‘테오 브로마(신의 음료)’의 어원이 본래‘쓰다’는 뜻이라 하니 단맛이란 게 역시 쓴맛뒤에 와야 옳을 것이다. 양과자를 만들면서 의아했던 것은 과실에 감미를 더하는거였다. 서양 과실은 맛이 안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니 12그램에서 14그램 쯤 되는 한입 크기의 초콜릿(프랄린)을 우리는 숨이 가빠 두세 번 잘라 먹는 것을 서양 사람들이 한 입에 먹는 것을 보면 단맛에 대한 탐닉이 훨씬 컷 던 것이다. 옹기를 굽는데 동아정과를 만들 때 쓴다고 시화가루(꼬막껍질, 굴껍질)를 구워 달라 해서 아예 정과 만드는 법을 보았는데 조청으로 졸이는 정과에 쓰이는 것들이 동아호박, 무,수박껍질처럼 대부분 아주 심심한 것들과 단맛을 극적으로조화시키는 거였다. 이력을 아는 이들은 지금도 엿이나 초콜릿을 만들어 먹느냐고 묻곤 한다. 물론 어쩌다 만들어 먹기도 하지만 사실 제일 호사는 이 때 나는 감이다. 감이 단맛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만난 감은 우리 집 부엌 창으로 보이는 저 감이다. 또 저 중에 제일만난 것은 떨어질락 말락 하는 감이다. 떨어지면 그 순간 맛이 달라지니 참으로 희한하다. 보통은 같은 감이면 껍질 벗겨 이 삼 일 햇빛을 본 반건시가 홍시보다 감미가 좋은 법인데 저 나무만큼은 그 상태의홍시가 건시보다 우월하다. 바야흐로 노출의 계절이다. 단풍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마을의 풍경이 묻힐 만 할 때 선분홍빛 감들이 존재감을 보인다. 가을비에 허전함이 더하고 왠지 단것들로 위로받고 싶어지는 그런 날이다. 이때 포장되어 상품화된 단것들을 손쉽게구할 수 있겠지만 고전물리학의 아이작 뉴턴처럼 중력의 홍시에서 만끽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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