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 |
[문화시평] <오늘의 아시아 미술>
관리자(2011-11-04 16:32:45)
<오늘의 아시아 미술>(9월 30일 ~ 10월 23일, 전북도립미술관)
아시아 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다
김선태 예원예술대학교 미술·디자인학부 교수
<오늘의 아시아 미술>전은 그동안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몽골 등아시아 주요 국가의 미술을 통해지역적 정체성을 점검해 보고, 아시아의 작가들이서로 교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전시다.그 국가의 정체성과 동시대 미술의흐름을 점검해 보고, 아시아 미술의 미래를 조망해 보는기회를 표본적으로 나마 제공하고 있다. 특히 현대의 복합문화주의, 다원주의의 흐름 속에서 미술혼성, 장르 와해 현상이 보편화 되어있는 장르의 독자성, 고유성을 아시아권에서 어떻게 이어 나가고 풀어 나가고 있는지 그 현주소를 보여준다.하지만 <오늘의 아시아 미술>전을 통해 방대한 아시아 미술의 현주소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를지니고 있고 또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보다는오히려 오늘날 유독 왜 아시아 미술의 문제가 아시아에 속해있는 국가들에게서 제기되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의 저변에는 어떤 근원적인 이유가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 초점을 맞추되, 그동안 익숙한 한국작가에 대한 설명은 논외로 하고자한다.비교적 현대 아시안 예술가들은 현대 미술교육을 통해 미국과 유럽의 미술을 모방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을 겪어왔고반대로 유럽과 미국의 예술가들은 동양예술과 정신으로 부터영향을 받아 왔다.
중국_ 정체성 탐구, 혹은 내면의 세계를 다루다
중국미술의 저력과 잠재력에는 높은 점수를 얻지만,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중국 현대미술의 역사는 짧지만독창성이 강하고, 에너지와 힘이 있다는 시각과 작품의 밀도보다 유행에 휩쓸려 터무니없는 대접을 받는 건 아닌지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대국이라 엄청난작가 군에서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좋은 작품의 작가들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동안 작품이 중국의 변화되는 사회상을팝아트적인 요소로 담아내는 작품, 냉소적인 사실주의 작품이 주류였는데, 최근 중국의 정체성 탐구, 혹은 내면의 세계를 다루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러나이번에 출품된 작품 중에는 요즘 소위 잘 나가는 장샤오강,웨민 준 같은 작가들의 팝 아트적이거나 냉소적인 작품보다는 (Lin Ruoxi)과 (Bai Ming)의 작품에서 중국 현대수묵화를 맞볼 수 있으며, 특히 서구 유화 인물화와 느낌이 다른 중국 유화 인물화의 참모습을 (Liu Yingwu)의 인물화를 통해감상 할 수 있다. 근현대 중국미술은 장르를 막론하고 사실주의 중심으로서 문화대혁명과 함께 봉쇄된 죽의 장막 속에서 이데올로기의 반영을 위한 인체위주의 소재가 주류를 이루어왔기 때문에 중국 유화 인물 화가들의 기량과 솜씨는 중국 전통기예의 솜씨와 견주어 평가되어 왔다.
