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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
꿈꾸는 학교 행복한 교실
관리자(2011-11-04 16:33:01)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에게 학교를 돌려주자 김기옥 이리공업고등학교 교사 사회는 이미 급변하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은 미래에 대한 코드가 되었고 현실 주변을 깊숙하게에워싸고 있다. 교실과 학교는 불안함과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치열한 현장이다. 아이들에게 근대는 이미 전근대가 되어가고 있고 학교는 새로운 배움의 방법과 형식을 요구받고 있다.공립학교가 그 사회의 지속적인 문화의계승과 유지를 목표로 하고 상당기간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면 공립대안학교는 내용과 방법에 있어서 실천적인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의 직업은 31살이던 1997년부터 지금까지 공립 공업고등학교 교사다. 학교는 연간 학사일정과 시간표와 종소리를 약속으로 규칙적인 시간을 차곡차곡 채워나가며 매년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오고 새로운 어른들이 나간다.학교는 생동하는 아이들에게 숨 막히는 곳이기도 하겠지만 교사인 나에게도 숨 막히는 곳이다. 그래서 함께 잠시라도 숨 돌리려고 시작한 것이 1999년부터 시작한‘학교안의 작은학교’라는 교과연구회 활동이었다. 한 달에 한번, 한 학기에 한번이라도 바다로, 산으로 이곳 저곳 학교 밖으로 나가 아이들과 함께 나다니면서 체험활동, 공연관람, 봉사활동을 하거나 다른학교 아이들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이 주요한 방식이었고 계획적인 내용들은 특별한 것이없었다.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나오면 생기가 돌고 왁자지껄 시끄러워진다. 선생님 대신‘형’이란 호칭을 쓰다가 겸연쩍어 하기도 하지만 어색해 하지는 않는다. 부탁하지 않아도 자신 혹은 친구들과 주변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자기들끼리의 이야기에 교사들을 끼어 주기도 한다.학교 밖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이들은 다시 학교 안에서 만나도 어느 여행길에서 만났던 낯익은 사람을 만나듯 자연스레 자기 곁에 선생님을 끼워준다. 교사가 할일은 잔소리를줄이고 아이들의‘꼴’을 그냥 봐주는 것이었다. 2006년 가을 학교 안에서 너무나 힘들어하고 기어이 주변을 많이도 힘들게 하는 아이들을위한 학교가 필요하다는 요구를 시작했다. 교육청에서도 이러한 요구에 공감하여 학교설립의전 단계로 2007년 4월 공립위탁교육시설인‘꿈누리교실’의 문을 열고 아이들과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14~18세 사이의 아이들과 시작했지만 점차 14-16세 아이들로 자리를 잡게 된‘꿈누리교실’은 종소리가 없는 곳이었고, 아이들이 교사를 가르치는 곳이었다. 2주~3개월 동안의 짧은 기간과 한정된 공간에서 만난 것은 정말로 치열하게 존재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아이들’이었다. 더 있고 싶어도 돌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갖는 안타까움과 빈자리는 다시 또 다른 아픔을 가지고 다가오는 아이들로 금세 채워지곤 했다.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고 학교를 나오고, 집으로 들어가고 집을 나오는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반겨줄 학교와 반겨줄 가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계획한 학교와 기거할 공간이 필요했다. 공립 대안중학교 설립을 서둘러 진행하여 마침내 2009년 3월 전국 최초의 공립 대안형 동화중학교가 문을 열게 되었다. 그 아이들이 졸업하는 시기에 맞추어 고등학교 과정의 설립을 위한 요구를 지속했고, 2011년 9월 19일 공립대안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면서 고등학교과정이 구체화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대안교육의 다양한 교육적 실험들이실천적인 성과를 내면서 그 정신과 내용들이 공립학교로 전이되기도 하고공립학교에서 비슷한 교육과정을 모색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현장에서의 대안교육은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는 달리 기존 학교에 비해 교육의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곳이 많고 일부는 자립형사립고나 특목고보다 더특별한 교육을 하는 양 극단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선택하는 사람들’의 교육에 가깝다. 학교에서 배제되거나 속칭 문제아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과거의 인식과는 정반대로 스스로 원하는 학교를 직접 만들거나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교육과정을 선택하는 것이 현재 대안학교들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국가주도의 교육과정과 운영방법이 촘촘하게 규정되어 있는 공립학교에서 대안학교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안학교는 민간주도의 사립이나 자치단체 등의 공공기관에서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학교가 지향하고 운영했던 많은 방식들은 유연하게 공립학교에서도 상당부분변주가 가능하다. 현재 채택되고 있는 것들은 지역과 함께하는 체험학습, 학생주도 행사, 개인과집단이 조화를 이루는 학습방법, 학교자치 등이다. 전북지역에서는 혁신학교의 흐름이 이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중심에서 소외된 농산어촌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도시학교들의 입시중심의 단편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구체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공립형 대안학교는 왜 필요한 것인가? 질문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은 이렇다. 첫째, 제도권 학교 내에서의 문제들을 적절하게 소화할 수 있거나 또는 학교 밖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제적, 문화적 능력이 있는 집단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만 의외로 가정에서의 문화적인 갈등이주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안정적인 교육기회가 의미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개별적인 성장을 고려하고 반영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교사와 학생들의 자유로운 만남과 성장이 가능한 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학교관리자,교사, 학생의 관계가 배움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는 조언자 또는 안내자의 성격을 가지고 존경에서 우러나오는 권위 이외의 일체의 두려움과 권위를 배제하며 학교 구성원의 자치가 보장되고 교사와 학생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꿈꾼다.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공립학교 내에서 한시적이긴 하겠지만 융통성을 부여받는 대안형 학교의 장점이기도 하다.(물론 학교평가, 교원평가, 교원인사, 또 다른시선들이 여전히 있겠지만 버틸 수 있는 명분이 있다는 의미이다) 셋째, 가르침이 없는, 스스로 성장하고 배움이 있는 학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살아가기 위한또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배우겠지만‘삶’에서 지향하는방향과 방법들은 스스로 찾고 배우는 것이 목표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끊임없이 깊이 지켜보고 관찰하고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 학교가 직면할 전통적이고 근대적인 학교의 모습에서 다가올 미래의 교사의 역할과 배움의 단면을 미리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간 6만명 내외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학교에서 마음이 떠난 아이들은얼마나 될까? 마음이 떠난 교사는 얼마나 될까? 따뜻한 만남이 가능한 곳,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오랫동안 꾸준히 기다리며 지켜봐주고 조언해줄 수 있는 곳, 학교 밖의 아이들이 다시 돌아올수 있는 학교를 공립대안학교라고 말하고 싶다. 지역과 사회는 그런 학교를 만들 책무가 있다. 함께 요구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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