인도네시아_ 판타지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렬한 색감
인도네시아 미술의 특징 중 하나로 강렬한 색감을 꼽을 수 있다. 본래 인도네시아가 제2의 아마존이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다 보니 작품에도 영향을 준 듯하다.그러나 이번에 출품된 (Patra Aditia) 작가의 작품은 종이에 연필로 소묘하듯이 표현된 형태는 얼핏 보면 알아보기 어렵다. 이렇듯 여러 가지 기물이 조합된 추상적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보는 이의 판타지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홍콩_‘가공된’현실 사이의 모호함
홍콩 반환은 서구 제국주의에 의한 아시아 식민 지배를청산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당사자인 중국의 변화는 물론 아시아 전체에 많은 파장을 가져왔다. 홍콩은 거의 150년 동안 영국과 중국 사이에서 두개의 삶을 가지고 있던도시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과거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많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개인적인 역사나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개인적인 역사의 재구성을 통해서 현재의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열망하는 젊은 세대의 작가들에게는, 작품을 만드는데 여전히 중요하다. 홍콩이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간 지 거의 수년이 흘렀다. 하지만 홍콩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출품된 작가들의 작품에서 홍콩의 불확실한 미래와 애매한 과거, 그전에 했던 약속과 지키지 못한 약속,별로 중국적이지 못한 현실과 완벽한 중국인처럼‘가공된’현실 사이의 모호함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일본 _ 혼성적이고 경계가 허물어진 문화적 현상
일본의 미술계는 이중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엄격한 체계로 구성된 협회 중심의 미술가 회원들이 보수적 성격의 전시회를 하는 단체인데, 전통적인 일본 양식회화와 인상주의와 야수파에 영향 받은 서양 회화의 아카데믹한 양식을 말한다. 다른 쪽은 근래의 국제적인 경향들과 유사성을 보이는 다양한 현대 미술가들이다. 이는 모더니즘 미술 제도가 이식된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유사한 양상의 구조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특히 재일교포인 이우환의 회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80년대 초에 등장한 모노화(단색화)의 전통을 유지했던 반면에 80년대 후반에 떠오르기 시작한 젊은작가들은 미디어를 사용하여 현대 사회의 정보와 기호를다루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이번에 출품된 일본작가들의 작업은 전통과 멀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색채위주의 현대 일본의 혼성적이고 경계가 허물어진 문화적 현상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 _ 현대서구예술의 모든 시도를 담은 자유로움
현재 베트남 수도 하노이 거리. 거리마다 세워진 대형입간판은 인민의 눈높이에 걸 맞는 착한 그림들이 가득하다. 입간판만 보면 베트남은 영낙없는 사회주의 국가이다.그러나 바로 그 거리 이곳저곳에 자리한 갤러리를 들여다보면 난해한 추상화에서부터 과감한 누드화에 이르기까지, 현대서구예술의 모든 시도를 담은 자유로운 그림들이가득하다.최근 들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예술이라기보다 수공예의 성격에 가까웠던 중세의 전통 나전칠기나 옻칠 동판화 등의 전통공예술이 현대 베트남 화가들의 캔버스 속으로 들어와 새로운 미술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전통 옻칠 공예에서 비롯된 <썬마이 회화>는 서양 유화에서 실현할 수 없는 독특한 성격을 보여주는 오직 베트남에서만 실험되고 있는 회화로, 이번에 출품된 (DoanThuy Hanh)의 작품이 썬마이 회화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여기에 반하여 (Pham Huy Thong)작가의 작품은 민족주의를 주창했던 사회주의 미술에 속하는 프로파간다적인 요소가 강하다.
향후 아시아미술에 대한 전망
오랫동안 서양의 지적 전통을 유지해온 고정된 실재를 요구하는 귀납적 이론 또는 실용적 원칙은 불필요한 과제일 뿐이다. 물론 그것에 대해 동양은 동양이고, 서양은 서양이다. 또는 동양적인 정신과 서양 기술이라는 진부한 표현으로 자기 방어의 논리를 삼으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제 세계화는 이 지구의 어느 부분도 지정학적 특혜를 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시간과 공간의 압축과 함께 공간적인 장소는 의미를 잃었다.아시아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멈추지 않을 것이다. 각 나라의 전통적인 미술의 흐름 속에서 새로움과 변화를 꾀하는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아시아의 현대미술은 그 나라만의 특징을 지니며 발전하게 된다. 글로벌시대라고 하더라도 각 나라의 미술은 그 나라의사회적 상황, 그 나라의 정서 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사실상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아시아가 존재하는지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문학가나 미술가들이 자주 자신의예술적 테마로 그러한 종류의 독특한 정체성을 즐기는 것만이 진실일 수 있다.아시아만의 정체성이란 단지 사라지지 않는 가공의 공동체로 부활하고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는 이 시대의헤테로피아(헤테로피아: 미셸 푸코의 개념으로, 호모토피아와 상반된 것, 즉 호모토피아가 유사성에 의거한 세계라면 헤테로피아는 서로 무관하고 무질서 해 보이는 세계이다)로 남을 것이다. 적어도 그러한 범위에서 아시아 미술은 살아있고 자신을 삶을 끊임없이 영위해 갈 것이다.